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일기(12)-들깨 농사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6/06/24 [00:08]

귀향일기(12)-들깨 농사

새만금일보 | 입력 : 2016/06/24 [00:08]

요즘은 들깨를 심는 시기이다. 5월 하순경에 씨를 뿌려 20여 일 간 모종을 키워 6월 하순경, 비가 오기 전날에 비 몰이 때를 맞춰 본밭에 옮겨심기를 하면 좋다.
일기예보를 들으니 비가 내린다고 하여 해가 뜨기가 바쁘게 일어나 탐스럽고 수북하게 자란 모종을 뽑아 독배미 긴 농수로 둑에 땀을 뻘뻘 흘리며 심기 시작 했다.
한참을 정신없이 심다보니 목도 마르고 배도 고파 아침을 간단히 먹고서 또 다시 남은 여백을 심기 위해 들깨 밭으로 달려갔다.
가뭄과 불볕더위에 먼지만 풀풀 날리는 본밭에 심었던 들깨가 고꾸라져 ‘주인님? 저에게 물 한 모금 주세요’라고 통사정을 하는 것 같아 아내는 심고 나는 바가지로 물을 퍼주었다.
길을 가던 행인이 하도 열심히 일을 하는 우리 부부의 모습을 보고 들여다보았다.  
그 행인은 다름 아닌 중학교 동창생인 L 이라는 말담 좋은 장소팔,고춘자 같은 친구였다.
‘아니 자네가 여기는 웬일이가?’ “이발소에 들려 이발을 하고 버스를 놓쳐버려 운동 삼아 서서히 걸어가는 중인데 두 부부가 하도 열심히 일을 하기에 들여다 본거라네”
그 친구 왈 “이제 힘든 농사일 그만 해도 될 나이가 아닌가?”
옆에서 듣던 아내가 ‘생물을 심어 수확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건강에도 좋고요’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아직은 건강하니 정년이 없는 농사일도 할 수 있고 등산도 하고 움직여야 건강에 좋다지 않다던가?’
“그렇긴 그러 하네만, 농주랑 한잔 하면서 쉬엄쉬엄 하게나...”
L이라는 친구는 그의 부친이 짓던 농사를 이어받아 한 때는 양계와 젖소를 친 진짜 농군이었다. 부동산 바람이 불어 그 꼬임 수에 엉뚱한 곳에 땅 투기를 하는 통에 어려움을 겪고 지금은 흙과 거리가 먼 구석진 곳의 주유소를 세를 내주어 그 끈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일을 마치고 나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저녁에나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우리 집에서 빤히 보이는 내변산 우슬재에서 비가 몰려오더니만 매 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었다.
검돌이란 놈이 하도 짖어대기에 나가 봤더니만 석불산 처사 ‘고균’이란 친구가 왔다.
‘이 사람아 잘 왔네. 좋은 들깻모가 있는데 비 몰이 하여 심으면 좋을 것 같은데 어쩔랑가?’
“좋지! 그거 나 주게나.” 우중인데도 아내는 깻모를 뽑아 2상자를 마련 해주었다.
다음 날 고균 집에 갔더니만 두 부부가 뒤란에 심어 놓았는데 간밤에 비를 맞아 싱싱하였다. 친구 고균은 서울에서 정년을 하고 귀향하여 석불산 자락 고향마을에 그림 같은 아담한 집을 짓고 500여 평 텃밭에 고추, 마늘, 양파, 상치, 마, 도라지, 참깨, 고구마, 딸기, 수박, 가지, 토마토 등 온갖 채소를 심었고, 과실나무로는 감나무,대추, 앵두,살구,매실,보리수,석류를 심어 가꾸고 수확하는 재미에 홀딱 빠져 농사철에는 여간 바쁘게 지낸다.
근면 성실한 친구 고균은 어찌나 알뜰한지 집안으로 들어오는 좌우 꽃밭에 온갖 기화요초를 심어 방문 할 때마다 꽃들이 방긋 웃고 꽃향기가 그윽해 기분이 좋다.
그 친구는 천성이 나누기를 좋아하여 친구나 친척들이 방문하면 텃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한 묶음씩 안겨주어 빈손으로 보내는 일이 없다. 아마도 뒤란에 심은 들깨도 수확해 나눌 것으로 본다. 들깨의 원산지는 동남아시아로 인도,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재배했다고 한다. 등 푸른 물고기에서 축출하는 오메가쓰리가 들깨에는 60%나 함유된 불포화 지방산으로 피부미용으로 건성을 방지하고 뇌와 망막,신경세포에 활력을 주어 불로장생하는 장수식품으로 요즘 들깨수재비가 인기다. 음식에다가 들깨가루를 듬뿍 넣어 먹기도 하지만 들깨를 살짝 볶아 껍질을 벗겨 아침이면 한 숫갈씩 먹은 탓인지 얼굴에 윤기가 돌고 내 머리카락은 흰머리가 별로 없어 염색을 안 하고 있다.  향이 좋은 잎은 쌈장을  하기도 하고 기름에 튀겨 먹기도 하고 간장에 재워 김치를 담아 먹으면 좋다.
8-9월에 하얀 꽃이 피어 10월 중순이면 수확을 하는데 잎과 열매 꼬투리가 누렇게 익어 가면 밭에 그대로 베어 놓았다가 바짝 마르면 넓은 포를 펴고서 회초리로 두들겨 털면 된다.
지난해에도 들깨를 심어 한 포대를 수확 했는데 올해도 땀 흘려 심은 들깨가 잘 자라 가을이면 풍성한 수확을 기대 해 본다.
글자 그대로 들깨는 척박한 들 아무데나 씨를 뿌려도 싹이 잘나고 잘 자란다.
요즘 건강, 장수식품으로 무슨무슨 축출 물로 이뤄진 최고의 장수식품 선전에 혹하지 말고, 내가 경험한 바로는 들깨를 장복하면 위장과 피부미용에 좋은 최고의 건강자연식품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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