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가난의 대물림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7/05/11 [00:20]

부와 가난의 대물림

새만금일보 | 입력 : 2017/05/11 [00:20]
부와 가난의 대물림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경제적 상위계층과 하위계층은 자녀들의 진학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잘 사는 집 자녀일수록 특목고 등 명문대 진학에 유리한 고등학교에 재학하는 비중이 높다. 반면 가난한 집 자녀일수록 대학 진학율이 낮은 특성화고(옛 실업계)에 재학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다.
능력보다 학벌이 중시되는 사회는 퇴보하는 법이다. 대학 진학에 사교육이 영향을 미쳐서도 안 된다. 집안 사정에 따라 취업 전망도 크게 엇갈리는 등 취업시장에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잘못된 사회다. 사교육-대학진학-취업으로 이어지는 부와 가난의 대물림이 구조화하고 있다.
서울대에 입학한 서울 출신 학생 가운데 특목고, 범강남권(강남3구+강동, 광진, 양천) 출신이 70%를 넘는다. 일반고, 비강남권 출신은 30%가 되지 않는다. 부모의 학력, 자산, 소득에 따라 자녀교육의 질이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셈이다.
서울지역 출신 학생의 서울대 입학생도 특목고 졸업생이 40%가 넘는다. 지난 10여 년 동안 두 배나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강남 3개구(서초, 강남, 송파) 출신을 합치면 65%가량에 이른다. 범강남권(강동, 광진, 양천 목동)까지 합치면 75%에 육박한다. 나머지 20여개 구 출신의 일반고 및 기타 졸업생은 모두 합쳐 25%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부모세대의 사회경제적 계층(지위)→사교육→특목고(범강남8구/자사고)→대학진학→사회적 네트워트→취업(승진)→ 자식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재생산’이라는 대물림 구조를 드러내는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 개선은 요원하다. 오히려 세습화 즉 대물림되고 있다.
‘부와 가난의 대물림’이 진학과정에서 구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로스쿨 졸업생 가운데도 절반가량이 특목고와 강남3구 출신이다. 마치 특목고가 검사를 양성하기 위한 특수목적고가 된 듯하다.
한국의 저학력자에 대한 '사회적 배제'는 심각하다. 실제로 OECD 회원국가 중에서 학력에 의한 '사회적 배제'가 가장 극심한 나라로 분류된다. 한국의 고졸미만은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심각하게 배제되고 있다.
그 격차가 충격적이다. 핀란드, 캐나다, 체코 등은 대졸자보다도 고졸 미만의 학력자가 오히려 사회적 네트워크는 풍부하다. 일본도 전체 평균보다 높다. 한국의 사회적 생태계가 어떻게 다른지 검토해야 할 때이다.
이제 한국은“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회적 믿음이 약하다. 이는 여러 가지 부정적 영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회 전체의 문제로 나타난다. 저출산고령화, 저성장고실업 사회에서 사회적 이동성이 낮아지면 성취동기나 경제활동 유인동기가 저하하여 사회적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
저개발국, 개발도상국에서는 빈부격차가 크고 사회적 이동성이 낮아도 상당한 출산율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사회는 오래 전에 그런 단계를 넘어섰고, 전통적으로 평등의식도 강한 편이다.
그만큼 빈부격차와 사회적 이동성은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교육의 대물림’이 고착화될수록 청년실업, 만혼, 저출산에도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결국 합계출산율을 더욱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천부적 자질을 타고 난 아이라도 나쁜 환경에 노출되면 잠재성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 모든 아동에게 충분한 영양공급과 양질의 교육적 투입이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도‘무상급식’을 놓고 수년째 원색적 비방을 하고 있다. 사회의 질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정부의 재정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대한민국은 계층 이동 사다리가 끊어진 사회다. 이는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6`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국민 10명 중 6명은 노력해도 계층 상승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매우 우울한 통계다. 심각하게 절망적이 수치다. 20년 전에는 10명 중 0.5명만 비관적인 응답을 했다.
자식 세대의 장래에 대해서도 어두운 전망이다. 부와 가난의 대물림을 당연하게 여기게 된 것은 서글픈 일이다. 젊을수록 더 비관적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30대 국민 10명 중 6명이“내 자식은 계층 상승이 어려울 것”이라고 응답했다. 미래 세대는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만큼도 살기 어려울 것이란 체념에 빠져 있는 것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를 보면 부모의 학력·소득에 따른 학생의 점수 차이는 한국이 44점이다. 미국(33점), 덴마크(34점), 영국(37점), 일본(42점)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영국은 부모의 학력·소득이 학생 성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줄고 있다.
한국은 이런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이는 비정상적인 사교육이 문제다. 공교육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교육 형평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창업을 통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꿈도 사라졌다.
우리 사회는 극심한 노동시장 양극화로 청년이 희망을 잃었다. 기성세대는 사교육비와 주거비용 마련으로 가계 빚 부담에 짓눌려 미래를 두려워한다. 끊어진 계층 이동 사다리를 복구하려면 청년 고용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아 교육시킬 수 있다. 내 집 마련도 가능해진다. 그리고 노후를 기약할 수 있다. 노동개혁과 구조개혁이 지체 없이 이뤄져야 한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끊어진 계층 이동 사다리 복원이 시급할 뿐이다.
그러지 않고는 양극화의 골이 더욱 깊어질 뿐이다. 희망이 없는 절망의 나라로 나갈 뿐이다. 스스로의 노력이 아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가 사회의 계급을 결정한다는 `수저계급론`은 이미 국민을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국민 절반이 끊어진 계층 이동 사다리에 절망하고 있다. 계층 이동 사다리 복원이 시급할 뿐이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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