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은 현재진행형이며 더 널리 알려져야 한다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8/04/10 [17:15]

동학농민혁명은 현재진행형이며 더 널리 알려져야 한다

새만금일보 | 입력 : 2018/04/10 [17:15]

 외국에서 한국어 교사를 잠깐 한 적이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직업을 바꿔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같이 일했었던 동료는 여전히 튀니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류열풍이 뒤늦게 불고 있는 튀니지에서는 한국문화를 체험해보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 옛 동료의 제자들이 올 때면 자청하여 가이드를 해주고 있다.

 그들이 올 때마다 1순위로 안내해주는 곳은 ‘동학농민혁명 기념관’이다. 반외세 반봉건의 기치를 내걸고 진정한 평등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동학농민혁명은 자랑스러워해야 할 우리의 역사임에도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아 왔기에 한국을 알고자 하는 외국인에게는 꼭 안내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항쟁의 출발점이 전북이고 패배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청일전쟁의 빌미가 되어버린 점 때문에 제대로 된 조명을 받지 못했을 것이나 지금부터라도 다각적인 교육과 홍보를 통해 동학혁명의 가치와 의의가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혁명세력은 끝까지 청국과 일본의 개입을 반대했고 평화적으로 문제를 풀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조선왕실은 잘못된 판단과 무능한 대처로 외세를 끌어들였고 결국 청일전쟁이 일어나버렸음. 또한 동학농민혁명은 결코 실패하지 않았으며 3.1운동과 4.19의거 및 5.18 광주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민중운동의 시발점이며 동학혁명정신은 2016~2017년의 촛불혁명까지 이어져왔다고 할 수 있음.) 

  지루해할 거라는 나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진지한 태도와 수많은 질문, 그리고 계속되는 카메라 플래시. “한국에 이런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었네요. 저는 정말 몰랐어요. 튀니지 사람들은 한국 영화와 한국 드라마 많이 보는데 동학혁명은 한 번도 안 나왔거든요. 왜 이런 것을 방송에서는 안 만들죠?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면 정말 좋을 텐데...” 아!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울 따름이다. 우리는 그동안 이 자랑스러운 역사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가? 옛날보다는 나아졌으니 지금은 자족(自足)해도 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동학혁명이다. 헌법 개정이 언제 될지 모르지만 꼭 동학농민혁명 정신이 헌법전문에 포함되어야 한다. 일부 학자들은 헌법전문에 포함시킬 수 없는 논리로 특정 종교로부터 시작되었고 전국적 봉기가 아니라 일부 지역의 무장 항쟁이었다는 것을 거론하나- 역사기록을 잘 살펴보면 처음에는 교조 신원운동으로 시작되었으나 나중에는 종교를 뛰어넘어 봉건질서 타파와 신분차별 철폐를 부르짖었으며 궁극적으로는 자유민주사회를 건설하고자 수많은 백성이 뜻을 같이 한 숭고한 혁명이었다. 아울러 동학혁명은 일부 지역이 아닌 전국적 항거였으며 경북 상주와 충남 태안, 강원도 홍천 등 전국 수십 곳의 전적지와 추모비가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동학혁명은 미 독립혁명 및 프랑스 시민혁명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잠깐이었지만 집강소 운영을 통해 완벽한 지방자치를 구현하였던 동학혁명은 어찌 보면 서양 근대혁명보다 더 뛰어났다고도 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사극과 영화의 주요 소재로 많이 다뤄지길 바라며 만들어진다면 분명 흥행에 성공하리라 본다. 동학혁명의 전 과정이나 전봉준 장군의 일생이 사극과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자연스러운 동학혁명 홍보가 될 것이며 영상물을 통한 한류확산에도 일조할 것이다. (특히 저개발국가 및 민주주의가 덜 이뤄진 국가 중심으로) 왕실 관련 사극과 영화는 수없이 제작하였지만 아시아 근대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도 일컬어지는 동학혁명은 정작 한번도 제대로 다루지 않은 방송사와 영화제작사에 전북도민들이 지속적인 건의와 아이디어 제공을 하여 하루빨리 성과물이 나오도록 하자. 나 하나만의 안위가 아니라 전체 백성의 평등과 행복을 위하여 기꺼이 몸을 바쳤던 30만 동학혁명 희생자들의 넋을 기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한류 확산으로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한다. 과거에는 서울만 보고 떠나는 이들이 주(主)였으나 교통발달과 한국적인 것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점점 더 많은 외국인이 지방도 찾고 있다. 다행히 정읍 인근 전주는 한옥마을이라는 테마관광지가 있어 내외국인들 모두 많이 찾는 곳이다. 전라북도와 정읍시가 합심하고 연구하여 전주와 정읍을 연계하는 관광상품을 만들어낸다면 관광수익 증대 및 동학혁명 알리기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전주와 정읍을 묶어 국내 초중고 학생들을 위한 2박 3일 혹은 3박 4일 수학여행 상품 개발도 좋다. 조선왕조의 발상지인 전주와 근대 민주주의 혁명의 출발점인 정읍이 가까이 위치해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매력이지 않은가? 

 동학혁명은 124년 전에 끝난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영원히 지속되어야 할 현재진행형이다. 인간존중의 정신 및 공정한 사회를 위한 개혁의식은 어느 한 시대 한 국가에만 적용될 수 없고 인류문명이 지속되는 한 언제나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읍과 소중한 인연을 맺었으니 동학혁명을 더 널리 알리도록 남은 평생 힘을 보태며 살고자 한다. 졸필이지만 이 글이 동학혁명 희생자분들과 유족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기를. 
 
/ 안상현 <법사랑위원 전주지역연합회 보호관찰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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