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란을 위하여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8/01/17 [00:25]

앵란을 위하여

새만금일보 | 입력 : 2018/01/17 [00:25]



 내게 올케가 둘 있다. 집안의 큰 아들인 남동생의 아내와 막내아들인 남동생의 아내다. 막내 동생의 아내는 차분하고 정갈하다. 가만가만 움직이며 주로 미소로 화답하는 사람이다. 반면 큰 동생의 아내는 유쾌하고 모든 게 긍정적이며 조그만 일에도 박장대소 하는 사람이다. 꽃으로 치면 막내올케는 잔잔하고 수줍은 들꽃 같은 분위기고 큰올케는 이국의 커다란 꽃을 연상시키는 시원하고 화려한 분위기다. 두 올케의 조화로운 성격은 우리 집안에 그럭저럭 무리 없이 잘 어울린다. <나 홀로 집에>란 영화 속 케빈 가족처럼 야단스럽고 벅적대는 우리 가족에게 큰 올케의 유머와 과장된 제스처는 마치 즐거운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 우리를 유쾌함에 침몰시킨다. 그러다 작은올케의 정중동(靜中動)의 성격에 잠시 차분해질 수 있어 그것도 나쁘지 않다.

 

 앵란은 큰올케의 애칭이다. 물론 영화배우 엄앵란의 그 앵란이다. 큰올케의 유쾌함 못지않게 큰 남동생도 만만치 않은 유머감각을 지녔다. 큰올케가 앵란이가 된 이유는 올케의 남편, 즉 큰 동생 왈 내가 신성일이니 당연히 내 아내는 엄앵란이 된다는 것이다. 잘 생긴 외모의 동생이 신성일을 자처하며 우리 앵란이, 우리 앵란이를 부르면 우리는 그냥 웃음바다에 빠져버린다.

 

  앵란은 소탈하다. 뭐든 복스럽게 먹고 감사히 여긴다. 특히 시어머니의 음식은 대장금 음식쯤 된다. 꼭 맛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어머니와 얘기 할 때 앵란의 접두사는 언제나 어머니였고 접미사도 어머니였다. 결혼 전엔 그게 쉬운 일처럼 느껴졌는데 내가 결혼해보니 좀처럼 할 수 없었던 일도 그런 일이었다. 어머니를 부르며 이야기를 시작하고 어머니를 부르며 말을 끝내니 얼마나 다정해보이겠는가.

 

  앵란에겐 두 아들이 있다. 큰 아들은 앵란을 닮아 소탈하고 성실하다. 두터운 형제애를 과시하며 사랑이 뭔지를 아는 따뜻한 사람이다. 어렸을 때 내가 잠시 키웠었는데 참 감수성이 풍부하고 순수한 정서를 가진 아이였다. 작은 거짓말을 하고 언제나 거울 앞에서 코를 만져 보던 어린애가 지금은 삼십대 어른이 됐다. 거짓말을 하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진다고 믿던 순한 아이였다. 둘째 아들은 아빠를 닮은 꽃미남에 이성적이고 깐깐하다. 정돈 되지 않은 것을 참을 수 없어 하고 할머니 공경이 끔찍하다. 모든 계획은 할머니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앵란의 아들이 분명하다. 효도하는 앵란을 보고 자란 탓이려니 한다. 나의 두 조카들은 앵란의 인간적이고 푸근한 면과 효도하는 지극 정성을 닮아 항상 대견하다.

 

 앵란과 나는 결혼이후 지척에 살면서 삼십년 넘는 세월을 함께했다. 겨우 두 살 많은 시누이인 나에게 모든 걸 상의하고 내 의견을 따른다. 시누이에 대한 예우를 깍듯이 지키는 참 아정한 여자다. 앵란과 나는 호칭만 시누이와 올케 사이이지 자매나 다름없다. 여자형제 없이 오빠들 속에서 자란 앵란이 내게 형님이란 호칭을 쓰지 않고 언니라 부르는 것도 그냥 친밀해서 좋다. 그리고 친밀할수록 데면데면 넘어 가는 일없이 세심하게 챙긴다. 적어도 앵란에게 나는 때리는 시어머니의 말리는 얄미운 시누이는 아닌 것 같아 다행이다.

 

 2018년 올해는 개띠 해다. 앵란의 띠이기도 하다.  앵란은 낯가림이 적고 여러 사람과 친해지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주변사람을 잘 챙기고 배려심이 많기에 친구도 많고 동료들 또한 잘 따르고 좋아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든든하게 가족을 지켜주고 항상 곁에 있어 사람을 외롭지 않게 하고 주변을 환하고 즐겁게 해주는 사람. 무술년의 무는 황금색을 말하고 술은 개띠를 의미해서 올해 무술년은 황금개띠 해라고 한다. 황금개띠 해를 맞은 앵란의 한해가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우리 식구들의 무술년도 복스럽고 건강한 황금 개처럼 빛나는 한 해였음 하는 바람이다. 아마 앵란의 마음도 나와 같을 것이다.

/최화경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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