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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심(蘭心)은 얼마인가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8/05/21 [09:46]


 
  대쪽 같은 성품이거나 소나무처럼 강직한 선비정신은 난(蘭)의 고고(孤高)함에서 묻어 나온다고 한다. 우리네 선인들은 사군자(四君子)라 하여 매. 란. 국. 죽(梅. 蘭. 菊. 竹)을 화선지에 묵향으로 그리기를 좋아했다. 화재(畵材)의 사군자는 빼어 난 각자 고유의 기상을 가지고 있어 선호하며 늘 수양(修養)과 선정(禪定)의 마음으로 화선지에 담아 불후(不朽)의 작품으로 남겼을 것이다.
 
  아내가 한국화(韓國畵)를 처음 시작해서 1년여를 쪼그리고 앉아 난을 치며 묵향에 젖어 있을 때 나는 두 가지의 주문을 했었다. 난을 치는 사람의 곧은 마음이 화선지 속에 들어 있어야 하고, 난향이 묻어나는 난을 그려야 한다고 했었다. 다시 말해서 살아있는 향이 나는 난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진정한 난화(蘭花)라는 의미이다.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며 평생 난을 친다 해도 뱀의 꼬리를 그리거나 갈대의 잎사귀를 그리다 끝나는 사람이 허다하다는 말을 의경산수의 달인으로 호칭되는 친구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진정 화가의 영혼이 담긴 작품을 남기기가 그리 쉬운 일인가 생각해 보면 난을 쳤던 선인들의 고고(孤高)한 난향이 절로 묻어나는 느낌이다.
 
  나는 요즈음 수년째 봄이 되면 꽃을 피우는 두화소심(豆花素心)을 서실(書室)에 가져다 놓고 즐기면서 신기하다 못해 경이로움마저 느낀다. 미미한 난향과 꽃잎의 섬세함에서 풍기는 난(蘭)에대한 감정은 더 이상 절찬의 표현을 찾을 수 없고, 과히 환상적이라는 사고가 지배적이다. 나만이 느끼는 낭만적 사고(思考)이며 난심의 풍만함에 가슴이 뛴다.
 
  그런데 나는 오늘 평소 몹시 갖고 싶었던 주금소심(朱錦素心)이라는 난을 절친한 친구로부터 받았다. 시가로 따지만 수백만 원은 호가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은 난심(蘭心)이다. 난처럼 향기로운 친구의 우정이다. 나는 너무 좋아서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고 정성으로 잘 키워서 난심을 가지고 집필하는 문우들에게 친구의 정성처럼 분주해 주어 오늘의 기쁨을 함께하려는 각오를 다졌다.
 
  한국춘란(韓國春蘭)을 키우다 보면 난 애호가들은 난과 대화를 한다. 과연 미물인 식물과 대화가 가능한 일인가 생각해 보면 넌센스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난 애호가들은 난과 대화를 한다. 수분의 공급 시기며 일조량, 통풍관계 특히 더위와 추위를 지켜주는 무언의 대화가 통해야 한국춘란은 꽃으로 보답한다. 이것을 교육용어로는 내포의 형성(상담자와 피상담자의 신뢰성의 구축)이라 하는데 나는 여기서 난과 대화를 하며 내포의 형성과정을 실감한다.
 
  난심(蘭心)을 시장에서 파는 물건 값처럼 난값으로 매길 수 있을까? 희귀 품종의 난값이 *천정부지(天井不知)의 고가로 형성되지만 난심은 값으로 칠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오늘 두화소심의 난향에서 더욱 빛나고 있다. /최상섭
                                                                
* 천정부지(天井不知) : 하늘 높은 지 모르고 물건의 값이 올라가는 것.
* 무가지보(無價之寶) :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귀한 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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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21 [09:46]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