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졸업장을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6/02/12 [00:19]

빛나는 졸업장을

새만금일보 | 입력 : 2016/02/12 [00:19]

힘이 없는 우리민족은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겼다. 1909년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안중근의사의 의거는 꺼져가는 민족혼에 불을 지폈다. 1919년 3.1 독립만세운동이 삼천리반도에서 울려 퍼져 전 세계에 알려지니 일제는 문화정책이란 미봉책을 내세워 내변산 입구에 위치한 우리 마을 야산 공동묘지 터 위에 1922년3월 보통학교를 세웠는데 몇 년 만 지나면 100년이 된다.
어린 손자 같은 후배의 졸업식에 초대를 받아 참석하게 되었는데, 올해로 92회 졸업으로 6,450명을 배출하였는데 그 중 나도 한명이다. 
전교생이라야 11명으로 농촌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를 향해 떠나고 급격한 출생률 저하로 폐교직전에서 그래도 3명이 졸업을 하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학부형 몇 명과 교사와 초대받은 나를 포함한 20여명에 불과 한 조촐한 졸업식장이다.
식순에 의해 졸업장 수여와 재학생들의 졸업축하를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었는데 고사리 같은 어린이들의 현악기 연주와 피아노 협주 등이 참으로 보기에 좋았다.
내 어릴 때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의례적으로 부르는 노래 ‘빛나는 졸업장’이란 졸업식 노래를 부를 때 면 눈물바다를 이뤘다. 월사금이 없어 몇 번이나 퇴학을 맞을 뻔 했다가 졸업장을 받은 감격은 눈물덩어리 그 자체다. 그런데 오늘 졸업식 노래는 일제잔재 냄새가 나고 판에 박힌 전 근대적이라 하여 현대 감각에 맞는 ‘사랑으로’ 란 자유곡을 선정, 새로운 노래를 불러 진취적이고 자율적인 새로운 교육이념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내빈축사라기 보다 덕담 한마디를 해달라고 하여 뿌리칠 수 없어 마이크 앞에 섰다.
조촐한 졸업식장에 그래도 선배라는 입장에서 후배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당황하였다.
“오늘 졸업을 하는 김경수,이민경,허서연 졸업생에게 축하를 드립니다.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 16세기에 영국의 철학자요 정치가인 *프랜시스 베이컨이란 사람이 우리인간을 세 곤충에 비교 했답니다.
첫째는 개미 같은 인간으로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앞도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고 자기만 혼자 살겠다고 일만하는 개미 인간입니다.
두 번째로 거미 같은 인간으로 처마와 나무사이에 끈끈한 거미줄을 쳐놓고 다른 곤충이 걸리면 잡아먹고 배가 고프면 심지어 동료인 자기네끼리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놈이지요.
세 번째로는 벌 같은 인간입니다. 벌은 이 꽃 저 꽃을 돌아다니며 꿀도 따고 꽃가루 수정도 해주며 서로 돕고 사는 벌 같은 인간입니다.
여러분은 3곤충 중 어느 것을 택하겠습니까? 1번입니까? 2번? 아니면 3번입니까? 그렇습니다. 우리인간은 자기 혼자만 사는 욕심 많은 개미 같은 인간도, 남과 동료까지 해치는 거미 같은 흉악한 인간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우리 인간은 서로 돕고, 나눌 줄 아는 벌 같은 인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꿈을 가지십시오. 그 꿈을 향하여 열심히 노력하시어 훌륭한 사람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따라 하늘은 맑게 갠 화창한 봄날 같다. 내가 졸업하던 그 날 56년 전 키를 재던 교정의 작은 소나무는 어느새 거목이 되어 하늘높이 치솟고, 뭉게구름같이 잘 다듬어진 우아한 향나무는 그 몸통이 한 아름이 넘어 용트림을 하고 있다.
동쪽교정 유관순 동상위로 물오른 실버들 가지가 가볍게 흔들거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까악 까악 까치가 훌훌 날며 정겹게도 짖어댄다. 
학교당 앞산 골짜기에 쌓인 하얀 눈도 녹아내리고, 아랫녘에는 벌써 매화가 풍만하게 맺어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다는 꽃 소식이 들려온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속 깊은 곳에서 봄기운이 솟아나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입춘, 우수의 절후, 2월이 지나면 이 땅에 봄은 오련만 아직도 얼어붙은 3.8선이 가로막혀 오가지 못함은 누구의 죄인가. 100년 전 대한독립만세가 울려 퍼졌던 삼천리 조국강토에 3월이 오면 북녘 땅에도 어김없이 따듯한 봄은 찾아오리라. 오늘 빛나는 졸업장을 받은 후배들이여!
조국이 힘이 없어 나라를 빼앗긴 슬픈 역사를 힘! 힘을 길러 선배들이 이루지 못한 남북통일을 꼭 이루기를 기대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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