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문화 고리를 끊어라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7/12/27 [18:59]

접대문화 고리를 끊어라

새만금일보 | 입력 : 2017/12/27 [18:59]

접대문화는 정치권과 공직사회 뿐 아니라 기업들을 좀먹는 일이다. 일차적으로는 공직자 윤리와 고위층 부정부패의 문제다. 접대는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과도 아무 상관이 없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과도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관공서나 유관기관, 혹은 수요처의 구매 담당자에게 접대를 잘 하면 당장은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접대문화는 장기적으로는 품질이나 제품 이미지 개선, 또는 경영 합리화에 지출되었어야 할 비용이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만큼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요인이다. 접대를 덜 하고 품질 개선과 경영 합리화에 힘쓴 업체가 경쟁에서 오히려 불이익을 보게 된다. 결국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 손실이다. 경쟁력 저하는 국내 기업 간의 경쟁에서보다 국제무대에서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더욱 선명하게 나타난다.

세법상 접대비는 업무와 직접 관계있는 자에게 금전 또는 물품을 기증하는 것이다. 거래처 관계자와 만나 점심을 먹으면서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판촉 활동을 하는 것이다. 판매와 관련해서 거래처에 사은품을 제공한다면 그 정도는 사회 통념상 접대비로 인정된다.

그러나 각종 허가를 받아내기 위해, 혹은 경쟁자를 부당하게 따돌리기 위해 관공서나 거래처 담당자에게 현찰이나 선물을 안기는 것은 접대가 아니다. 바로 뇌물이다. 이는 정상적인 거래나 계약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을 가능하게 만들 때 종종 사용된다.

과도한 접대비 부담은 분식회계를 불러일으키는 주범이다. 접대비를 판매 장려금이나 계약비, 또는 복리후생비 등 일반관리비로 계상한다. 접대비는 한도가 있어서 그 이상 지출하면 법인세 계산시에는 비용으로 보지 않는다. 한도를 넘어서는 접대비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

그걸 피하려고 접대비를 다른 비용 계정에“숨겨놓는”경우가 많다. 접대비 한도액과 지출액의 차이가 커지다 보면 나중에는 결국 분식회계까지 하게 된다. 가상의 인건비를 계상해서 그 금액을 비자금으로 모아 두었다가 쓴다.

가상의 자산을 장부에다 기록해 놓고 그만큼의 자금을 빼돌리기도 한다. 이런 거액“접대자금”이 때로는 불법 정치 자금이 된다. 각종 인허가며 거래를 따 내기 위한 불법 로비 자금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김영란 법'이 시행되면서 접대문화가 크게 변하고 있다. 갑에 대한 을의 접대를 당연시했던 관행이 많이 사라진 것이다. 사실 그동안 한국의 접대문화는 거의 고착화한 상태였다. 이를 고려할 때 법 시행 이후에도 편법과 꼼수가 난무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편법을 쓰면서까지 접대를 하려는 이들은 많이 사라졌다. 접대를 하는 입장에서는 사업 성공을 위해 편법을 써서라도 접대 자리를 원할 수 있다. 그러나 접대 받는 입장에서는 '시범 케이스'로 걸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얻어먹을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2차 문화"로 대표되는 유흥 주점의 법인카드 이용액이 이전보다 감소하고 있다. 2차 문화가 점차 줄어들고 접대문화가 간소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전에는 홍보비 예산에서 일정 부분의 현금을 '실탄'처럼 보유했다.

그러나 김영란법 시행 후에는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는 이상 현금을 홍보비로 책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골프 접대는 식사 접대보다 더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골프 접대가 사라지면서 골프장 예약률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기업의 접대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술과 골프 대신 전시회나 공연 관람 등의‘문화접대’가 기업들 사이에서 새로운 접대방식의 하나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음주·유흥 등 향응으로 대표되던 기업의 접대문화가 보다 건전한 방향으로 자리 잡길 바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형식적인 인사 치례와는 다른, 준비된 초대가 신선한 느낌으로 업체를 인식케 하고 있다. 일부 고급 예술에만 한정돼 있던 기업의 문화접대도 차츰 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동안 고급 룸살롱이나 골프장 등지에서 이뤄지던 기업의 접대문화가 이렇듯 문화의 광장에 진입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접대라는 달갑지 않은 이름이 문화적으로 거듭나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전에 기업의 문화접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들도 소비·향락성 접대가 실속 있는 문화 접대로 바뀌길 기대한다.

그러나 접대 활동이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상, 받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룸살롱과 골프장 등에서의 접대가 아직은 효과적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문화접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 확대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

일부에서는 문화접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문화접대비를 손비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의 접대비 중 연극·전시회·운동경기 등 문화비 지출에 대해 추가 손비로 인정해야 한다.

문화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수요 기반 확대가 필요하다. 기업의 문화비 지출에 대한 인센티브 측면에서 문화접대비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기업의 문화접대가 보다 활성화되고 중소 규모의 기업에 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기업의 문화접대는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사원과 고객에게 만족감을 줄 것이다. 어려움을 겪는 순수 예술계에도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WIN-WIN 정책’이기도 하다. 김영란법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빠른 속도로 정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정부패를 걷어내고 청렴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시대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도한 접대비는 각종 부정부패의 온상이다. 사회 전체가 접대 없이도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접대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부정부패 방지 등 사회 전반의 윤리의식이 제고되어야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질펀한 접대문화’가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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