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언제까지 섬나라인가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7/10/26 [20:49]

한반도는 언제까지 섬나라인가

새만금일보 | 입력 : 2017/10/26 [20:49]

대한민국은 반도 국가다. 한반도의 한(韓)은 대한민국을 의미하는 '한'이다. 반도(半島)란 한 쪽만 대륙에 연결되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육지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지정학적 위치는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토대가 되곤 한다.

나라의 힘이 강할 때에는 대륙과 바다로 세력을 넓혀 나갈 수 있는 좋은 위치다. 반대로 나라의 힘이 약할 때에는 한반도를 발판으로 대륙으로 뻗어나가려는 해양세력의 공격에 시달리고, 또한 바다로 진출하려는 대륙세력의 침입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현재 사방이 꽉 막힌 섬나라다.

지도상의 영토는 분명히 중국과 러시아에 연결되어 있다.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된 맨 오른쪽에 위치한다. 그러나 삼면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대륙으로 연결된 북쪽은 분단이 가로막고 있다. 자동차와 기차로는 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대륙이지만 섬이다.

대한민국은 1960∼70년대에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펴면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해외 수출품은 모두 선박이나 비행기에 실어 보냈다. 국제 화물열차에 화물을 싣는 장면은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중앙아시아와 유럽 지역으로 수출을 할 때 경의선이나 경원선을 이용하여 화물을 실어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화물을 싣고 열차로 운반하는 것이 선박으로 운송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어야 한다. 북한을 경유하는 철도와 도로를 제대로 시작해야만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될 수 있다.

서울 한남로를 지나 남산1호터널, 퇴계로를 지나면 통일로를 만나게 된다. 통일로는 임진강을 넘어가는 통일대교 앞 검문소에 가로막히고 만다. 통일대교를 넘어 판문점에 들어서면 길이 끊긴다. 경부고속도로를 지나 한남로-퇴계로-통일로로 이어지는 길은 멀리 터키까지 이어지는 '아시아고속도로 1번' 구간이다.

서울에서 의정부, 양주, 연천을 잇는 3번 국도는 월정리 전망대에서 휴전선 철책에 가로막혀 있다. 창원에서 중랑진을 이르는 5번 국도는 화천을 지나 북쪽으로 이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김화에서 막혀있다. 신의주로 가는 1번 국도 역시 판문점에서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남북정상회담 할 당시, 이 길을 지났다. 부산에서 경주를 지나 강원도 양구에 이르는 31번 국도는 신고산타령으로 유명한 신고산을 넘지만 휴전선으로 막다른 길이 돼버린다. 동해안을 따라 가며 시원한 풍경을 선사해주는 7번 국도 역시 마찬가지다.

강원도 고성을 넘어 금강산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휴전선에 가로막혀 통일전망대가 종점이 된다. 한때 금강산 육로관광이 추진되면서 도로가 정비됐던 곳이다. 종축 국도를 뜻하는 홀수 길 가운데 상당수가 휴전선 철책에 가로막혀 있다.

한편 중국은 서북쪽 4분의 3이 넘는 땅이 해발 2000m에서 4000m에 이르는 고산지대다. 영국이 1840년 중국 남쪽을 돌아 홍콩에 와서 아편전쟁을 벌이기까지 중국은 유럽과 분리되어 살아왔다. 분리된 중국과 유럽을 잇는 유일한 길이 바로 실크로드였다. 실크로드는 항저우(杭州)를 중심으로 한 중국 동해안 장강(長江)에서 생산된 비단이 유럽으로 운반되는 통로였다.

이는 장강 하류에서 시안(西安)을 거쳐 란저우(蘭州)에서 장예(張掖·옛 甘州), 시닝(西寧), 둔황(燉煌)이 차례로 연결되는 하서회랑(河西回廊)을 통과한다. 지금의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사막지대를 넘어 터키·로마에 이르는 유라시아 대륙 횡단로가 바로 실크로드였다.

2000년 넘게 동서양을 연결한 실크로드는 중국이나 유럽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연 것이 아니다. 서로 이익이 있었기 때문에 열린 길이다. 그 길을 통해 문화와 문명의 상호 교류가 이뤄졌다. 운명공동체로 연결된 것이다.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2013년부터 주도하고 있는‘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전략 때문에 이 실크로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일대일로가 연결하는 곳에는 모두 64개 국가에 2400여종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 일대일로 사업이 진행되면 이 언어들이 일대일로를 타고 서로 뒤섞이면서 새로운 세상을 얽어낼 것이다.

일대일로 사업은 아시아가 함께 운명공동체가 되어야 할 프로젝트다. 우리의 경우 당나라 때 활발하게 교류가 이뤄진 실크로드를 통해 아라비아인들이 한반도에 와서 장(張)씨 성을 달고 살았다. 바로 덕수장씨 이다. 호박이나 유리병이 페르시아 쪽에서 전래되어 한반도 사람들의 애호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국이나 북한은 일대일로 사업에 무관심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자칫 나중에 한반도가‘두 개의 외로운 섬(Lonely Island)’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 70여개국과 각종 계약을 맺어가면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한반도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중국이 한반도 사드(THAAD) 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처사다. 그러나 사드를 둘러싼 갈등 때문에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등한시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일이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결과 이루어질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 사이의 문화 교류에 대비할 언어 교육이 시급하다. 해발 2000m에서 4000m에 이르는 칭짱(靑藏) 고원지대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특히 우리 민족의 시원(始原)은 유라시아에서 비롯되었다.

이제 한반도가 유라시아의 일부임을 재확인해야 한다. 한반도는 더 이상 태평양 상의 섬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한국경제는 유라시아와 연결됨으로써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대륙으로 이어져 세계로 향할 날이 과연 올 것인가. 그때 한반도는 어떤 모습일까 매우 궁금하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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