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전북대중일보 | 기사입력 2009/06/24 [11:02]

새로 나온 책

전북대중일보 | 입력 : 2009/06/24 [11:02]

 

조종영 수필 '강아지 똥과 엘레지'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들춰보는 일이었다. 겹겹이 싸인 양파껍질을 벗겨내듯이 나를 감추고 있는 너절한 포장을 한 겹씩 들추며 비로소 자신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삶에 찌들고 닳아서 정서는 메마르고 감정은 무디어가는 보잘것없는 나의 재발견이다. 비록 늦게나마 이런 기회마저 얻지 못했더라면 나는 끝끝내 자신을 전혀 모르고 살다가 죽었을 것이다."

32년 동안 한몸과도 같았던 군복을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은 조종영 수필가의 '강아지 똥과 엘레지'(수필과 비평사)가 출판됐다.

육군 대령으로 나라를 지키던 그가 우연히 전주에 발을 들여 놓으며 늦깍이로 문학에 발을 디딘 조종영 수필가가 계간지 '좋은 문학'으로 등단한지 3년도 안돼 처녀수필집 '강아지 똥과 엘레지'를 펴냈다.

평생을 군문에서 보낸 그가 써낸 글은 딱딱하고 무겁기만 할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견. 하지만 그의 작품은 상상을 뛰어넘는 서정적인 문장들로 가득 차 아름다운 수필의 꽃을 피워 낸다.

또한 김학 수필가는 '가을 산에 오르면'을 보며 "수필가 조종영은 산에 오를 때에 땅만 바라보고 뚜벅뚜벅 걷는 것이 아니라 오감을 다 풀어놓고 감각적 감성으로 받아들인다"며 "그렇기에 그의 작품의 문장은 소녀의 감상문처럼 나긋나긋하고 풋풋하며 감각적이다"고 평했다.

한편 조 씨는 "아직 내놓을 만한 재주도 이력도 전혀 없는 주제에 모자라는 글을 모아 책을 내는 일이 조심스럽지 않다면 그것이 더 이상스러울 것이다"라고 겸손히 말한다. /이수진기자

 

라대곤 여섯번째 장편소설 '유산'

스스로 이야기꾼임을 자처하는 라대곤씨의 여섯번째 장편소설 '유산(수필과비평사)'이 출간됐다.

요즘 같이 어지러운 시대의 분노와 아픔을 고발하는 책임감 있는 소설을 펴내고자 하여 발간한 '유산'은 이복형제 이야기와 도덕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불법 장기 매매, 인간의 집단적 무의식으로 내려온 선악의 양면성을 상징하는 뱀까지 친숙하지 못한 다양한 소재로 예기치 못한 우리 사회의 세태를 풍자한 소설이다.

금강하구둑 옆 조그마한 마을 둔덕리가 배경인 이 소설은 이미 가정이 있던 아버지, 처녀의 몸으로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고 것도 모자라 첩살이에 남편의 병간호까지 하는 어머니, 아버지의 버림으로 중증치매 환자인 어머니를 혼자 간호하는 아들 대두 등 사회의 역경을 짊어지고 삐뚫기만한 이들이 그 주인공이다.

오래도록 소식을 끊고 살았던 아버지의 부음 소식. 그리고 다시 찾은 둔덕리. 원수같은 이복형이 전해준 대두에게 남긴 아버지의 유산.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라대곤 씨는 "주변에서 이웃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들었던 이야기 중에 좀 유별났던, 이복형제간의 갈등 이야기가 오랫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었다"며 "그러나 이복형제지만 혈연이라는 도덕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고, 장기 매매 등 의학이라는 특정 분야, 그리고 뱀까지도 모두 친숙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각색하는 과정에서 어색하고 현실감에서 멀어진 점도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이수진기자

 

한경선 수필 '빈들에 서 있는 지게 하나'

내가 글을 쓰는 일은 세상을 향해 어설프게 내미는 손짓이다. 이미 혼자 쓰고 보는 글이 아니기에 늘 그랬듯이 세상과 사람을 따뜻한 눈으로 보는 것이다. 서툰 몸짓을 종이에 새기는 일이다. 더러 손을 베이더라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종이를 함부로 대하지는 않겠다.

세상을 향해 뻗친 곧고 긴 뿌리들이 깊이 밖힌 그녀의 글, 한경선 수필집 '빈들에 서 있는 지게 하나'(수필과비평사)가 발행됐다.

한경선 수필가의 글은 우리 주변 또는 나 자신의 이야기이다.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여자로서, 딸로서 부인으로서 그리고 며느리로서 사람사는 모습과 정을 느낄 수 있는 가슴 따뜻한 그녀의 이야기.

제1부 '꽃맞이' 제2부 '무릎 꿇고 있는 나무' 제3부 '마당 넓은 집' 제4부 '빈들에 서 있는 지게 하나' 제5부 '문화 마주 보기' 등 총 5부로 엮였다. 4부에 수록된 '몸짓 새기는 일'에서 화자는 "글씨기는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 넉넉한 마당"이라며 속내를 풀어놓는가 하면 1부 '돌 위에 피어난 봄'에서는 천상 여류작가 답게 서정적인 봄을 담아 냈다.

특히 200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빈 들에 서 있는 지게 하나'와 수필과비평 신인상 수상작인 '수의짓기 잔치'는 시부모를 추억하는 글로 깊고 진한 애(愛)를 자아낸다. /이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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