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대란 과연 막을 수 없나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7/04/27 [00:02]

보육대란 과연 막을 수 없나

새만금일보 | 입력 : 2017/04/27 [00:02]
올해 대선에서 매년 어린이집‘보육 대란’이 일어나는 누리과정에 대해 차등 지원하자는 공약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모 후보는 서민복지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현재 일괄적으로 29만원씩 주는 누리과정을 개편해 소득 수준에 따라 5단계로 차등 지원하겠다”며‘누리과정 차등지급’정책을 밝혔다.
소득 하위 20% 이하 가정은 현재 지원액의 2배를 주는 대신, 소득 상위 20% 이상 최상위 계층은 보육료 지원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누리과정 차등 지원 공약이 보편적 복지에서 선별적 복지로 바뀌면서 어린이집을 둘러싼 예산 갈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누리과정을 보편적 복지로 모두에게 균등하게 주는 방식이 오히려 보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방 교육청들이 누리과정으로 보육 예산이 부족하면서 보육 교사 처우 등 교육 사업에 제대로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누리과정이 차등 지급으로 바뀔 경우 해당 대상은 좁아지지만, 보육의 질은 더 높아지는 면은 있다고 평가한다. 누리과정 차등 지원이 전체 보육의 질을 생각하면 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의 누리과정대로라면 보육교사들의 처우개선이나 저소득층 추가지원 문제를 재정상 해결하기 어렵다. 자가 부담이 가능한 가구는 자가 부담을 시켜, 거기서 나오는 재원으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전체 어린이집 중 민간 어린이집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누리과정 예산이 과도하게 민간 보육 기관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적어 사립·민간 어린이집 이용률이 70% 가까이 된다. 누리과정 예산액이 민간 보육기관으로 거의 다 흘러 들어가는 게 과연 옳은지 검토해야 한다.
보육료는 어려운 아이들에게 조금 더 보전하는 것이 오히려 더 공정하다는 주장도 있다. 고소득 계층에 대한 지급액을 없애고 저소득 계층에 대한 지급액을 늘리기보다는, 현재 지급하고 있는 액수는 기본적으로 지급하되 추후 증액분을 소득이나 자녀수를 고려해 차등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리과정 차등지급 공약이 현실화되기는 매우 어렵다. 어떤 복지든지 대상을 줄이는 것은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줬다 뺐는다’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보편적 누리과정의 수혜를 입고 있는 3~5세 영·유아 학부모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자금을 줄이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차등 지급을 실현하려면 꼭 금전적인 방법이 아니라도 국·공립 유치원 우선 배정권과 같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누리과정 차등 지급으로 피해를 볼 고소득 가정의 경우, 추가적 재원으로 더 나은 보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반발이 심하지 않을 것이다.
저부담·저복지에서 중부담·중복지 기조로 변화해가는 시대 흐름에 반(反)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와 교육 전반에 국가의 역할이 확대되는 추세에 차등 지원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국가가 의무교육을 확대하기 위한 추세에서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에 포함하겠다는 공약까지 나왔다. 3~5세 아동도 점차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는 게 맞다는 것이다. 국가 책임의 관점에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고민해야지, 어린이들을 소득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누리과정 차등지급 공약이 고질적인 누리과정의 재원 문제 갈등에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누리과정을 차등 지급할 경우 지방 교육청이 예전보다 여유가 생긴 돈으로 편성을 거부했던 어린이집에도 예산을 배정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근본적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소관 기관 문제를 정리하는‘유보 통합’이 필요하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예산 편성 갈등이 풀어져야 해결이 가능하다. 누리과정 차등 지급은 예산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순 없다.
한편 전북도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긍정적 검토를 하겠다고 나섰다. 전북도교육청은 그동안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정부가 책임져야 할 몫’이라며 예산편성을 전면 거부해왔다. 특별회계법에 따른 누리과정 전입금은 5월에 모두 소진된다.
이런 가운데 전북도교육청이 누리과정과 관련된 예산을 추경에 편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에서 더 이상의 보육대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조기 대선에 따른 정부의 정책변화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북도교육청이 오는 7월께 열리는 추가경정예산에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부족분(432억원) 편성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입장 변화는 부족분의 누리과정 예산을 추경에 편성하지 않을 경우 예산 자체를 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 누리과정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 변화가 발생해도 집행 자체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타 시·도교육청의 경우 정부 책임을 주장하면서도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했다. 반면 전북도교육청만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다른 시도 교육청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누리과정의 재원(財原)은 지방교육 재정 교부금이다. 그런데도 중앙정부는 누리과정을 신설한 이후에도 별도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재정 부담을 각 지방교육청이 기존의 교부금으로 충당케 했다.
현행법상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의 영유아보육법, 유치원은 교육부의 유아교육법에 의해 설치됐다. 그러나 누리과정을 적용하면서 기존 보건복지부에서 관할하던 어린이집 무상보육 예산 부담을 교부금 증액 없이 지방 교육청으로 넘겼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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