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통일 이후 갈등(1)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8/09/13 [16:25]

독일의 통일 이후 갈등(1)

새만금일보 | 입력 : 2018/09/13 [16:25]




1989년 10월 3일은 독일이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룩한 날이다. 당시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독일은 통일에 대한 환희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통일 이후에 많은 사회 갈등을 겪었다. 통일 후유증에 시달린 것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이념 차이였다.

경제적 차이로 인한 갈등도 컸다. 동독은 통일 이후 서독 정부의 막대한 지원에 힘입어 경제 상황이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1990년 중반 이후 동독 지역 주민은 불만이 커졌다. 일자리 부족, 범죄 증가, 자본주의 사회의 물질 만능 풍조 등을 경험하면서 통일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사라졌다.

서독 지역 주민 역시 불만이 많았다. 통일 이후 엄청난 경제적 도움을 주었음에도 불만을 제기하는 동독 지역 주민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불만은 서로 다른 체제가 통합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후유증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독일 사람들이 통일 자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통일 이후 독일 주민의 90% 이상은 통일 자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구소련을 중심으로 한 냉전 체제를 종식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실제로 독일은 세계 평화 및 유럽 평화에 크게 기여했다. 통일 이후 동독 지역에서는 교통망과 통신망이 구축되고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것을 큰 장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역사적인 도시들과 많은 문화재가 아름답게 복원되었다.

체계적인 환경오염 대책이 시행되어 생태계가 복원되었다. 물론 통일 이후 독일은 여러 시련을 겪었다. 구동독의 경제 상황은 알려진 것보다는 훨씬 더 나빴다. 동서독 주민 간 심리적 장벽도 높았다. 특히 통일 비용으로 '연대부가세'가 신설됐다.

이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5.5%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서독은 매년 1조 6000억 유로를 구동독 지역에 투자했다. 결국 구동독 지역의 경제가 살아났다. 이는 라인강의 기적에 이어 '제2의 경제 기적'으로 평가받는다. 유럽의 통합으로 시장의 확대, 낮은 물가 상승률에다 구동독 지역의 경제가 살아나면서 독일 경제는 활기가 넘치고 있다.

수출은 더욱 호조를 이루고 있다. 독일 통일은 재앙이 아닌 축복이었다. 구동독 지역은 신 성장 동력으로 변했다. 문화의 신 르네상스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유럽이 독일어로 말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베를린은 뉴욕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호텔이 많은 도시가 됐다.

독일 통일을 보면서 미래 통일 한국의 사회 모습을 생각해야 한다. 통일된 한국도 벅찬 감동과 희망찬 미래상으로 기쁨을 누릴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질적인 사회 속에서 살아온 남북한 사람들이 하나로 화합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경제적 부담을 겪게 될 남한 주민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북한 주민 간의 갈등은 당연하다. 이는 서독과 동독 주민들이 겪었던 갈등과 똑 같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남한 주민과 북한 주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일이다. 통일에 대한 자부심과 긍정적 측면이 더 많이 부각될 것이다. 경제적 사회적 혜택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민족애와 사상은 별개다. 베를린 인근 구 동독 지역의 도로, 주택 등은 모두 구 서독 지역 못지않게 잘 정비되어 있다. 주민들의 생활수준에도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독일도 사상적인 통일의 갈등은 여전하다. 특히 한반도는 독일과 상황이 다르다. 동족상잔을 겪었다. 통일을 해도 남북 갈등은 심각할 수 있다.

먼저 독일은 도대체 어떠한 방식으로 그 짧은 시간 안에 동서독의 경제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었던 것일까를 알아야 한다. 통일 독일이 비교적 단기간에 동서독의 경제 격차를 줄이고 실질적 통합을 이루는데 기여한 것은 바로 통일세였다.

독일에 통일세라는 별개의 세목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세와 법인세에 대해 5.5%를 부가하는 일종의 연대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것을 대한민국에서는 통일세라고 부른다.

독일의 통일세는 독일 통일 이후 1991년 7월 1일부터 도입되어 1년간 시행되었다. 1993년과 1994년의 비과세기간을 제외하고 1997년까지 7.5%, 1998년 이후부터는 현재까지 5.5%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지금도 독일에서는 통일세의 유지 여부에 대해 논의가 있다.

이에 앞서 2008년에도 통일세 유지 찬반 조사가 있었다. 그 때는 찬성이 다수였다. 그 뒤 2013년에 실시된 조사에서는 폐지 여론이 더 높았다. 하지만 독일 통일 이후 약 20년 이상 구 서독 지역 주민들은 화폐 가치가 크게 하락하고, 반대로 물가는 크게 인상되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통일세를 부담하는 것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다수였다.

독일의 실질적인 통합을 위한 비용으로 통일세가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당시 통일세 도입 논의가 있었다. 그리고 최근 남북의 화해 분위기 속에서 통일 비용과 그 부담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남북통일은 경제 강국으로 가는 길이다. 이는 이미 독일이 보여주었다. 남북통일을 위해서는 경제력 우위에 있는 남한이 더 많은 경제적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독일은 통일 이후에야 비로소 통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결국 서독 주민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컸다.

통일세라는 이름의 별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든, 부가 가치 세율을 인상하는 방식이든 중요한 것은 방식이 아닌 실천이다. 통일이 되기 전부터 차근차근 통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통일 이후 국민들의 통일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실질적 통합의 시기도 독일보다 앞당길 수 있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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