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의 위상이 변하고 있다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7/12/11 [15:41]

전교조의 위상이 변하고 있다

새만금일보 | 입력 : 2017/12/11 [15:41]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연가 투쟁을 포함한 총력 투쟁 재돌입을 선언했다. 연가 투쟁은 오는 12월 15일로 재확정됐다. 다시 머리띠를 두르고 투쟁을 선언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달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성과급제도, 교원평가를 '3대 교육적폐'로 규정했다.

정부가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찬반 여부를 묻는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총력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별다른 진전이 없자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했다. 투표율 72.01%, 찬성률 76.96%로 가결돼 대정부 연가 투쟁 포함 총력 투쟁을 결정한 바 있다.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했다는 판결이 나옴에 따라 전교조는 노조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자격도 잃는다. 다만 법외노조라도 노동관계법상 규정된 권리 보호를 받지 못할 뿐 헌법상 보장된 결사의 자유는 유지된다.

대법원 판결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 기대와 다른 판단이 나오면 일이 더 꼬일 수 있다. 또‘개혁 동력’이 강한 집권 초기를 넘길 수도 있다. 지난 2013년 10월 박근혜 정부는“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법외노조’통보를 했다. 결국 전교조는 합법적 노조 지위를 잃었다.

전교조는 창립 초기 참교육, 깨끗하고 열린 교육 등을 기치로 촌지나 체벌 문제를 공론화했다. 사학비리 척결에 앞장서는 등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교육 개혁의 최전선에 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극히 보수·폐쇄적으로 운영되던 교육계 풍토에 변화와 개혁의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교육 민주화를 앞당겼다는 것이 진보적 교육 진영의 인식이다.

그러나 보수 진영에서는 전교조로 인해 교단의 위계질서가 크게 무너졌다는 판단이다. 교육 현장의 의식화 장소로 변질했다는 시각이 많다. 2008년 학업 성취도 평가 거부, 2009년 시국 선언 등은 과도한 정치 투쟁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올해 초에는 이적 단체를 구성한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교사들에게 법원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일부 전교조 교사들의 현행법 테두리를 넘어선 과도한 정치 편향성은 계속해서 지적되는 문제다. 전교조가 합법 노조 지위를 상실할 위기를 맞게 된 단초는 2010년 3월 직면한 해직자 가입 문제에서 비롯됐다.

전교조는 정부의 해직자 조합원 배제 명령을 거부했다. 조합원 총투표에서 70%에 가까운 찬성률로 스스로 법외노조의 길을 택했다. 헌재 판결로 전교조의 합법화 노력은 당분간 큰 타격을 입고 표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교조는 약 28년 전인 1989년 5월 28일 참교육 실현과 사립학교 민주화라는 기치 아래 결성됐다. 우여곡절 끝에 10년 만인 1999년 합법 노조의 지위를 공인받았다. 그러나 다시 법외노조라는 가시밭길을 걷게 될 위기를 맞게 됐다.

고용노동부는 노조 규약을 개정하라고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 시정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전교조가 이를 이행하지 않자 2013년 10월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 해직 교원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는 노조 규약이 교원노조법 2조를 어겼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전교조는 교사의 노동기본권 인정을 요구해온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 등과 연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회적으로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는 힘을 쏟았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제사회를 통한 압박 역시 당장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제기구의 요구가 권고 수준에 그칠 뿐 실질적으로 한국 정부에 제재를 가하는 등의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헌재의 이번 판결이 전교조의 합법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은 아니다. 쟁점이 된 교원노조법 2조를 국회 논의를 통해 개정하는 길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문제가 된 교원노조법 개정을 위해 시민사회에 연대한 대국회 투쟁을 일단 염두에 두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2013년 10월 대표 발의한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있다. 관계 법령에 따라 교육부 장관이 검정·수여하는 자격증을 받은 사람이면 해직 여부를 떠나 누구든 교원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는 별다른 진척 없이 계류 중이다. 정부가 헌재 판결을 발판으로 대 전교조 압박을 강화하면 전교조는 더욱 수세에 몰릴 수 있다. 이미 정부는 지난달 24일 집단 연가 투쟁에 참여한 교사들을 전원 징계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의 길을 가게 되면 전교조로서는 조합원을 끌어 모을 동력이 더 약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명박 정부 이후 계속돼 온 정부의 강한 압박 정책과 지도부의 정치 투쟁이 조합원들에게 피로감을 주었다. 2003년 9만3천여 명으로 정점을 찍은 조합원 수는 현재 5만3천여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조합원이 줄면 압력 단체로서 각종 정부 정책에 대한 견제가 더 어려워진다. 교섭 단체로서의 합법적 지위를 계속 인정받지 못해 정부를 상대로 교원의 근로 환경 개선과 임금 인상 등을 추진하는 데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전교조는 1987년 민주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전국교사협의회가 모태가 됐다. 당시 문교부는 교사가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전교조를 합법노조로 인정하지 않았다. 노태우 정부는 법외노조였던 전교조 소속 교원 1527명을 파면·해임했다.

해직 교사 1천329명은 4년여 만인 1994년 3월 교단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합법화를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각계에서 합법화 촉구가 이어지고 국제노동기구(ILO)가 전교조를 노조로 인정하라는 권고안을 채택하는 등 지원 사격이 이어지면서 교원 노조법이 1999년 국회를 통과했다.

한편 전교조는 국회의원도 배출했다. 중등교사 출신인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전교조 위원장을 역임하고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해직 교사 출신인 도종환 의원도 창립 초기 전교조 충북지부장을 지낸 바 있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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