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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찾은 수덕사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7/12/01 [07:03]

 




가을을 만나려고 집을 나셨다. 맑고 푸른 하늘은 푸른 물감이 뚝뚝 떨어질 듯하다. 온 산천과 들녘은 울긋불긋 색동옷으로 갈아입고 바람과 낙엽이 왈츠를 추며 마중한다. 가을에만 볼 수 있는 자연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며, 충남 수덕사를 찾았다. 수덕사 초입에 들어서자 덕숭산 수덕사에서 내려오는 계곡의 물소리와 솔바람소리는 도시에서 찌든 내 가슴을 상쾌하게 해 주었다. 숲 해설사를 따라 아픈 다리를 달레면서 황하루 계단을 걸어서 수덕사 대웅전에 들어서니, 석사‧아미타‧약사삼존불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국보 제49호 대웅전은 백제 위덕왕 때 창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1937년부터 4년 간 수리공사 때 발견된 묵서(墨書)에 의해 1308년 충렬왕34년에 세웠다고 한다. 덕숭산을 병풍으로 안고 있는 대웅전은 앞면 3칸, 옆면 4칸에 겹처마의 맞배지붕을 얹은 전형적인 주심포(柱心包)양식이다. 건물은 학이 날개를 펼친 모습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대웅전과 경내를 돌아보고 있노라니, 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전동성당 교리교사들과 처음수덕사를 여행할 때 수녀님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며 부모님은 천주교 신자였다고 하셨던 보살님 모습이 아련히 떠올랐다. 차라도 한 잔 하자고 했지만 바빠서 사양하고 내려오니 떡을 싸주셨다.

‘부모님이 천주교신자인대 보살로 있다니 무슨 사연이 있겠지, 하셨던 수녀님모습도 떠오른다. 그때는 문화해설사도 없었기에 보살님으로부터 수덕사의 전설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수덕사의 여승‘이란 노래가 좋아서 왔노라며 킥킥 웃었던 게 50년 세월이 흘렸는데도 어제 일인 듯 생생하다. 소박하고 당당한 대웅전은 변함이 없는데 나는 많이도 변했다. 무심한 게 세월인가?

‘수덕사의 여승’이란 노래는 송춘희란 가수를 일약 톰 스타로 만들었고, 수덕사는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게 되었다.


인적 없는 수덕사에 밤은 깊은데/ 흐느끼는 여승의 외로운 그림자/ 속세에 두고 온 님 잊을 수 없어/ 법당에 촛불 켜고 홀로 울 적에 /아 - 아 - 수덕사의 쇠불이 운다.


그 뒤 나는 가끔 수덕사를 찾았는데, 수덕사의 전설이 아름다워 찾기도 한다.

홍주마을에 사는 수덕이란 도령이 있었다. 수덕도령은 훌륭한 가문의 도령이었다 .어느 날 사냥터에 나가 먼발치에서 덕수낭자를 보고 한 눈에 반해 청혼을 했다. 덕수낭자는 이곳에 절을 하나 지어 주면 청혼을 받아주겠다고 했단다. 수덕도령은 절을 지었고, 덕수낭자는 청혼을 받아주었다. 하지만 덕수낭자는 옷을 갈아입는다며 나타나지 않았다. 수덕도령은 방에 들어가 덕수낭자를 껴안으려하자 덕수낭자는 사라지고 버선만 잡고 있었다. 그 뒤 덕수낭자는 바위가 되어 그 옆에 버선처럼 생긴 예쁜 꽃이 피어 버선꽃이라 했다. 탐스런 이 꽃은 낭자의 관음보살의 현신이라고 여겼고, 그 여인의 이름 수덕을 따서 절을 수덕사라 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이 사랑의 전설은 다시 들어도 늘 감동을 준다.

수덕사에 오면 빼놓을 수 없는 두 여인이 떠오른다. 우리나라 근대사 최초의 신여성이며 여류문인으로 활동하며 『청춘을 불사르고』의 저자 김일엽 스님이고, 다른 한 분은 수덕여관에 머물던 여류화가 나혜석이다.

오늘 따라 김일엽 스님의 글귀가 애처롭게 다가온다.

“인생이란 정말 허전하고 허망한 존재이다. 불탄 송아지처럼 날뛰던 이 청춘을 불살라버리고, 영원한 청춘, 길이길이 싱싱하게 되어 시들어지지 않는 청춘을 증득하는 불법을 얻으려고 입산한 것이다.”

불꽃처럼 살다 간 김일엽 스님의 애달픈 일대기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찡하다. 수덕사는 여승만 있는 줄 알았는데 오늘에야 견성 암이 비구니 사찰임을 알았다. 수덕사는 인간의 향기가 나는 절이다. 그래서 좋다. 어머니 품처럼 따스하다.

세월은 고목처럼 늙어 가지만 수덕사의 풍광에 젖어 기억의 창고를 열고 이런저런 일들을 끄집어내어 옛 추억을 더듬어본다. 추억이란 이름으로 우리의 옛 시간을 붙들고 있지만, 시간에 쫓겨 수덕사를 나오는데 빨갛게 물든 수덕사의 단풍들이 우수수 떨어져 뒹굴고 있다. 나뭇잎을 주워보니 예쁘다. 나무들은 나뭇잎을 떠나보낸다. 겨울이면 생명을 잃고 죽은 듯이 있다가, 봄이 오면 다시 살아 숨 쉰다. 사람과 나무와 다른 점은, 인간은 한 번 가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다는 점이다. 수덕사의 가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고 떠나간다.

/김금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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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2/01 [07:03]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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