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수교 과연 가능한 일인가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8/03/15 [17:28]

북미 수교 과연 가능한 일인가

새만금일보 | 입력 : 2018/03/15 [17:28]

한반도에 짙게 드리운 전쟁 위기가 걷히고 오랜만에 봄이 찾아오고 있다. 내달 3차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CVID) 요구에 대응할 카드로 북미 수교가 부상하고 있다.

북미수교는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정상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이 될 수 있다. 북한은 앞서 여러 차례 협상 과정에서도 북미 관계 정상화 및 수교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양쪽의 카드가 맞지 않았던 셈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는 불가피하다. 당장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개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 비핵화, 핵군축, 재래식 군축 등을 감시하고 이행하는 역할들이 더 강조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남·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한미 연합훈련 실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있다. 주한미군은 북한이 건드리면 바로 폭발해 피해를 주는 인계철선(引繼鐵線) 역할을 해왔다. 유사시 미군의 자동 개입을 보장하는 수단이다.

비핵화, 군축의 감시 역할을 수행하는 주한미군이라면 현재 2만8500여명 규모의 주한미군 병력 규모보다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북미 간 협상 이후 주한미군 주둔의 합법적 용인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1992년 김일성은 '조건부 주한미군 주둔 용인'을 시사한 바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지난 2000년 6월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을 당시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김정은도 주한미군 주둔 관련 제안을 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주한미군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북한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북미 수교' 단계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정권과 체제 안정을 미군이 보장해주는 일이다.

한미동맹의 근간인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변화도 주목된다. 한반도 비핵화, 통일 논의 과정에서 존재 의미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된다면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올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핵·경제 병진노선’을 주창했다. 지지부진한 경제성장을‘핵개발’을 이유로 유예해두었다. 이제 경제 살리기에 힘을 쏟아야 한다.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 국제공조 타파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할 부분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다.

지금 북한은 경제적 고립 위협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북미 간 혹은 다자간 협상이 단계별로 진행되다가 결국 양쪽 간 불신으로 중도 무산이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통 큰 결단이 내려진다면 북미 수교를 놓고 단계별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 과거 핵무기가 없던 북한에게는 핵동결이 곧 핵폐기로 이어지는 수순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다양하게 협상을 할 수 있다. 완성된 핵무기 즉 과거 핵에 대한 거래는 트럼프 대통령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미국 내부에도 북한에 또 속고 있다는 반대론이 있다. 트럼프가 이를 버티고 5월에 북미 정상회담을 한다면 북미 수교와 비핵화(CVID)를 주고받는 정도의 합의도 가능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의 결정이나 행정부의 반발과는 무관하게 진두지휘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는 북미 수교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대목이다.

북미 수교는 결국 북한이 미국의 전략적 동기를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미국이 일관되게 요구해온‘비핵화’조치 문제가 북미 수교 성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비핵화한다면‘북미 수교는 예정된 수순’이다.

그러나 북미 수교를 바라보는 주변국들의 속내는 각각 다르다. 북한은 북미 평화협정을 거쳐 수교가 정상화되면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폐기 등을 요구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 수교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며 한반도 내 미군 철수 내지는 군비 감축을 요구할 것이다. 아직 명확한 입장을 취하긴 이르지만 북미 수교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북미 수교가 맺어지면 중국은 자신들이 평화적, 외교적 해법을 제시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한반도 내 미군 철수도 요구할 명분이 생긴다.

러시아 역시 북미 수교에 적극적 입장을 보일 것이다. 북한과 미국이 수교를 맺을 때 얻는 경제적 이익이 가장 막대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한국에 수출하기 위해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을 건설하고 싶어한다.

북한의 비핵화로 북한과 미국이 수교를 맺고 대북 제재가 풀리게 되면 러시아는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을 건설해 경제적 이익을 챙길 수 있다. 가스관을 건설해 북한 한복판에 전략적 기지를 만들 수도 있다.

반면 일본은 북한과 미국의 평화 기류를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일본은 이제까지 한·미·일 공조 체제를 바탕으로 대북 압박을 통한 동아시아 외교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북미 수교가 이뤄지면 한·미·일 공조 체제는 당연히 무너진다.

일본의 대외 전략은 모두 수정할 수밖에 없다.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규모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북미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지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정상회담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북미 수교는 한반도 주변 강대국의 이익 다툼으로 이어질 것이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강대국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상호방위조약의 변경을 통해 군사동맹의 유지가 필요하다. 강대국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안전책의 하나로 한미 동맹을 유지하고 이용할 필요성이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통일 논의를 멀지 않은 미래로 가정하고 대비해 나가야 한다.

(정복규 기자)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분단을 넘어 통일로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