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마당을 주목하라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8/12/13 [15:36]

북한의 장마당을 주목하라

새만금일보 | 입력 : 2018/12/13 [15:36]



북한 장마당에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의 장마당은 처절하고도 긴장된 삶의 현장이다. 장마당은 1990년대 중반에 있었던 최악의 식량난 이후 등장했다. 국가 배급 체제가 무너지면서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장마당은 현재 400여개 지역으로 확대되었다.

장마당은 북한 주민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수단이다. 장마당에는 다양한 상품들이 거래되고 있다. 채소와 과일은 물론 강냉이와 쌀, 과자 등의 먹을거리와 신발, 옷, 샴푸, 액정 TV, 로봇 청소기 등 공산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 상품에는 한국산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도 비싼 편이다. 특히 쌀은‘대한민국’이나‘WFP(세계식량계획)’이라고 새겨진 포대에서 소량으로 거래된다. 장마당에 나온 공산품이나 쌀은 대부분 특권계층에서 반입된 것이다.

이들 계층은 국가로부터 특별 배급을 받은 물건들을 장마당에 되팔아 큰 이익을 남기고 있다. 북한은 국가 배급 체제가 붕괴되자 처음에는 장마당이 형성되는 것을 눈감아주었다. 그러나 장마당을 통해 개인의 주머니에 많은 돈이 쌓이면서 생각이 달리진다.

이를 강제적인 방법으로 회수하겠다는 엉뚱한 발상을 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2009년에 단행되었던 화폐개혁이다. 이는 사유재산 몰수를 목적으로 시도되면서 엄청난 충격과 혼란을 유발했다. 어렵게 모은 돈을 순식간에 날려버렸고 천정부지로 뛴 물가로 인해 북한 주민들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아무리 통제가 심한 사회지만 불만이 고조되었다. 결국 김정일은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 등에게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어 2010년 3월에 공개적으로 총살하기에 이르렀다. 장마당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찾을 수 있는 시장 개념이 불안정하지만 서서히 적용되고 있다.

이는 민주화 운동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장마당 확산은 북한의 사회 통제력을 점차 약화시킨다. 주민의 자유권 요구는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 예상된다. 장마당은 특별계층이나 일반계층 할 것 없이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장마당을 제2의 화폐개혁 등의 조치로 폐쇄할 수는 없다. 시장은 전혀 모르는 수요자끼리도 서로 어울려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는 종합적인 소통 현장이다. 장마당에는 한국이나 중국 등에서 상품을 가져다가 파는 상인도 있다. 누구나 일단 시장에 나오게 되면 함께 어울려 정보를 교환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은 외부의 소식을 접하는 기회가 더욱 많아지게 된다. 자신들이 알지 못했던 정보를 접하면서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발전할 수 있다. 장마당은 북한 주민들에게 생존을 위한 공동체 의식을 유발시킨다. 체제에 대한 불만을 집단적이고 공개적으로 터트릴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을 생존의 터전으로 인식하고 있다. 계층이나 신분에 관계없이 장마당을 통해 경제적 유대감을 서로 느끼고 있다. 이러한 공생관계는 공동체 의식으로 뭉쳐질 수 있다. 생존의 터전인 장마당의 존재를 위협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 집단행동 등 예측하지 못한 사태로 확산될 수 있다.

신의주의 한 장마당에서 시장을 단속하던 보안원이 한 상인을 때리자 주변 상인들이 한꺼번에 달려들면서 시위가 벌어졌다. 주민 착취에 앞장섰던 전 보안서장이 주민들에 의해 돌팔매질을 맞아 사망하기도 했다.

지금 북한에는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로 인해 그동안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던 불만이 터져 나온다. 그러면서 크고 작은 소요가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평안북도 정주·용천·선천 등지에서는 주민들이 신문지를 말아 메가폰처럼 만들어“배고파 못살겠다. 쌀과 전기를 달라”고 외치며 소동을 벌였다.

국가안전보위부 요원이 이 사실을 조사했지만 서로 모른다고 잡아 뗀 통에 주모자를 색출하지 못했다. 과거에는 서로 고발하여 당에 충성심을 보이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들을 굶기고 있는 당에 대해 반발하고 서로 감싸주는 분위기가 급속하게 형성되고 있다.

북한 주민의 식량문제 해결은 두 가지 방식이다. 하나는 평양 주민과 특권층을 대상으로 한 특별 배급이다. 다른 하나는 이 혜택에서 제외된 주민들이 먹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형성된 장마당을 통해서이다.

일반 주민들은 대량 아사라는 참혹한 경험을 했다. 지도자가 이 문제를 결코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점을 알았다. 자구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자칫 죽음에 내 몰릴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북한군 내부에서도 식량난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북한군 대대장(중좌)이 굶어죽은 부친의 사망 소식을 듣고 권총으로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대대장은 평소에 충분하지도 않은 식량을 배급받아 부모님께 얼마씩을 보냈지만 최근에 식량 배급이 반으로 줄은 탓에 보내지 못했다.

결국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목숨을 끓은 것이다. 배급이 반으로 줄면서 북한군이 식량 창고나 민가에 들어가 식량을 훔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강냉이 150Kg을 가져오는 조건으로 1개월간 휴가를 보내주는 구걸 휴가도 등장했다.

이집트와 리비아를 비롯한 중동지역에 민주화 운동이 거세게 몰아닥친 바 있다. 당시 이들 국가들은 주민들이 끼리끼리 이야기를 하지 못하도록 장마당 칸막이를 철수하게 하는 등 감시 감독을 부쩍 강화했다.

튀니지의 한 청년은 경찰의 과도한 시장단속으로 청과물을 모두 빼앗기자 자신의 몸을 불살라 맞섰다.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의 세 나라 지도자들이 인권 탄압에 분노한 민중에 의해 대부분 축출되었다.

북한의 장마당 확산은 체제 붕괴의 징조다. 북한 사회 변화의 척도이기도 하다. 북한은 장마당을 건전하게 육성하여 주민의 배고픔을 해결하고 나아가 중국처럼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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