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前官禮遇)의 폐단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7/04/20 [00:49]

전관예우(前官禮遇)의 폐단

새만금일보 | 입력 : 2017/04/20 [00:49]
전관예우(前官禮遇)란 말은 전관(前官)과 예우(禮遇)의 합성어이다. 전관은 판검사로 재직하던 사람이 변호사가 되었다는 뜻이다. 예우는 청탁을 주고받는 로비의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을 종전에 몸담았던 법원이나 검찰조직에서 관행으로 인정해준다는 의미다.
전관예우가 사회문제로 여겨지면서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이후 법조계에 등장한 새로운 계층, 연변(사법연수원 변호사) 때문이다. 예전에는 전관이 인맥과 조직 장악력으로 로비나 청탁을 해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전관이 아닌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전관예우가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전관예우는 법조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어왔다 이를 방지할 목적으로 변호사법 개정을 통해 판·검사로 재직하던 전관 변호사는 개업 후 2년간 퇴임 전 소속되었던 법원이나 검찰청의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했다. 이 법은 1998년 '의정부 이순호 변호사 사건'을 계기로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되었다.
그러나 변호사업계와 국회 법사위원회 위원들의 이해관계에 밀려 법안 상정이 유보되었다. 그 뒤 1999년 1월 발생한 '대전 이종기 변호사 사건'을 계기로 재입법이 추진되어 2000년 1월 전면 개정이 이루어졌다.
전관예우는 부패의 사슬이다. 높은 연봉이나 많은 돈을 받은 전직 공직자는 그 값어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공공기관에 대하여 영향력을 미치려한다. 그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나 로비가 일어난다. 설령 전직 공직자가 부정한 청탁이나 로비를 하지 않더라도, 공공기관에서 먼저 알아서 전직 공직자의 업무의 편의를 봐주는 경우도 있다.
퇴직 법관에 대한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해서 대한변호사협회는 퇴직하여 변호사 개업을 한 자는 퇴직일부터 2년 동안 수임한 사건에 관한 수임 자료와 처리 결과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마다 소속 지방 변호사회에 제출해야 한다. 지방변호사회는 제출받은 자료를 윤리협의회에 제출하도록 변호사법이 규정하고 있다.
전관예우 금지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많다. 변호사법은 판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퇴직 전 1년부터 퇴직한 때까지 근무한 국가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을 1년 동안 맡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사장급 이상 검사나 대법관 등은 특정 관할지역이 없기에 변호사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또한 마지막 근무지가 아닌 곳에서 변호사를 개업할 수 있다.
대형 로펌들 그리고 정부와 법의 비호를 원하는 대기업들도 이들을 마음껏 예우·고용할 수 있다. 전관예우 금지법은 행정 관료들에게 적용되는 공직자윤리법에 비해서도 너무 관대하다.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전 5년간 소속 부서의 업무와 관련 있는 민간 기업에 2년 동안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2011년 전관예우 금지법이 포함된 공직자윤리법이 만들어질 때 국회 내의 율사 출신들이 힘을 쓰면서 법조계에만 유리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전관' 발생 가능성을 원천차단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에는 퇴직 공무원들이 공직과 관련된 업체에 재취업하면 연금까지 빼앗아 가는 엄격한 조치를 취한다. 미국은 '법조 일원화' 체계가 잘 이뤄져 있어 전관예우가 들어설 여지가 없다.
법조 일원화란 변호사 중에서 판사와 검사를 임용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변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대부분 변호사로서 일을 시작한다. 이후 지방검찰청에서 검사에 대한 수요가 있으면 지원해 검사로서 일을 한다. 10~15년 법률지식과 실무를 익힌 뒤 판사로 진출하는 시스템이다.
지방검사장도 주민 선거에 의해 선출되기 때문에 책임 있게 검찰 조직을 관장할 수 있다. 현직 판검사가 전관 변호사를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도 합석하지 않는다. 마주친 사실까지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할 만큼 윤리 기준이 엄격하다. 대법관은 종신직이어서 전관예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전문 로비스트를 허용한 미국은 고위공직자 임용 전 230개가 넘는 검증 과정을 거쳐 '전관예우' 공직자를 사전에 걸러낸다. 법무부 공직자의 경우는 종교, 소득, 통장 잔고 등 갖가지 개인정보를 상원에 제출해야 한다. 청문회 과정에서 불법이나 편법이 발견되면 여지없이 낙마시킨다.
일본에서 전관예우가 없는 이유는 소득을 보장해주는데 있다. 일본의 판검사들 임금은 일반 대기업보다 많다. 고위직 출신 판검사 퇴직자들에게는 공증인 자격을 부여해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준다. 법적으로 공증 업무에만 종사하도록 하면서 정부에서 준연금제도 비슷하게 일정 수입을 보장한다. 인사제도상 퇴임 시 60세가 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여유롭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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