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만정맥 - 완주 천호산(天壺山, 500.2m)

천연기념물 천호동굴과 천호성지를 품은 속이 텅 빈 산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5/12/04 [00:36]

금만정맥 - 완주 천호산(天壺山, 500.2m)

천연기념물 천호동굴과 천호성지를 품은 속이 텅 빈 산

새만금일보 | 입력 : 2015/12/04 [00:36]

개요와 자연경관
하늘천天 병호(壺)를 쓰는 천호산은 속이 텅 빈 산이라는 의미다. 천호산 서북쪽에 호남에서 유일한 길이 800m의 천호동굴天壺洞窟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치마을 주민들에 의하면 비가 많이 올 때면 성치마을 위쪽 냇가에 있는 구멍 속으로 냇물이 빨려 들어간다고 한다. 그 텅 빈 구멍으로 스며들어간 물이 석회를 녹여 큰 동굴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 동굴이 있는 마을 이름도 호산리壺山里다.
<완주군지>로 살펴본 천호산 주변의 기록은 이렇다. 비봉면 내월리 천호마을은 호평天呼, 천호天壺, 용천내, 중뜸 등으로 불리며, 천호는 천호산 남쪽 기슭에 있다. 聖主山성주산(首鳳山) 기슭에는 성주 산제당이 있다. 천호공동묘지에는 오선지吳善智의 천주교 순교비가 있다.’ 여산면 주민들은 천호산을 성태봉으로도 부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정상 북서쪽에 축성연대가 미상인 옛 성터(혹은 봉화대)가 있기 때문이다. 천호산 북쪽에 위치한 화산면 운산리 누하漏下는 누항(漏項, 시어목, 시우목)의 본 이름으로서 천호동굴 속으로 스며들어 가는 목(좁은통)이라는 뜻이다. 천호산은 병인박해가 일어났을 때 수많은 천주교도들이 은거를 했던 성지다. 천호산 서북쪽 기슭에는 호남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석회동굴(천연기념물 제177호)이 발견된 뒤부터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산이다. 천호산은 서쪽은 익산시 여산면, 남쪽은 완주군 비봉면, 북쪽은 화산면에 경계해 있다.
▲ 천호산에서 본 수봉산     © 새만금일보
남쪽 비봉면의 수봉산(首峰山, 427m)과 함께 둘러쳐져서 아늑하고 경관이 뛰어난 천호마을 위쪽 산기슭에 천호성지가 자리잡고 있다.
천호산 서쪽은 호남고속도로와 국도 제1호선이 전북과 충남을 연결해 준다. 서남쪽 산기슭에는 백운사, 문수사, 백련사, 천일사 등의 사찰이 있다. 그 아래는 여산 송씨 문중의 영호제永頀齊와 울창한 송림과 시원한 계곡이 있어 천호산 주변의 경관이 뛰어나다. 특히 봄의 철쭉, 여름철에는 삼림욕과 피서지,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이 좋다.
▲ 여산송씨 제각에서 본 천호산     © 새만금일보

<山經表산경표>의 우리전통지리로 고찰해본 천호산의 산줄기는 이렇다. 금남호남정맥 완주 주화산에서 두 갈래를 친 산줄기가 남쪽으로 호남정맥을 보내고 금남정맥은 북으로 뻗어가며 입봉, 연석산, 운장산 서봉, 장군봉을 지나서 금만봉에 닿는다. 금만봉에서 또 다시 두 갈래를 친다. 동북쪽은 산경표의 금남정맥으로 대둔산을 지나 충남 부여로 뻗어간다. 금만정맥(만경강, 금강의 분수령)은 왕사봉, 칠백이고지, 선녀남봉, 불명산, 장재봉을 전북과 충남의 경계지역에 작봉산(418m), 까치봉(456m), 옥녀봉(410m), 등 올망졸망한 400m급 산줄기를 지나 전북의 서쪽 끝자락에 천호산을 일구어 놓는다.
천호산의 물줄기는 북서쪽은 여산천을 통하여 금강에 합수되고, 남쪽은 천호천을 통하여 만경강에 합수되어 모두 서해로 흘러든다. 행정구역은 완주군 비봉면과 익산시 여산면에 경계해 있다.
 
