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의 용은 없는가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7/11/27 [15:13]

개천의 용은 없는가

새만금일보 | 입력 : 2017/11/27 [15:13]

요즘 돈이 없으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교육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빈곤이 대물림되는 세상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부모 세대의 부를 자식 세대에게 물려주는‘계급 세습의 통로’가 되었다. 과거 고도성장 시절 교육은‘계층 이동의 통로’였다.

옛날에는 개천에서 용이 많이 나왔다. 비록 자신들은 어렵더라도 자식들에게는 더 나은 삶을 물려줘야 한다는 부모들의 헌신적인 교육열이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서는‘개천에서 용난 인물’들의 성공담이 넘쳐났다. '개천 출신의 용'들은 미담이고 귀감이 됐다. 불과 한 세대 전의 일이다.

그런데 요즘의 개천에는 용은 고사하고 미꾸라지도 자라지 못한다. 개천이 너무 오염이 되어서 그렇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러나 그 말은 오히려 슬프다. 그 때는 고단한 서민들의 삶에 희망과 용기를 주던‘용의 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힘겨운 사교육에 모두 무너졌다. 학교 공부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실제로 돈 없으면 공부하기가 너무 어려운 세상이다.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평범한 아이들에게 개천의 용이 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흔히 명문이라고 부르는 과학고, 외국어고, 자율고에 다니는 학생들은 한결같이 반듯하다는 평이다. 성적이야 두말 할 것도 없고 대부분 외모, 얼굴, 성격, 인성까지 좋고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열악한 학교 학생들을 보면 가정환경도 어려운데 외모도 그렇고 인성도 별로라는 것이다.

던지는 말투도 거칠고 도전적이며 자신감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물론 모든 학생이 다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일부 이런 현상이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 교육은 현재를 그대로 답습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를 변화시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어느 나라건 학교라는 제도를 통해 보통 신분의 변화가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가난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도 공부를 통해서다. 자신이 선택할 수도 없는 가난한 부모를 만났다는 이유 하나로 모든 것이 고정되어 버려서는 안 된다.

부를 물려받는 것은 늘 있어온 일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교양 있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 잘 자란 아이들을 시기하거나 배척할 일은 아니다. 이런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아이들이 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자신의 타고난 상황을 멋지게 반전시키는 모습이 중요하다.

자식 세대가 열심히 노력하면 사회ㆍ경제적 지위가 상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10명 중 겨우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10년 전만 해도 국민 절반가량이‘후대에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를 감안하면 계층 이동‘사다리’가 급속도로 붕괴되고 있는 셈이다.

노력을 통해 본인 세대에서 사회ㆍ경제적 지위가 상승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도 부정적인 의견이 650%에 이른다. 특히 30대의 경우는 71.2%나 된다. ‘흙수저’‘금수저’로 대변되는 이른바‘수저 계급론’에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그리고 젊을수록 자식 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본다.

열심히 노력하면 지금보다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이 갈수록 옅어지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건 옛말일 뿐이다. 계층 간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사다리를 찾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당수 사람들은 힘든 상황이지만 자식을 공부시켜 대학에만 보내면 삶이 나아질 거라 믿었다.

실제로 상당수는 개천의 용이라 불리며 중산층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대학을 나와도 백수가 되는 판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을 믿는 사람은 갈수록 줄고 있다. 옛날하고 전혀 다르다.

내 아들, 딸이 노력만 하면 나보다 잘살 것이라고 답한 사람이 10여 년 전에는 절반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 저성장에 따른 취업난, 극심해지는 양극화 탓이 크다. 예전에는 유산을 물려받지 못하더라도 자기 능력으로 만회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많았다.

그러나 성장률이 낮게 되면 출발선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많이 좌우된다. 계층 이동의 주요 통로였던 교육은 통장에서 용 난다는 말이 됐다. 오히려 부의 대물림 수단이 된 것이다. 실제로 로스쿨 재학생 10명 가운데 7명이 월 소득 804만 원 이상 가정의 자녀였다.

금수저, 흙수저론처럼 계급이 고착화되고 있다. 이는 성취 의욕을 떨어뜨리면서 경제활동 위축으로 이어진다. 계층 간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사다리를 복원하는 일이 시급하다. 한국 교육은 노력하면 경제적 빈곤을 극복하고 미래 세대에 잘 살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해왔다.

그러나 교육의 이런 순기능은 서서히 약화되고 있다. 빈부 격차의 극복 수단이었던 교육은 부와 가난의 대물림을 고착화시키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국가는 능력 중심, 자율 경쟁 명목으로 엘리트 교육을 확대했다. 물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상당 부분 결과적으로 교육계 전반에 사교육 의존도를 높였다.

복잡한 입시 구조는 부유층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었다. 극심한 취업 경쟁까지 겹치면서 공정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직업 계층의 대물림 현상과 교육 양극화 문제가 갈수록 심각하다. 미국은 대학과 민간 장학재단이 가난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인재를 발굴해 배움의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성적보다는 경제적 여건에 따라 장학금이나 교내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영국은 정부가 나서 고비용의 사립대 등록금을 관리한다. 평균 등록금 이상을 징수하는 대학은 초과분만큼을 저소득층 장학금이나 지역사회 교육 활동에 환원하도록 한다. 극심한 소득 격차가 미래 세대의 꿈을 갉아 먹는다는 절박함 속에 해법을 강구해 낸 것이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개천의 용'이 산업화의 초석을 마련한 나라다. 소득과 교육 격차에 따른 기회의 불균등한 실태를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 청년들이 항상 꿈을 꿀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찾아야 할 때이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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