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 시대의 문제점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7/11/21 [08:53]

고학력 시대의 문제점

새만금일보 | 입력 : 2017/11/21 [08:53]

바야흐로 고학력 시대가 왔다. 고학력 시대란 사람들의 학력이 높은 시대를 말한다. 학력과잉사회라고도 한다. 요즘 9급 공무원 공채 시험 합격자 중 전문대 졸업 이상 학력 소지자가 76%나 차지하는 등 고학력 시대를 실감케 한다.

너도 나도 대학가는 세상이 된지 오래다. 대학이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남이 다 가니까 나도 가는 세상이다. 아무나 대학을 가니까 일단 아무 대학 혹은 아무 학과나 들어가는 것이다. 그 학과에 맞는 직업을 찾거나 혹은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자신의 적성과 상관없이 대학을 진학하게 되면, 무엇보다 사회 진출하는 시기가 늦어진다. 설상가상으로 취업이 잘 안 되다보니 임시방편으로 대학원 진학을 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박사과정까지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박사까지 마치고 나면 남자는 30대 중반, 여자는 30대 초반이 된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나서 극적으로 조건이 괜찮은 직장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그때부터 시작인 것이다. 그동안 공부한다고 투자했던 등록금 등이 문제다. 생활비, 품위유지비 등으로 돈을 모아도 시원찮을 판에 갚을 돈이 많은 것이다.

나이는 나이대로 많고, 돈을 모으기는커녕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마이너스이다. 전문대나 대학만 졸업하고 20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은 그나마 괜찮다. 등록금 등 부채를 안고 사회로 나가지만, 그래도 20대라는 점에서 몇 년간 열심히 살면 충분히 매울 수 있다.

취업난을 피해 임시방편으로 대학원 진학하는 일은 또 다른 재앙이다. 반드시 필요한 공부가 아니라면 굳이 대학원 진학은 하지 말아야 한다. 뚜렷한 목적 없이 그저 공부만 많이 하면 쓸데없는 이상만 커지게 된다. 이상과 현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반드시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열심히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어서 잘 사는 사람들이 많다. 아까운 돈 낭비하면서 나이만 먹어서는 안 된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세상은 갈수록 고학력보다는 개성과 독창성이 중요시 되는 사회다.

갈수록 고학력 시대의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대한민국은 한 때 평균 학력이 중졸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경제 성장으로 인하여 평균 학력이 고졸로 높아졌다. 앞으로 학력은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이러다가는 언젠가 평균 학력이 박사가 되는 날도 올 것이다.

대졸 이상 실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전체 실업자의 절반을 넘어섰다. 청년 일자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고학력 실업 문제가 더 악화되고 있다. 대졸 이상 실업자 수는 50만 명을 넘어섰다. 대졸 이상 고학력 계층에서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의 절대 수뿐 아니라 비율까지 높아지는 이유는 꽁꽁 얼어붙은 청년고용시장 탓이다.

전체적으로 20대 취업 상황이 좋지 않다. 20대 중후반은 대부분 대졸 이상의 학력이어서 관련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 반대로 대졸자가 많지 않은 50·60대의 취업자 수가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대졸 실업자의 비율이 상승하는 것이다.

여기에 고학력자들이 원하는 일자리와 실제 일자리 수준의 격차가 커지면서 노동수급의 불일치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청년층·대졸 이상 고학력에서 미스매치(불일치) 현상이 뚜렷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커 이런 불일치 현상은 쉽게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높은 청년실업, 구인난과 취업난의 미스매치 등이 심각하다. 현재의 일자리 부족 문제는 상당 부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과 근로환경 격차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하는 상생의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고학력 여성도 크게 늘었다. 고졸자의 80%가 4년제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이다. 직장맘은 물론 전업주부의 반 이상이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다. 30년 전에 비해 고학력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났다. 여성의 권익은 크게 신장되었다. 여성 자신의 발전과 자아실현은 물론 가정교육, 가사 및 육아, 성역할, 직장문화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고학력 시대가 되면서 '미혼인구' 비중의 비약적인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35~39세 인구의 26.2%가 미혼 상태, 그리고 3.3%가 이혼했다는 통계도 있다. 충격적인 뉴스다. 30대 후반 남녀 10명 중 3명이 지금 혼자라는 이야기다. 독신인구의 증가를 주도한 것은 고학력 여성이다.

출산율의 하락은 기혼여성의 출산율 저하보다는 고학력 여성의 결혼 기피에 의해 발생한다. 기혼여성의 출산율을 높여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시작부터 방향을 잘못 잡았던 셈이다. 고학력 여성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학업 기간이 길어 늦게 결혼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한국의 고학력 여성이 결혼을 기피하는 진정한 이유는 결국‘결혼에 따른 경력 단절’현상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한국 기혼여성의 고용율 통계를 살펴보면, 6세 이하의 자녀를 둔 여자의 고용율은 43.9%로 남자(96.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성의‘경력단절’은 대부분 출산과 육아 부담에서 비롯된다. 자녀를 양육한 다음에 복귀하는 일자리도 결혼 전에 비해 훨씬 여건이 좋지 않다. 결국 기업의 태도 변화가 출산율을 높이는 유일한 해법이다. 영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들에게 무작정 여성 근로자들을 많이 뽑고 더 나아가 출산 및 육아에 따른 공백을 책임지라고 떠넘기기도 어려운 일이다.

결국 이 문제는 정부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먼저 기업의 보육시설 확충을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근로시간의 단축을 통해 육아 부담을 남녀 공히 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다른 대안이 없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추진해야 한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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