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기념일 제정과 전라북도의 과제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8/11/19 [09:27]

동학기념일 제정과 전라북도의 과제

새만금일보 | 입력 : 2018/11/19 [09:27]


무려 14년 동안 표류하던 동학농민기념의 법정 기념일 지정이 문화관광부 선정위원회에 의해 황토현 전승일인 5월 11일로 마침내 결정되었다. 지난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관련 지자체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게 되면서 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는 지역사회와 도민들의 압박이 극적인 타협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고창군은 무장기포일인 4월 25일을, 부안군은 백산대회일인 5월 1일을, 정읍시는 황토현전승일인 5월 11일을, 전주시는 전주화약일인 6월 11일을 기념일로 정해야 한다고 각각 주장해 왔다. 그동안 자기 지역이 지정일로 지정받게 되기를 염원하며 많은 자료와 근거를 제시하면서 토론하고 역사적 가치를 승화시키기 위하여 노력해 온 전주, 고창, 부안의 관계자들과 주민들의 수고와 노력은 높이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지금까지와는 달리 고창군을 비롯해서 지자체들이 대체적으로 결과에 승복하는 분위기여서 다행스럽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은 동학농민혁명의 국가 기념일 제정을 환영하고, “민중이 주체였던 동학농민혁명을 민중이 완성했다.”라고 논평하였다. 또한 도당은 동학농민혁명이 “실패하였지만 이 나라 민족 민주주의 운동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우리 가슴에 잡아왔기에 성공한 혁명”이라고 강조하였다. 실제로 동학농민혁명의 자주, 자유, 평등을 지향하는 정신은 이후, 항일의병항쟁, 3.1운동, 4.19혁명, 광주민주화운동, 1987 6월 항쟁 등을 거쳐서 2016년 촛불혁명에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법정 기념일이 지정되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기념일 지정은 시작해 불과하다. 외부적 요인도 아니고 전라북도 내 지역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14년이나 결정이 늦어진 것에 대한 지역 사회 내 성찰이 필요하다. 앞으로 이런 문제에 또 다시 봉착한다면 신속하고도 과감한 결정이 필요해 보인다. 사실 이중 어느 날로 기념일이 정해졌다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으며, 동학농민혁명 자체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가 훼손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최제우에 의해 경주에서 창시된 동학은 2대 교주 최시형 시대에 이르러 호남 지역에 급속히 전파되었고 마침내 동학농민혁명이 발발하게 된 것은 그만큼 호남 지역이 관리들과 지주들의 탐학과 수탈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상을 가리는 봉건적 신분제도는 탐학과 수탈을 정당화해 주었다. 호남의 민중들은 봉건 제도 자체의 개혁이 없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권귀축멸, 보국안민 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목숨 걸고 혁명의 대열에 뛰어들었다.

기념일이 어렵사리 정해진 만큼 이제는 동학농민혁명의 본질을 전라북도 도민 모두 공유할 필요가 있다. 호남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봉건적 제도의 폐단을 먼저 인식하고 그것의 극복을 위해 노력해 왔다. 정여립의 대동사상과 천주교 순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정여립은 ‘천하위공’을 주장했고, 천주교 순교자들은 고통스럽게 죽어가면서도 하나님의 자녀로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었다. 이처럼 호남 지역은 늘 열린 마음을 가지고 미래지향적 태도를 견지해 왔다.

동학농민혁명 기념에 의례적인 행사만 거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읍뿐만 아니라 동학기념일에는 호남 전 지역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시민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다른 지역보다 먼저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계승하여 권위주의적 태도를 철저하게 청산해야 하고, 관과 민이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조해야 한다. 중앙 정부는 외세를 끌어들여 자국의 백성을 진압하려 하였을 때, 분연히 떨쳐 일어나서 용감하게 일제에 맞섰던 동학농민군의 정신은 우리 역사에서 더욱 높게 평가되어야 한다. 타자를 하늘처럼 떠받들며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사회는 열악한 무기를 들고 연전연승하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동학농민군 모두가 지향했던 가치이며 우리가 반드시 계승해야 할 가치이기도 하다.


/김승종 <전주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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