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의 행복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6/09/23 [00:47]

추석날의 행복

새만금일보 | 입력 : 2016/09/23 [00:47]

3,500만 명이 대 이동을 하는 우리민족의 최대명절 추석은 그야말로 축제의 날이다.
타향객지에서 고달픈 생활을 하다가 고향을 찾아오는 자녀를 기다리는 애틋한  어머니의 모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며 동,서양이 같다.
매년 반복되는 명절이지만 올 추석에는 왠지 자녀, 손들이 보고 싶고 기다려진다. 
아마도 나이 들어 늙어가는 징조일까. 몇 개월 째 비한방울 없는 지독한 가뭄과 연일 무더위에 농작물이 타들어 가 텃밭의 채소에 물을 주는 일과 빨간 고추를 따서 훅훅 찌는 비닐하우스에 말리는 수고가 전년 보다 배나 힘이 들었다. 그래도 땀 흘린 보람으로 자연 친화적인 빨간 태양초 100여근을 말려 아들 딸네 올가을 김장고춧가루 걱정은 덜었다.
멀리 수도권에 있는 막둥이는 차가 밀려 자정쯤 출발 했는데 먼동이 틀 무렵에서야 졸음을 참으며 겨우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만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지난 해 부모님 유해를 합장한 산소에 심은 잔디가 올 같은 가뭄에도 파릇파릇 잘 자랐다.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면 가끔 찾아가 잡초를 뽑고 손질한 보람이 있었다.
누군가가 앞서 묘소 상석 화병에 꽃아 놓은 하얀 국화가 우리가족들을 반긴다. 한 줄로 길게 늘어서 우리의 몸을 있게 해주신 선조와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 기도를 드렸다.
가난한 시절 6남매를 낳고 기르시느라 한 평생 고생만 하신 부모님, 여느 부모님도 그렇게 살다 가셨겠지만, 유독 나의 부모님은 늦게 얻은 자식걱정만 하시다가 저 먼 나라로 가셨다. 자녀,손들을 앞세워 산소를 찾아 뿌리를 알게 하는 아름다운 전통의식은 가족이 있기에 아직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연휴가 긴 올 추석은 해외여행객이 97만 명으로 사상 최대로 비행기 표가 매진이 되었다고 한다. 동남아나 먼 나라 여행을 갈 때 그래도 제수품을 마련하여 현지에서 제사를 올린다니... 우스갯소리로 그 먼 나라에 조상신이 어떻게 따라 갔겠느냐?는 힐문(詰問)에 그래도 안올리는 것보다 낫지 않겠느냐는 일명‘여행 망배족’의 변이다.
추석멸절에 어느 며느리는 친정집을 먼저 가야 한다느니, 아들은 아니다 시댁 우리고향집을 먼저가야 옳다는 다툼이 벌어져 파경에 이르기도 한다니 참으로 어리석은 부부들이다.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젊은 세대들의 '최근 5년간 이혼통계'를 보면 명절 전후인 2~3월과 10~11월의 이혼 건수는 바로 직전 달보다 평균 11.5%가 많았다고 한다.
동양문화는 효(孝) 문화라지만 지금은 조선조의 복잡한 관혼상제의식을 억지로 강요하는 가문도 없을뿐더러 부모님 사후 3년간 시묘살이는 아주 먼 옛날이야기로써 모든 것이 한 시대에 맞게 발전해가기 마련이다.
일 년이면 한두 번 명절 날 부모님 살아생전에 형제자매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 우의를 다지고 그리운 정을 나누며 오래지 않아 떠나가실 부모의 마음을 즐겁게 해드리는 이것이 곧 효도다.  
여기서 조선조 *정철(鄭澈)의 짧은 시 한수를 소개 할까 한다.
[형아 아우야 네 살찜을 만져 보아서 뉘 손에 태어났기에 모양부터 같은가
한 젖을 먹고 자라나서 다른 마음을 먹지 마라]
한 몸에서  태어난 형제들은 어머니 품안 같은 고향 땅을 항상 그리워한다.
명절날 조금은 몸이 고달프고 괴로워도 가족을 만나는 기쁨 때문에 피로 한 줄도 모른다.  부모에게 짜증을 내는 자식들에게 ‘너도 자식 낳아 길러봐야 내속을 알 것이다.’란 말씀의 의미를 뒤늦게 알 때쯤이면 세월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세계15위란 경제대국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꼴찌라는데, 세계적으로 행복지수가 높은 아이슬란드는 그 비결이 가족과 함께하는 데 있다.
남미의 멕시코, 프에로 토리코는 30%가 빈곤층이지만 역시 가족과 함께 하는데서 행복지수가 높음을 알 수가 있다. 비록 가진 것은 없어도 가족이란 끈끈한 정과 사랑으로 위로하고 작은 것이라도 나누는 삶이 바로 사람 사는 재미가 여기에 있다.
더도 덜도 말고 중추가절! 고향집 추석 명절은 살아 있을 동안 온가족이 모여서 즐거운 파티를 여는 행복의 쉼터요, 지친 몸을 쉬어가는 정거장이다. 한가위 둥근달이 구름 속에 숨어드니 곱게 물들인 오색 달무리가 드리워지더니만 드디어 기다리던 단비가 내리니 그 저 행복감에 취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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