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개혁 개방 선언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8/06/21 [16:45]

북한의 개혁 개방 선언

새만금일보 | 입력 : 2018/06/21 [16:45]

북한의 개혁 개방 정책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13년 3월 말‘핵·경제 병진노선’을 국가 전략으로 채택했다. 이는 핵무기와 경제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핵·경제 병진노선은 차츰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북한은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는 더 이상 병진노선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병진노선의 공식적‘종료’선언인 셈이다. 이제 북한은 국가 전략의 핵심 축을‘경제 건설’로 돌리고 있다.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핵을 들어낸 것이다.

더 이상 핵 때문에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북한판 개혁·개방 선언을 했다. 중국의 개혁·개방은 마오쩌둥 주석 사후인 1976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문화대혁명의 대혼란을 딛고, 인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모색됐다.

중국을 시장화와 세계경제 체제 편입으로 이끌어냈다. 당 사업의 중심을 경제 건설로 전환했다. 이후 덩샤오핑을 중심으로 개혁·개방 세력이 정치적 주도권을 장악해 오늘의 중국을 만들어냈다. 북한 노동당도 중국 공산당과 여러모로 비교가 가능하다. 북한의 개혁·개방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부터 준비됐다. 그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본격화한 것이다.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정치·군사적 토대는 △1964년 10월 원자폭탄 실험 △1967년 6월 수소폭탄 실험 △1970년 4월‘둥팡훙’인공위성 발사 성공 등 이른바‘양탄일성’(원자탄·수소탄과 인공위성) 체제 완성이 결정적이었다.

이는 지금까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밟아온 길과 매우 닮았다. 2013년 3월‘핵·경제 병진노선’을 내세운 이래 북한은 쉼 없이 핵·탄도미사일 개발에 몰두했다.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지금까지 모두 6차례 핵실험을 했다.

이 가운데 4차례는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이뤄졌다. 대외관계도 중국과 닮았다. 미-중 관계는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으로 물꼬를 텄다. 1978년 12월15일 두 나라가 이듬해 1월1일부터 외교 관계를 맺기로 했다는 공동 발표를 내놓으면서 정상화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에서“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갖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말했다. 북한의 외교·대외경제 부문 법령은 모두 31개다.

이 가운데 조약법·출입국법·무역법 등 대외관계의 포괄적인 내용을 담은 10개를 뺀 나머지 21개 법령이 대외경제 관련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법령 가운데 상당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을 전후한 시점에 대대적으로 정비됐다.

북은‘경제’의 발목을 잡는‘핵’을 떼어낼 준비가 됐다는 뜻을 안팎으로 분명히 했다. 핵·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한 지 불과 두 달 남짓 만인 2013년 5월 말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경제개발구법을 채택한다.

북한은 2013년 14개 지역을 지정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7개)과 2015년(3개) 잇따라 국가·지방급 경제개발구를 지정·발표했다. 핵무력 완성 선언으로 조성된 위기감이 채 가시지 않았던 지난해 12월23일에도 평양 강남군 고읍리 일대를 경제개발구로 지정했다.

지금까지 경제개발구로 지정된 지역은 모두 24개로 늘었다. 북은 이미 개혁·개방을 향해 내달릴 준비를 마쳤다. 북한 개혁개방은 중국이 모델이다 북한의 중국 경제 개혁개방 학습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의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을 방문했다.

그는 바다를 메워서 상가와 오락 문화 체육 주거시설 등을 집적시킨 다롄 동항(東港)상무구를 둘러 보았다. AV 단말기를 만들고 경극(京劇)앱 같은 문화사업 등을 하는 국유기업 화루(華錄)그룹을 참관하기도 했다.

앞서 베이징 방문 때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 중국과학원에서 열린‘중국 과학 혁신 성과전’을 둘러봤다. 다롄 동항상무구는 톈진(天津)과 격년제로 번갈아가면서 하계 다보스포럼을 여는 다롄의 국제회의센터가 있는 신 개발구다.

화루그룹은 1992년 설립한 화루전자를 전신(前身)으로 한 기업으로 74개의 계열사와 2개의 상장 자회사를 두고 있다. 북한 노동당은 모든 역량을 사회주의 경제 건설 전략 노선에 집중하기로 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북부 핵 실험장을 폐기한다고 선언했다. 북한 개혁개방이 속도를 낼 경우 중국이 이에 대한 지원과 함께 시장 선점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향후 북한의 개혁·개방은 체제안정을 위해 특구와 개발구 중심으로 추진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향이자 별도의 특별법으로 보호받고 있는 원산이 랜드마크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개혁·개방의 중심지는 원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산 개발을 위해서는 전력, 항만, 철도, 물류 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우선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원산은 금강산과 연계된 관광지 개발 외에도 해상 및 항공 물류의 중심지이다. 잠재력이 높아 남북경협의 상징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나중에 개혁·개방을 하더라도 중국에 대한 투자 규모를 줄인다거나 생산라인을 축소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북한 개혁·개방 이후에 한국 기업들의 투자 전망도 중요하다. 한국은 북한에 대한 직접투자보다는 중국을 통한 간접투자가 더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인건비가 아무리 싸더라도 생산가동이나 영업 활동에 대한 강력한 법적 보장이 없다면 아무도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1990년대에 북한 고위층에서는 더 이상 개혁을 하지 않으면 정권 통치의 합법성까지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생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이미 10년 전 개혁개방을 실시하여 성과를 거둔 중국으로 눈길을 돌렸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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