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계시일까. 아니면 수구초심首丘初心일까. 백제불교의 첫 도래지라는 뜻의 불佛과 육갑의 천간天干인 갑甲에서 취한 산 이름이 범상치 않다.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처음 당도한 법성포와 불갑저수지를 바라보고 앉은 불갑사는 연꽃열매를 닮은 연실봉에서 동서로 뻗어 내린 말굽형상의 불갑산 품에 안겼으니 배산임수의 풍수도 훌륭했다. 자연목으로 양 기둥을 세우고, 네 귀에 기둥을 별도로 세운 웅장한 일주문을 들어서면 부처님 품에 안긴 듯 마음이 평화롭다. 사천왕문과 불갑사 현판이 걸린 건물 뒤란에 몸을 숨긴 대웅전의 용마루 위 중앙에 얹은 귀면형의 보주寶珠가 눈길을 잡는다. 그 머리 위에 사리를 간직했던 작은 탑들은 어디로 갔을까. 실종신고라도 내야 할까보다.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하다는 의미로 모악산으로 불렀던 원래 이름도, 불갑산으로 바뀌게 된 현재 이름도, 다른 산과 달리 사찰과 암자가 유난히 많은 것도, 모두가 부처님의 가피력 때문일 게다. 불상견 상사초, 즉 잎과 꽃이 함께 필 수 없다하여 승려를 짝사랑한 어느 여인의 애절한 마음으로 묘사되는 상사화(꽃 무릇)가 지천으로 자라고 있어 이산의 또 다른 볼거리다.
불갑사에서 구수재로 이어지는 등산로에는 비자나무와 동백나무, 참식나무군락(천연기념물 제112호)이 자생하며 난대성 상록수로 목재가 단단하고 향기가 좋아 건축재나 가구재로 각광을 받는다. 가을이면 불갑사 마당에 노란은행나무와 계곡을 따라 타오르는 오색영롱한 단풍이 가을정취를 듬뿍 자아내고, 겨울에는 눈이 많고 기후가 따뜻해서 수목도 울창해서 산림욕도 제격이다. <<산경표>>로 고찰해 본 불갑산의 산줄기는 이렇다. 호남정맥 내장산과 백암산 사이의 530봉에서 서남쪽으로 갈래를 친 영산기맥이 고창의 방장산, 구황산, 고산, 영광의 태청산을 지나 불갑산을 빚어놓고 목포 유달산에서 서해로 숨어든다. 물줄기는 서쪽은 불갑천을 이루다 법성포 앞 서해에 살을 섞고, 동쪽은 해보천을 이루다 영산강에 합수되어 목포 앞 바다의 품에 안긴다. 행정구역은 영광군 불갑면과 묘량면, 해남군 해보면 경계다.
정상에서 북쪽은 방장산과 문주산, 동쪽은 태청산과 병풍산, 남쪽은 천주산. 금성산. 가야산. 덕룡산. 안의산. 승달산이 한눈에 잡히고, 서쪽은 모악산과 봉대산이 눈인사한다. 넓은 바위지대인 이곳은 맑은 날이면 무등산이 한눈에 보이고 황혼 무렵 서해바다의 낙조가 장관을 이룬다. 특히 해불암에서 보는 낙조와 바위가 아우러진 모습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거리다. 정상 주변은 거대한 암봉, 동쪽은 10여m의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고, 관을 쓴 형상으로써 관모봉官帽峰 또는 연꽃 열매 같다하여 연실봉蓮實峰으로 부른다. 불갑사 남쪽의 불갑호수와 기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국전쟁 때는 빨치산의 본거지로 토벌작전에 5.6백명의 양민이 학살된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한 비극의 현장으로, 그 당시 울창했던 동백나무 숲이 자취를 감춘 것이 못내 아쉽다. ▲ 문화유적 및 명소
▲산행코스 o 1코스: 주차장-불갑사-동백골-해불암-노루목-연실봉(정상)-구수재-주차장(3시간, 6.0km) o 2코스: 주차장-불갑사-동백골-해불암-불갑사-주차장, 5.0km, 2시간30분 o 3코스: 주차장-불갑사-동백골-구수재-연실봉-장군봉-덪고개-주차장(7.0km,3시간30분 o 4코스:주차장-불갑사-동백골-구수재-불갑산-노루목-장군봉-덕고개-불갑사 관리소
천년고찰 불갑사에서 연실봉(4.5km)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불갑사 저수지가 세속에 물든 나그네의 마음을 씻어내려는 듯 그림자를 품는다. 지천으로 널린 상사화군락을 지나면 동백골에 닿는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제비꽃을 감상했다. 남쪽의 도솔봉길과 헤어져 넓은 길을 지나 울창한 숲으로 들면 돌탑과 천연기념물인 참식나무 군락지다. 이산에는 참 갈림길도 많다. 남쪽의 구수재(0.9km) 길을 지나 바다에서 부처가 떠올랐다는 해불암에 올라서면 장구한 세월을 사찰과 함께 했을 사철나무가 한쪽 가지를 잃은 채 나이를 탓한다. 북쪽으로 비포장임도를 오르면 군부대 시설물들이 산허리를 깔고 앉은 노루목 4거리다. 남쪽은 밀재, 동쪽은 장군봉과 투구봉을 거쳐 불갑사 방향으로 뻗어 내린 능선 길이다.
서쪽의 연실봉으로 가는 스릴만점의 암릉은 신선이 노닐 던 선계를 연출한다. 두개의 돌문을 통과하면 큰 거북바위가 안개바다에서 수영을 즐긴다. 칼바위 능선을 지나 부처님세계로 들어가는 해탈문과 지리산 천왕문을 연상케 하는 연화문(?)통과하면 어느덧 연실봉에 닿는다. 함평방향에서 바라보면 정상이 마치 연꽃열매(蓮實)형상으로 부처님의 말씀이 중생들의 마음에서 열매를 맺는다는 의미란다.
정상에서 서쪽의 암릉과 정씨묘소, 울창한 숲길을 내려가면 정자가 있는 구수재 4거리다. 서능은 용천산과 모악산 종주코스고, 북쪽의 너덜길과 숲길을 내려간다. 동백골에서 연실봉을 오르는 지름길을 지나 불갑사와 일주문을 조우하고 주차장에 골인한다.(정상에서 1시간 소요) ▲ 교통안내 [대중교통] 영광시외버스터미널(061-351-3379) o 영광시외버스터미널-불갑산, 군내버스 운행(20분 소요) o 영광-함평 경유 목포행 직행버스-불갑면하차. 택시이용(4km) [드라이브] o 서해안고속도로, 영광IC-23번국도-영광-23번국도-함평방면(8km지점)-불갑면-불갑초교앞 좌회전-(2.5km)불갑산 입구 o 호남고속도로, 장성IC-24번국도(함평방향)-문장리 4거리(우회전, 영광방향)-상학리 3거리(좌회전)-불갑사 주차장 /김정길<전북산악연맹 부회장, 모악산지킴이 회장, 영호남수필문학협회장> <저작권자 ⓒ 새만금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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