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이 나라를 망친다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7/09/06 [16:22]

정경유착이 나라를 망친다

새만금일보 | 입력 : 2017/09/06 [16:2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정경유착과 경영권 세습에 대한 경종이 울린 셈이다. 그동안 53회의 재판을 통해 쌍방 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있었다. 결국 그룹 현안 해결을 목적으로 정권과 부정한 거래를 한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이번 재판은 국정 농단과 정경유착을 단죄하는 역사적 재판이었다. 기업의 뇌물수수 금지법 도입과‘경제민주화’시행령 강화 등 법과 제도를 통해 재벌들의 이런 행태를 막아야 한다. 고질적 병폐인 정경유착의 폐습을 끊어야 한다.

정치권은 큰 틀에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형량 등 각론에 있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삼성에 대해선 대국민 사과와 함께, 건전한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징역 5년'이라는 형량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횡령과 뇌물공여, 재산국외도피 등 범죄 사실에 비해 형량이 낮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본질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적인 유착이다. 재판부는 이건희 회장 이후를 대비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대통령에게 승계 작업의 도움을 기대한 거액의 뇌물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번 사건은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범죄다. 정경유착 근절을 위해 불법을 저지른 기업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당연하다. 기업인에 대한 특혜성 사면복권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경유착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차단하려면 제도와 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하다.

삼성뇌물사건의 판결문을 보면 정경유착이 갈수록 공식화·조직화·상시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이번 재판 자체를‘우리 사회의 반(反)재벌 정서에 편승한 인민재판’으로 폄하했고 경제적 악영향을 부각시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재벌 그룹 총수가 관련된 불법·비리 사건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과 사면 등의 특혜가 마치 관행처럼 굳어진 것은 사실이다. 총수의 불법배임을 통한 정경 유착을 막기 위해선 상법상 이사회의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사내 이사는 노동자 이사를 두고, 사외 이사는 시민ㆍ소비자 단체 추천 이사들을 두도록 해 거수기가 아니라 실질적인 토론을 통해 의사 결정을 하도록 바뀌어야 한다. 큰 틀에서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총수ㆍ가족 위주의 소유지배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정경유착의 근본적인 해법이다.

장기간 조직적으로 관리되는 기업형 뇌물의 경우 윗선끼리는‘잘해봅시다’정도의 큰 틀에서 교감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행위는 아랫사람들이 진행한다. 청탁과 대가의 관계가 애매해 뇌물죄 적용이 쉽지 않은 만큼 부패행위를 엄단하기 위한 규정 정비가 필요하다.

국내 법규를 보면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자에 대한 규제는 있지만 기업이 뇌물을 제공하는 행위에 대한 직접 규제는 없다. 이재용 부회장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정유라씨 승마 지원을 위해 돈을 송금한 삼성전자는 벌금 등의 처벌을 받지 않았다.

기업의 금전적 로비활동을 직접적으로 규제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공직자 윤리법, 공익신고자 보호법, 김영란법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과 영국, 캐나다는 모두 관련법을 마련해 직접적으로 기업의 뇌물수수 행위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다.

미국에선 투자자들이 주주제안을 통해 기업에 정치자금 지출에 대한 공시 요구를 강화하고 있다.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기업 로비활동에 대한 공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시행령 등 하위 규정 개정을 통해‘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시행령으로도 추진 가능한 경제민주화 정책은 상당히 많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주주권 강화, 회계·감사의 투명성 강화,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해당된다. 상법 시행령에서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을 강화하면 총수 일가로부터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외이사가 해당 회사에 6년 이상 장기 재직할 수 없는 규정 등을 시행령에서 만들 수 있다. 자발적인 정치인 후원 문화가 부재하고 지역구 관리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되는‘고비용 정치구조’도 문제다.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집중된 권력구조·인사권을 매개로 정치집단이 관료를 통제하는 등 집중된 권력의 문제도 있다. 의회권력의 한계, 행정부 내 감시기능의 미비 등을 이유로 이를 견제하지 못하는 상황도 개선되어야 한다.

후진적 기업지배구조 문제도 심각하다. 산업별로 차이는 있으나, 정경유착은 정부의 규제가 많은 산업에서 많이 발생한다. 기업이 행정부의 규제권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행사될 수 있게 노력하는 과정에서 정경유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찬성취지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악질적인 정경유착 사례다. 정경유착 근절을 위해서는 ▲청탁금지법의 강력한 시행 ▲대통령 권력의 분산 ▲규제권한의 분권/민간화 ▲검찰개혁 등이 절실하다. ▲전관예우 근절 등 사법 개혁 ▲이사회 독립성 강화 ▲기업지배권 승계의 종식 등도 필요하다.

지주회사 설립·전환 허용 정책은 오히려 재벌의 지배구조와 승계를 공고히 해주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지주회사체제는 처음부터 경제력집중 심화와 지배력 공고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그러나 재벌정책에 있어서 전가의 보도처럼 인식되어 왔다.

공정한 법 적용이 무시되면서 대기업들이 편법과 탈법에 무감각해졌다. 재벌과 권력 집단은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할 수 없다. 법치주의가 허물어진 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없다.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국가 시스템을 무시한 재벌 총수의 범죄행위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정치민주화와 경제민주화는 정경유착을 깨는 가장 핵심적인 과제다. 정경유착을 막는 제도와 시스템 정비가 절실하다. 정경유착의 고리, 어떻게 끊을 것인가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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