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정의 반란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9/01/25 [10:00]

노인정의 반란

새만금일보 | 입력 : 2019/01/25 [10:00]




우리나라도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천만 명을 육박하고 있어 고령을 넘어 초 고령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는 서둘러 노인복지문제 예산을 세워 노인건강과 노후보장을 위한 지난해보다 일자리 10만개가 늘어난 61만개를 제공, 월 60시간을 기준하여 54만원을 지급하는 지방비를 포함한 1조 6487억 원이 투입된다고 발표하였다. 서울 어느 노인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과거에 관록이 붙은 남자노인 회장이 구청과 동사무소에 들락거리며 ‘우리노인정’에 보다 많은 혜택을 달라면서 활동력이 대단했다. 처음에는 그 노인정이 잘나가는 가 했더니만 법적으로 8년을 넘어 무려 12년을 독주하면서 나중에는 사욕에 눈이 어두워 정치적 이용과 텃세를 하는 비민주적인 횡포가 날로 심해갔다. 이를 지켜보던 노인회원들은 하나 둘 빠져 나가기 시작해 그 노인정은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 중에서 좀 팔팔한 여성 노인 한 분이 들고일어나 재기를 하자며 여성 노인 회원들을 규합하여 마침내 새로운 여성 노인 회장을 추대하는 12년 간 남성회장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이는 실로 여성노인들의 대 반란이었다. 이런 사례는 도시 뿐만이 아니라 시골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마을 만 하여도 2십 여 명의 노인회원이 오순도순 잘 지내는 가운데 대부분이 여성으로 남자 회원은 3-4명에 불과하다. 70대 이상 90대까지 홀로된 독거여성노인이 대부분으로 비율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장수하는 편이다. 그런데 서울의 앞선 사례와 똑같은 일이 벌어져 유교에 찌든 가부장적인 남성우월주의로 남성회장이 장치고 포 쳤는데 옛날 우리 마을에 한, 두 명 있을 동 말 동한 가난한 시절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면서 자긍심이 대단했다. 여성노인들의 인격을 무시는 물론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혀 밉보인 경로당 관리인에게 열쇠를 줘야 하는데도 자기와 친한 9순의 노인에게만 열쇠를 주어 알량한 노인 회장 권한을 휘둘러 사단이 벌어졌다. 쇠불알만한 자물쇠통을 새로 부착하여 아무도 얼씬못하게 하는 횡포가 극에 달해 관리인은 회장임기 만료일만을 학수고대하였다. 드디어 연말이 되어 새 회장을 뽑게 되었는데 만년회장을 꿈꿨던 그 남성회장은 비밀투표결과 절반에도 못 미치는 표차이로 떨어져 실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여기서 그만 두었어야 할 그 남자 노인회장은 부정투표 운운 재투표를 해야 한다면서 온갖 추태를 부려 망신만 더했다. 세상의 인간들은 대부분 재물과 권력과 명예욕 등 오욕칠정(五慾七情)이란 속성에 산다지만 사람의 심성은 묘한 것 같다. 노인회장이 도대체 무엇이 간데 월급도 없는 회장 자리를 탐내다니... 순 봉사 직인데도 그걸 안 놓으려는 작은 명예욕에 망신살을 하등 불러들일 이유가 없다. 진정한 리더라면 회원 간 소통과 화평을 도모하는 경영자적인 봉사 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질문명이 예전보다 훨씬 풍요로워 졌고 문화가 고급화 되어가는 21세기에 우리 인간이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문명의 이기라고 하는 차량홍수 속 도심 한가운데 십자로에 서면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가기위한 신호등을 기다리는 너와 내가 다른 생각과 사상이 각각 다르다지만 그것이 질서와 조화를 이뤄 더불어 일상을 살고 있다. 나만이 최고요, 내가 해야만 한다는 독선과 편견은 신호등을 위반한 자동차처럼 가장 무서운 독소이다. 이제 남자라는 우월주의로 어른 대접 만 받으려는 낡은 구시대적인 사고는 과감히 떨쳐 버릴 때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자기 나이와 힘에 걸 맞는 재능을 발휘하여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부심과 봉사정신은 훨씬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하나의 비결이라 보겠다. 인간은 누구나 생노병사(生老病死)라는 자연과 하늘의 이치에 순응해야 하는데도 자칫 늙어 노욕(老慾)을 부리는 것은 황혼의 아름다운 노을에 덧칠을 하는 추한모습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오늘 아침에도 걷기에도 불편한 오 갈 데 없는 이웃집 철이 할머니는 유모차를 밀며 동네 한 가운데 있는 노인정 깃발과 태극기가 펄럭이는 경로당을 찾아 따뜻한 점심 한 끼와 웃음을 나누는 복된 하루가 되기를 염원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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