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싸움, 1초의 소중함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참관기③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8/03/27 [07:04]

시간싸움, 1초의 소중함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참관기③

새만금일보 | 입력 : 2018/03/27 [07:04]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는 시간싸움과 밀어내기싸움 그리고 넣기 싸움이었다. 얼음과 눈밭에서 치러지는 운동이다 보니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4년 동안 피땀을 흘려 연습한 보람도 없이 순간의 실수로 미끄러지면 만사휴의가 아닌가?
경기마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했고, 때로는 가슴이 철렁이게 했으며, 눈물을 치솟게 했었다. 구경꾼들이 그럴 때 직접 출전한 선수들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여자 스피드 스케이트 500m에서 금메달을 딴 일본의 고다이라의 기록은 36.94초였고, 은메달을 딴 우리나라의 이상화는 그보다 0.39초 뒤졌다. 은메달을 딴 이상화 선수와 동메달을 딴 체코의 카롤리나 데르바노바 선수와는 0.01초 차이였다. 1초가 얼마나 소중한지 절감하지 않을 수 없는 기록이었다.
남자 스피드 스케이트 500m에서 우리나라의 차민규 선수는 금메달을 수상한 노르웨이의 호나르 로렌츤 선수의 기록 34.1초보다 0.01초 뒤져 은메달에 그치고 말았다. 0.01초! 얼마나 짧은 시간인가?
설날 남자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딴 우리나라의 윤성빈 선수는 3분 20초 55로 은메달리스트보다 무려 1.63초나 앞서서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이 기록은 4게임 평균이니까 한 게임당 0.4초씩 빨랐다는 계산이다. 윤성빈의 기록은 은메달리스트인 러시아의 니키타 트레이구보트 선수보다 1초 63이나 앞선 기록이다. 1초 63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시간이지만 기록경기에서는 꽤나 긴 시간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트 남자 1,500m에서 우리나라의 김민석 선수는 동메달을 차지했다. 유럽과 미주 선수들이 독차지하던 이 종목에서 아시아인이 메달을 딴 것은 김민석이 처음이다. 금메달을 딴 네덜란드의 키얼트 나우이스 선수는 1분 44초01의 기록이었고, 은메달은 역시 네덜란드의 파트릭 루스트 선수로서 1분 44초 86이었는데 동메달을 딴 우리나라의 김민석은 금메달과는 0.92초, 은메달과는 0.07초 차이였다. 얼마나 아슬아슬한 차이인가? 김민석 선수는 아시아의 스타로 우뚝 서게 되었다. 올해 19세인 김민석 선수는 다음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금메달까지도 노릴 수 있으리라.
순간(瞬間)과 별안간(瞥眼間)은 ‘한 번 눈 깜짝하는 시간’이고, 순식간(瞬息間)은 ‘눈을 한 번 깜빡이거나 숨을 한 번 쉬는 시간’이다. 불교 용어에 찰나(刹那)라고 하는 말이 있다. 찰나는 0.013초에 해당하는데 불교에서는 모든 것이 찰나에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이 되풀이된다고 보고 있다. 그게 1초를 허투루 쓸 수 없는 이유라는 것이다.
동계올림픽경기에서 시간싸움을 하는 선수들이 1초의 소중함을 알고 다투었던 것일까?
하루는 8만 6천 4백초이고, 1년은 3천1백5십3만 6천초다. 소중한 1초가 너무 많아서 1초를 함부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어떨 때는 그 1초가 생사를 결정하기도 하고, 스포츠 경기에서는 메달의 색깔을 바꾸기도 한다. 이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우리에게 1초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스포츠 잔치였다./김학<수필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