▶문화유적 및 명승지
[천호동굴]천호산의 서북쪽 기슭에 위치한 천호동굴은 1965년에 황성호 목사가 발견한 길이 800m의 동굴로서 1966년에 천연기념물 제177호로 지정되었으며, 약 4억년 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회암과 석회암층의 변성퇴적물이며, 종유석, 석순, 석주 등이 있다. 입구에서 50m 지점은 천장이 높고 폭도 넓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차 좁아지며, 입구에서 300m지점엔 수정궁(水晶宮)이란 광장이 절경을 이루며, 높이 12m의 석주와 직경 5m에 이르는 석순들이 많다. 동굴입구에 큰 간판을 붙인 익산석회공업사가 익산시로부터 허가를 받아 92년 6월부터 97년 6월까지 석회비료를 생산하는 석회석을 채취하면서 산허리를 절개하고 흉물스런 모습으로 방치하고 있어, 탐방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천주교 천호성지]여산면 여산리 숙정이는 병인박해 당시 수많은 천주교도들을 학살하여 순교자들의 피를 흘린 성지다. 여산 관아에서 형벌과 굶주림, 그리고 얼굴에 백지를 붙여 질식케 하는 백지사형과 교수형으로 죽어간 선열들의 뜻을 기려 순교비와 백지사 기념비를 세워 성지로 조성했다.

[천호산성] 천호산을 돌로 둘러쌓은 테뫼식 산성이다. 성의 둘레는 669m이며, 성곽의 폭은 약 4.4m로 비교적 넓게 성저(城底)를 잡았다. 봉수시설로 추정되며 속칭 태성(台城), 농성으로 부르기도 한다. 농성은 <조선고적조사자료> 익산 여산면조에 성 주변에서 백제 수막새 기와와 토기 조각들이 발견되고 있어 백제 때 초축한 것으로 사료된다는 기록이 있다.
[이병기 생가]천호산 입구인 신리마을 건너편 800m지점 진사동은 1920년대 시조부흥(時調復興)의 선구자이며, 1천여 편의 시조를 남기고 간 가람 이병기선생의 생가가 있다.
 
▲ 대치재     © 새만금일보
▶산행안내
o 1코스:외사마을-백련암-천일사-천호산-동능-북쪽안부-화산면 운산리(4시간30분, 12km)
o2코스:천호성지-놋집재-정상-놋집재-대치재-수봉산-요덕사-종리버스종점(6.5km,3시간30분)
o 3코스:외사마을-백련암-천일사-천호산-남능-문드러미재-도로-천호마을(9km,3시간 30분)
▲ 놋집재     © 새만금일보

▲ 놋집재에서     © 새만금일보
여산면 신리마을 도로변에 있는 천호주유소에서 동쪽의 시멘트 길로 접어들어 호남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면 외사마을이다. 새마을회관 앞 버스정류소가 등기점이 된다. 북쪽은 천호동굴로 가는 길이다. 동쪽 천호교를 지나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왼편으로 석회석광산이 훼손시켜 놓은 천호산의 흉칙스런 모습이 보인다. 유점마을에서 왼쪽 비포장길로 접어든다. 여산 송씨 제각과 송림과 유점마을을 지나면 오른쪽에 문수사, 왼쪽은 백련암, 가운데는 백운사, 오른쪽은 천일사로 가는 길이다. 낙엽송 군락과 백련암을 지나 천일사 옆 낙엽송과 소나무 군락 옆으로 15분쯤 되비알을 치면 금만정맥 능선이다. 서쪽은 문드러미재를 거쳐 천호마을로 가는 하산길이고, 동쪽으로 10분쯤 오르면 헬기장, 삼각점, 이정표가 있는 정상이다.
▲ 천호산 정상     © 새만금일보

정상에서 조망은 북으로 여산과 고속도로와 넓은 들녘이 다가오고, 주변의 올망졸망한 산들이 보인다. 하산은 여러 길이 있다. 남쪽은 놋집재를 거쳐 성호성지나 수봉산으로 가고, 서쪽은 금만정맥이나 여산으로 간다. 동쪽은 화산면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무너진 성터와 잡목숲을 지난다. 두 번째 갈림길에서 북쪽은 화산면 성치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동능의 봉우리를 2-3개 오르내리며 25여분을 가면 북쪽으로 마을과 비포장 길이 보이고 10여분 더 가면, 산불로 잡목이 우거져 등산로가 없다. 1시간동안 잡목을 헤치면 묘소 못 미쳐에서 왼쪽 낙엽송 군락지인 안부로 내려서서 40분이면 운산리 누하마을 삼거리 버스 정류소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은 총남 연무대 방향길이고, 오른쪽으로 8km 지점이 화산면 소재지이다.
 
▶교통안내
[전주-금마-여산] 직행버스 운행
[여산-외사마을-천호동굴]시내버스 10회운행
[운산리 누하마을-화산면소재지]1일 5회 운행(3시 간격)
 
/김정길 <전북산악연맹 부회장,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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