계화도(界火島)는 섬이 아니다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5/10/16 [00:04]

계화도(界火島)는 섬이 아니다

새만금일보 | 입력 : 2015/10/16 [00:04]

 
 
천고마비(天高馬肥)라 더니 만, 10월의 하늘은 너무나 맑고 푸르러 나를 방안에만 가둬놓지  아니했다. 계화간척지의 황금들녘과 경관 좋은 청호지(淸湖池)와 봉수대가 있는 계화산을 향해 자전거 하이킹에 나섰다. 계화간척지가 조성 된 것은 실로 반세기 전의 일이다.
5.16군사정권이 들어선 다음해인 1962년3월부터 1968년10월에 완성된 경제개발 5개년 사업으로, 사람의 등으로 무거운 바윗덩이를 져날려 둑을 쌓고 장비라야 썩음 털털한 불도저로 길을 닦고 레일을 깔아 석탄을 운반하던 식으로 인력으로 토석운반을 하여 장장 6년간 바다를 막은 그 당시 국내 최대의 간척사업 현장을 여러 번 구경을 가본 적이 있다.
제1공구(계화-문포)9254m와 제2공구(계화-돈지)3556m 를 제방을 쌓아 바다를 막은 매립면적 3968ha 중 농지조성으로 2704ha에서 연간 10만 톤의 식량증산을 하게 되어 소위 군사정부가 내세운 제1공적의 하나로 자랑거리였다. 칠보 옥정호 댐에서부터 도수로를 신설하여 장장 100리 길을 흘러 보내 담수된 청호지는 국내 최대의 인공호수로 수면 면적은 447ha로 둘레가 5.3km, 수심6m로 계화 간척농지를 먹이고도 남을 바다처럼 넓다.
한 때는 고기 반, 물 반으로 주말마다 관광차를 주차 할 곳이 없을 정도로 강태공들이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뤄 내가 아는 청호지 물고기 매운탕 집 부부는 늦은 밤이면 돈을 다발로 묶었다 한다.
지금의 청호지는 7-8월이면 아름다운 연꽃이 만개한 연꽃군락지로 노을 진 석양이면 연향에 취한 이름 모를 물새들이 짝을 지어 연잎 새로 오가며 희롱하는 물새들의 천국이다.
호숫가엔 늘어진 수양버드나무 밑에 낡은 거룻배 두어 척이 하늘하늘 떠있는 한적함이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 같아 한번 쯤 와볼만한 곳이다. 청호지를 지나 돈지포구에서 둑길로 잠간이면 계화도 봉수대로 가는 양지마을에 이르게 된다. 조선조 말 성리학의 거유(巨儒) 간재 전우(田愚1841-1922)선생이 벼슬에 나가지 않고 이 마을에서 여생을 마쳤는데,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을 처벌하라는 탄원서를 고종황제에게 여러 번 올린 올곧은 선비로 그 충성심에 감복(感服)한 전국에서 몰려든 3천 제자를 배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간재 사당 뒷산 봉수대는 해발 300m도 채 안 되지만 충남 서해안 일대와 격포진을 통해 전남 영광에 이어지는 나라에 외적이 침입했다거나 위급한 일이 벌어지면 봉화로 신호를 보낸 군사요충지로 정상에 오르면 드넓은 칠산 바다에 연잎처럼 떠있는 고군산 열도와 군산, 김만경, 새만금이 한눈에 보이는 그 조망(眺望)에 한동안 넋을 잃어 하산 할 줄을 모른다.
대유학자가 머문 계화도는 무식한 어부들도 예의가 밝고 조개를 잡는 아낙까지도 인심이 순후하여 손 객에게 베푸는 미덕을 안고 있어 계화 섬사람이라면 육지에서도 대우를 받았다.
난공사였던 계화절광지 수문공사 때 인명이 여럿 희생을 당한 다리를 건너 게 되면 제2공구 계화-문포 간 10km 차도와 자전거 전용도로가 함께 신설되어 자전거 하이킹에는 그만이다. 넓은 동진강 하구는 강 상류에서 흐르는 민물과 갯물이 합수되어 짭조름한 갯내음이 풍기는 끝없는 갈대밭 너머 수평선과 길 한편에는 누렇게 익은 벼이삭이 갈바람에 일렁이는 황금물결 치는 지평선 길을 쌩쌩 달려 봐야만 그 기분을 알 수가 있다.
문포를 저 앞에 놓고서 우회전 하여 조포(鳥浦)라는 150여 호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큰 마을로 접어드는 약 2km 곧은 진입로 좌우에 벚나무가 봄이면 만개하면 또 하나의 볼거리다.
이 마을 정자 풍류정 앞동산에는 조포 팔각정이 있는데 그곳에 오르면 계화도가 정면에 보이며 드넓은 간척지가 지평선을 이뤄 석양이면 비안도에 지는 일몰이 장관이다. 다시 문포를 돌아 동진강 대교에 이르게 된다. 그 옛날 김제군수가 동진강이 김제 것이라 주장했다는데, 부안현감 질문 “김제군수님? 동진강이 어느 쪽에 있습니까?”
 

김제군수 답 ‘그야 서쪽에 있지...’ 부안현감 왈 “그렇다면 서진강이라고 해야 맞지요. 부안에서 볼 대 동쪽에 있으니 동진강(東津江)은 부안 것이 맞지 않습니까? 하하하...”
동진강은 부안으로 들어오는 입문으로 큰 나루가 있어 촌 양반 아낙들 할 것 없이 동진나루를 건너야 하는데, 나룻배를 오르내릴 때 버선발이 빠지니 아낙들을 등에 업은 엉큼한 동진나루쟁이 젊은 아낙의 포동포동한 엉덩이를 만지는 성희롱을 했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이제 계화도는 섬이 아니다. 새만금과 계화 간척지 사이에 놓인 황금알을 품은 암탉처럼 계화도는 새만금의 어머니 격이며, 그 아들인 새만금은 바다건너 중국을 향해 도약하는 환황해권의 중심지가 되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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