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도로(十二道路)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7/02/08 [00:22]

십이도로(十二道路)

새만금일보 | 입력 : 2017/02/08 [00:22]
십이도로(十二道路)는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 전주-남원 간 도로변에 있는 좁은목 도로를 각각 12개 모습으로 다양하게 표현한 말이다. 대개 좁은목 12곡(曲)이라고 부른다. 좁은목 12곡에는 각각 12가지 사연을 안고 있다. 12가지 사연마다 불가에서 말하는 5욕7정의 역사와 한옥마을의 세상사를 보듬고 있다. 또한 이곳에 있는 좁은목 약수터는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좁은목은 전주시내에서 한양에서 남원으로 이어지는 길 중간에 있다. 더 멀리 보면 한양 즉 오늘 날 서울에서 남원까지 이어진다. 자그만치 약 6백30여 리에 이른다. 숭례문에서 시작해 칠패, 팔패를 거쳐, 이문동- 도제골-쪽다리- 청파배다리- 돌모루- 밥전거리- 모래톱- 동재기(동작진)- 승방들- 남태령- 인덕원- 갈미- 사근내- 군포내- 미륵당- 지지대- 참나무정이- 교구정- 팔달문- 상류천- 하류천- 대황교- 진겨골- 떡전거리(병점)- 중밋오밋(중미현)- 진위- 칠원- 소새비들- 천안삼거리- 김제역- 덕정- 원터- 광정- 활원- 모로원- 새술막- 공주금강- 경천- 노성- 은진닥다리- 황화정- 능기울- 여산관- 삼례역- 고산- 전주- 남천교- 반석(半石)말- 한벽당- 좁은목- 만마동- 노구바위(노고바위)- 임실관- 오수참(獒樹站)- 남원까지다.
좁은목은 재미있는 유래가 있다. 전주천의 상류는 동남방 약 20KM 지점 노령산맥 분수령의 슬치(瑟峙 약230m)에서 발원한다. 완주군 상관면과 임실군 관촌면의 군 경계를 넘는다. 남쪽으로는 섬진강 경사면과 북쪽의 만경강 경사면의 분수령을 넘어 전주~남원 간 국도를 따라 남하한다.
이러한 전주천이 전주에 진입하는 곳을 좁은목이라고 부른다. 좁은목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규암맥(硅岩脈)이 줄기차게 뻗어 있었다. 따라서 이 암벽이 물이 흐르는 방향을 정면으로 가로막았다. 이곳을 뚫고 흐르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규암맥의 높이는 현재의 남고사(南固寺) 산기슭 정도의 높이가 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상류의 하상 높이도 그 이상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홍수 때가 되면 많은 수량이 좁은목에서 폭포수로 바뀌며 장관을 이루었다. 그러다가 차츰 암반이 낮아져 여울로 흘렀을 것이다. 그래서 이 규암맥을 가리켜 병풍바위라 했다. 그리고 병풍바위 부근을 좁은목이라고 했다. 이 좁은목에는 삭탈 관직당하여 귀양길을 나서는 탐관오리의 도포자락에 찬바람이 스며든다는 열두곡(十二曲) 설화 등이 매우 흥미롭게 전해진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좁은목 약수터는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고 수백 년의 세월을 말해준다.
좁은목은 전주 삼대한풍(三大寒風)으로도 유명하다. 삼대한풍(三大寒風)은 전주 시내 '좁은목-초록바위-숲정이' 등 3개의 바람통을 말한다. 세 곳의 바람 길목 또는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곳, 등골이 시원한 곳을 가리킨다. 3대 바람통 가운데 좁은목은 한벽당에서 남관 쪽으로 물길을 따라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만나는 바위 밑을 가리킨다.
진동규 시인은‘좁은목 약수를 마십니다’란 시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 이성계의‘도조인지 익조인지 환조인지, 아무튼 이태조 웃할아버지는 소싯적 전주천 한벽당 돌아 병풍바위 밑에 소낙비를 피하다가 그 바위 무너지는 순간에 빠져나와 목숨을 구했답니다. 저고리도 벗어던지고 빠져나왔습니다만, 피하지 못한 동네 아이들은 그 자리에 다 죽고 말았답니다. (중략)물통 밀어대면서들 웃고 그럽니다만 바윗돌에 깔리는 모습이, 살겠다고 웃통 벗고 도망치는 모습이, 푸른 연기 속으로 아른거리고 그럽니다 > 여기서 이태조 웃할아버지는 이성계의 고조부인 이안사(李安史)일 것이다. 그는 바로 전주시 교동 자만동 마을에 살았던 사람이다. 사연이 있어 멀리 강원도 땅을 거쳐 함경도에서 자리를 잡았다. 훗날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는 데 필요한 기반을 처음으로 제공한 인물이다.
춘향로에 자리한 좁은목은 임진왜란 당시에는 의병장 이정란이 곰치를 넘어 이곳으로 진격해오는 왜군을 합공작전으로 물리쳐 전주성을 지켜낸 곳이다. 예나 지금이나 전주에서 남원으로 나가는 주요 관문이다. 물맛이 좋기로 유명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좁은목 12곡은 ①참선로(參禪路):아득한 천고의 옛날에 도인들이 염주에 지팡이를 짚고 돌아 닫던 길 ②축성로(築城路):불세출의 영걸 견훤이 동고성, 남고성, 고달성을 쌓아 닦던 창검의 길 ③호운로(虎隕路):목조 이안사와 함께 놀다 천지가 개벽하듯 삽시간에 목숨을 앗아간 길 ④개선로(凱旋路):왜구 아지발도를 쏘아 정벌하고 선영터를 들어오는 태조 이성개의 천기 왕운이 비추인 길 ⑤절개로(節槪路):오백년 사직에 맹세하는 일편단심으로 말을 몰라 도포자락 날리며 만경대로 달리던 포은 정몽주의 길 ⑥함원로(含怨路):정유재란 때 전라도를 쳐들어 온 왜구가 막은 댐이재를 넘어 전주를 짓밟은 길 ⑦벽제로(辟除路):수령들의 도임, 순행으로 벽력같은 소낙지에 병풍바위 메아리치던 길 ⑧유찬로(流竄路):삭탈관직에 귀양길로 접어드는 도포자락에 스며드는 찬바람 부는 길 ⑨암행로(暗行路):성춘향을 오매불망하던 이몽룡이 남원 출도 길로 잡아 돌아가던 길 ⑩분산로(噴散路):녹두 꽃잎들이 산산이 흩날려 갈리던 동학농민군들이 분을 품고 흩어진 길 ⑪유랑로(流浪路):남부여대 패랭이에 괴나리봇짐을 지고 병풍바위를 문턱으로 길손 되던 길 ⑫산수로(山水路):천하의 영화를 초개와 같이 버리고 칡넝쿨 짜 입은 옷을 입고 구름 따라 돌아다니던 길
(정복규 기자)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전주-완주 110경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