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 싫은 곳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9/01/15 [08:24]

가기 싫은 곳

새만금일보 | 입력 : 2019/01/15 [08:24]


  살다 보면 가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가야 할 곳이 있다. 이가 아파 치과에 가려면 마음이 심란하여 가기 싫다. 군대도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제대한 지 50년이 되어가는 요즘도 가끔 군대 가는 꿈을 꿀 때가 있다. 그런 꿈을 꾸고 나면 괜히 마음이 편치 않다.
 늙어서 가장 가고 싶지 않은 곳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이라 한다.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다르다. 적용법도 요양병원은 국민건강보험 의료보호법이 적용되고 요양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복지법을 적용한다. 요양병원에는 의사가 있지만 요양원에는 의사가 없다. 간혹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엘 가 보면 병원이나 요양원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주말 아내와 함께 요양병원에 문병을 다녀왔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퀴퀴한 냄새가 났다. 방안 공기는 더욱 견디기 힘들었다. 우리가 문병한 환자는 거동이 불편하여 일상생활을 요양사들에게 의지하지만 정신은 맑았다. 병실에는 여섯 명이 있었다. 여섯 명 모두가 스스로 일어나 앉지도 못하고 어떤 할머니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분들이었다. 메르스 사태를 겪은 뒤 우리나라도 문병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아내는 문병을 갈 때면 꼭 음식을 챙긴다. 집에서 끓여간 도토리묵을 대접하려고 준비하는데 문 옆에 있는 성미 급한 할머니가 ‘나도 좀 주세요!’ 했다. 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해 가지고 갔기에 그렇지 않아도 나누어 드릴 참이었다. 입원 환자 중 스스로 앉지도 못하고 음식을 먹을 수 없는 분들은 먹여드렸다. 어떤 할머니는 정신이 혼미하여 아내가 먹여드리는데도 혼자서 알아듣지도 못할 이야기를 횡설수설하는데 웃지 않으려 해도 웃음이 나왔다. 치매에 걸린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올 때가 많다. 그러나 매일 간병하는 사람들이나 가족들의 애환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젊은 시절 술좌석에서 웃으며 농담삼아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나이 먹으면 예쁘고 미웁고, 많이 배우고 못 배우고, 벼슬이 높고 낮고, 돈이 많고 적고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요양병원에서 자기 몸도 가누지 못하고 누워서 연명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 말이 실감났다. 우리는 불과 30년 전만 해도 대부분 안방에서 임종했다. 사랑에서 거처하던 할아버지도 임종할 때면 안방으로 모셨다. 그래서 안방이 제일 위혐한 곳이라는 우스게 말도 있었다. 사람들이 안방에서 제일 많이 죽으니 안방이 제일 위험한 곳이란 뜻이다. 요즘은 위험한 곳의 순위가 바뀌었다고 한다. 요양시설에서 죽는 사람들이 많으니 요양시설이 제일 위험한 곳이 되었다.
 
 요즘은 몸이 불편한 어른들을 집에서 모시기 어려운 가정이 많다. 요즘 노인들은 웬만해서는 요양시설에 가지 않으려 한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요양시설에 가기를 꺼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요양시설을 갈 때마다 느낀 일이지만 요양시설의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근무하는 사람들의 근무 환경이나 처우가 좋지 않으니 자연적으로 서비스의 질도 좋지 않다. 노인들도 사회환경이 바뀌어 노후에 병들어 거동이 불편하면 요양시설에 갈 수밖에 없음을 잘 안다. 잘 알지만 요양시설의 환경과 서비스가 나쁘니 가기를 싫어한다. 딱한 현실이다. 요양시설의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다함께 노인들을 따뜻하게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인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안락하고 품위있게 임종을 맞이할 수 있는 장소기 되어야 할 것이다. 요양시설이 스스로 가고 싶은 곳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최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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