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슬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호 롱 불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8/04/25 [07:06]


   구불구불한 논두렁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인가가 서너 채 모여 있던 산골마을이 내 고향이다. 지금은 도시로 변해 아파트가 들어서고 상가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나즈막한 산에는 소나무 숲이 있고, 봄이면 진달래(참꽃)가 지천으로 피었다. 파란 꽃물이 입술에 물들도록 꽃잎을 따서 먹었다. 이른 봄 참꽃이 필 때면 꼭 어린애만 잡아먹는 문둥이가 있다고 어머니가 일러 주셨다. 날만 새면 소나무 숲에서 “아가, 아가, 까까 줄께 이리 와.” 소리가 봄바람 타고 산울림처럼 들렸다.
 기름을 구하기 힘들었던 때였는데 기름이 빨리 닳았다. 기름이 닳아 호롱불이 가물가물해지면 일찍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다. 찢어진 문종이 틈새로 들어 온 초롱초롱한 별을 세다가 잠이 들곤 했었다. 호롱불 밑에서 어머니는 손재봉틀을 굴리며 아버지의 적삼과 우리의 옷을 만들어 주셨다. 그 희미한 호롱불이 어둠을 밝혀 주었다는 사실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에야 알게 되었다.
 전깃불을 처음으로 본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였다. 저녁 6시에 불이 켜지고 밤 10시가 되면 자동으로 꺼졌다. 처마 밑에 달린 스피커는 새벽 6시에 방송을 시작해서 밤10시면 끝났다. 낮에는 전깃불이 들어오지 않았어도 스피커에서는 연속극도 하고, 뉴스와 일기예보도 알려 주었다. 전기가 특선이었던 것 같다.
 호롱불을 켜다가 남폿불이 나왔고, 전깃불이 들어오면서 남폿불이 사라졌다. 남폿불이 환하다고 생각 했는데 눈부시게 환한 빛이 온 누리를 비치니 황홀했었다. 그 눈부신 빛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게 했다. 여름밤 하늘 가득 다닥다닥 열매처럼 붙어 반짝반짝 빛나던 별빛이 사라진 뒤에야 더 이상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 늦게까지 잠들지 못하는 불면병도 문명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깊은 밤 밖에 나가 본다. 우중충한 어둠이 길게 깔려 있다. 그 빛나던 별을 본 적이 거의 없다. 밤도 청명하게 맑아 별이 금방이라도 쏟아 질 듯한 밤에 별빛을 따라 걸어도 끝이 없어 새벽을 맞으며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무릎이 깨져 절룩거리며 걸었던 비포장 신작로, 7월 여름 옥수수를 삶아  어스름 길로 마중 나오시던 외할머니, 외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 이야기 또 발자취가 묻어 있는 곳이 내 고향이었다.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첨단 로봇이 사람의 일을 다 해내고, 하늘을 날아 세계를 오가는 시대, 대문 옆 귀퉁이에서 도깨비가 누가 말을 안 듣나 지키고 있다며 손자들에게 도깨비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깃불을 끄고  쓰지 않던 호롱을 꺼내 석유를 넣어 호롱불을 켜니 아이들은 캄캄하다고 난리다. “할머니는 어렸을 때 호롱불 밑에서 공부도 하고 책도 읽었단다.”라고 전설 같은 옛일을 설명해 주니 아이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내 이야기를 듣는다./황복숙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18/04/25 [07:06]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