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송(標松)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8/01/01 [19:21]

표송(標松)

새만금일보 | 입력 : 2018/01/01 [19:21]


12대 할아버지 묘소에는 표송이 몇 그루 서 있다. 4백여 년 전에 돌아가셨으니 그 때 심은 나무가 아닌가 한다. 그 소나무가 우뚝 서 있으니 먼데서 봐도 금방 알아 볼 수 있다. 표송임에 틀림없다. 오래 전에 처음 찾았을 때도 표송은 지금처럼 서 있었다.
소나무는, 상징하는 깊은 의미가 있고 우리의 삶에 가르침을 준다. 우선 집안의 번성과 만사형통을 상징한다. 소나무는 항상 생기가 돌고 사철 변화가 없다. 자손들이 소나무처럼 싱싱하게 자라고 번성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 번 결심한 사상은 변하지 말라는 뜻을 품고 있으며, 이루려는 뜻을 굽히지 말고 밀고 나가라는 의지도 들어 있다. 고고한 기상이 정중, 엄숙, 과묵, 고결, 지조 절개를 나타내어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다. 또 하나는 부부애를 나타낸다. 솔잎을 보면 두 잎이 한 잎자루에 나 있다. 항상 둘이 붙어 있다. 잎이 질 때도 같이 떨어진다. 동행과 백년해로를 잘 표현하고 있다. 부부가 사랑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자손 번창하라는 의미다.
소나무는 하늘과 소통하는 나무로 여긴다. 마을 뒤에 심어 하늘의 뜻을 내려 받아 잘 살기를 원한다. 그래서 전국의 마을 이름에도 송(松)자가 들어가는 곳이 70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전주에도 노송동이 있고, 남원의 송동면, 익산의 송학동, 김제의 송삼 등 소나무를 심고 가꾸며 그 정신을 받으려는 마을이 많다. 애국가에도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이라 나와 있어 바람서리 불변함을 우리 기상으로 삼지 않는가. 하늘의 가호로 나라발전을 기하려는 의미다. 또 오래 사는 나무다. 은행나무 다음으로 오래 산다. 소나무처럼 오래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이곳에 계시는 할아버지의 조부가 김일손 선생이다. 사림파 선비로서, 사관으로 있으면서 벼슬아치들의 비행을 사초에 실었다. 그것을 알고 삭제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으나 들어주지 않아 원한을 샀다. 또 김종직의 제자로서 스승의 조의제문을 사초에 올린 것이 빌미가 되어 정적의 반격에 희생되었다. 비행을 바로 잡고 나라를 바로 세우려다 탐관오리들의 올가미에 걸려든 것이다. 그 고결한 지조와 절개를 후세 사람들은 칭송하여 뒤에 신원이 되었고, 불천위(不遷位)의 은사를 받았다. 소나무 같이 청정하게 살다 가신 분이다.
우리 자손들도 조상의 정신을 본받아 소나무처럼 살아가라고 심었을 것 같다. 그 뒤에 우리 할아버지들은 올곧은 삶을 살았다. 큰 벼슬길에 나가지도 않았고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으며 정의를 위해 당당히 사셨다. 지금의 후손들도 성격이 유순하면서도 올곧은 정신은 한결 같다. 정의, 공정, 공평을 꾀하며 도리에 어긋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으려 한다. 규칙을 철저히 지키고 예의를 바르게 행하려고 노력한다. 소나무가 상징하는 기상을 잘 이행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이 융통성이 있고 가끔은 부정한 짓도 해야 빈틈이 보일 터인데 완벽주의자여서 꺼리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핏줄이 그런 것을 어이하랴. 흐르는 피가 그러하니 어쩔 수 없지 않는가. 이제 전해오는 DNA를 바꿀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남에게 욕이나 얻어먹지 않고 살아가려 할 뿐이다.
성묘할 때나 시제를 모실 때마다 소나무를 보며 조상들이 살아온 정신을 떠올리고 본받으려고 다짐을 한다. 모이는 문중어른들도 다 같은 마음이다. 너무 올곧아 남의 것 탐내지 못하고 나쁜 짓 하지 못하여 잘 사는 일가가 적다. 그래도 바르게 사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잘 사는 도적보다 못사는 선인이 몇 배나 낫지 않은가. 우리 후손들도 소나무의 표상을 이어가며 길이길이 번창하리라.
소나무야! 오래오래 살아 독야청청하여라.


*표송 : 벌목하고 남은, 표가 나는 소나무 (묘 둘레에 많이 남음)
/김길남<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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