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恨)’의 정신과 새해 소망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9/01/02 [13:53]

‘한(恨)’의 정신과 새해 소망

새만금일보 | 입력 : 2019/01/02 [13:53]

 
해마다 세밑이 되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표현을 쓰게 된다. 2018년 역시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해였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올해의 국민 지지율은 현 정부가 거둔 성과와 한계를 시사하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의하면 3차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을 전후로 하여 80% 이상 치솟던 대통령 지지율은 12월 들어 40%대로 떨어지고 있고,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추월하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해를 넘기면서 ‘소득주도성장정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제조업 분야와 소상공인들의 위기, 낮은 고용률,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처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는 산업재해율 등은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으며, 각종 실물 경제 지표의 하락과 상대적 빈곤층의 확대 등은 경제적 불안을 넘어 심리적 불안 사태까지 초래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평창올림픽의 북한 참가와 여자아이스하키 종목 단일팀 결성을 계기로 조성된 한반도 화해 분위기는 ‘4.27 판문점 선언’으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였고, 9월 19일 문 대통령이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북한 인민 15만 명이 모인 가운데 감동적인 연설을 함으로써 절정에 도달했다. 그 사이에 제1차 북미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렸고,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남북선수단 공동입장, 여자농구 및 조정 종목 단일팀 구성, 군사분계선 내 남북한 초소 폐쇄, 남북철도연결 착공식 등과 같은 크고 작은 성과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전 세계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약속되었던 김정은 위원장 답방이 결국 연내에 이루어지지 못했고, 북미 2차 정상회담 및 실무회담은 취소되거나 연기되기 일쑤였으며, 문재인 대통령 방북 이후 더 진전된 북한 핵 폐기도 없었다. 미국과 UN의 대북 경제 제재 조치가 풀리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는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국내적으로도 ‘유치원 3법’이 끝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였고, 연이은 KTX 탈선 사고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거론되는가 하면, 산업재해로 노동자들이 숨지는 사고가 그치지 않고 있다. 2019년 경제도 낙관하기 어려운 전망이며, 이미 시작된 인구절벽사태로 인해 사회적 불안과 청년 계층의 불만도 가중되고 있다.

이처럼 2018년은 기쁨과 슬픔, 희망과 아쉬움이 교차한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긍정적인 일이든 부정적인 일이든 그 모든 것이 2018년 한해에 국한되어 일어난 일이 아니며 이미 오랜 세월 누적된 노력과 모순의 산물이기 때문에 원칙에 입각한 개혁과 적폐청산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며 잘못은 솔직히 인정하되 빠른 대안 제시와 국면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17년에 작고한 국문학자이자 평론가인 천이두 교수는 ‘한(恨)’의 이론을 정립한 바 있다. 천 교수는 ‘한’이란 단순한 애상적 정서가 아니라 부정적 정서를 ‘삭임’이라는 특수한 과정을 통해 긍정적 정서로 전환하는 역동적 기제로 보았다. 여기서 부정적 정서는 일이 잘 안되었을 때 남을 원망하며(怨) 자신을 비하하고 책망하는(嘆) 정서를 가리키며 긍정적 정서는 타자를 배려하고(情) 미래에 대한 소망을 잃지 않는(願) 정서를 일컫는다.

남북관계 개선이 지지부진하고 각종 경제 지표가 떨어지고 취업난이 이어진다고 해서 남의 탓만 하고 서로를 적대시하는 가운데 개인의 이익과 주장만 내세운다면 대한민국의 운명은 더욱 암담해질 것이다. ‘한’의 정신에 의하면 각 주체가 원망과 자책은 최소화하고 소망과 배려는 최대화해야 한다. 각 개인이 변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소규모 공동체와 사업체들이 변화할 때만이 국가 사회의 변화도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다가오는 2019년 기해년에는 정치권과 일반 국민, 사용자와 노동자,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 등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을 발휘하여 국민적 대통합과 대동단결을 이루어나가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김승종 (객원 논설위원, 전주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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