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의 미투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9/03/06 [16:40]

스포츠계의 미투

새만금일보 | 입력 : 2019/03/06 [16:40]


 
설명-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월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스포츠계의 만연한 성폭력 문제는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0여년 전 KBS 시사 프로그램 < 쌈 >에서‘2008 스포츠와 성폭력에 대한 인권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스포츠계의 만연한 성범죄 문제가 이미 보도된 적이 있다.
쇼트트랙 스타’심석희와‘국가대표 상비군’출신인 전 유도선수 신유용 씨가 코치로부터 폭행과 더불어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폭로했다.‘여자 쇼트트랙 간판’심석희(22)는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폭행뿐만 아닌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미 심석희는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이전 조 전 코치로부터 폭행을 상습적으로 당한 전황이 만연히 공개된 상황이었다. 심석희 사건에 이어 1월 14일에는 유도계에까지 충격적인 소식이 나왔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으로 유망주였던 전 유도선수 신유용(24)씨가 고등학교 시절 지도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신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선고등학교 재학시절인 지난 2011년 여름부터 2015년까지 소속 유도부의 코치인 A씨로부터 약 20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훈련 시 수차례에 걸쳐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신 씨의 주장에 따르면, A씨는 2011년 숙소로 신 씨를 불러 성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사실을 말하면 유도계를 떠나야 한다” 등의 협박을 했고 신 씨는 어쩔 수 없이 이후 A씨가 부를 때마다 순순히 응해야 했다.
또한 신 씨는 고교 당시 한 대회에서 성적이 나오지 않자 A씨로부터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산부인과 진료를 강요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에는 A씨가“아내가 의심하고 있다”는 이유로 500만 원으로 회유를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국민들은 안타까움과 분노 섞인 반응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조재범 전 코치의 엄벌을 촉구한다는 청원이 26만이 넘는 동의를 받을 정도다. 국민들의 체육계에 대한 분노는 고조된 상태다. 대한체육회의 대책에 대해 ‘미봉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스포츠계 곳곳에 보이지 않는 피해 사례가 수두룩하게 잠재돼 있을 것이다.‘제 식구 감싸기’및 시간이 지나서 가해자가 다시 지도자로 소리 소문 없이 돌아오는‘눈 가리고 아웅’ 등의 잘못된 관행을 완전 제거해야 한다.
한 여학교 운동부에선 합숙훈련을 할 때 밤에 감독에게 끌려 나가지 않으려고 서로 손을 묶고 잤다고 했다. 다른 여학교 운동부에선 3학년 진학 시기 합숙 훈련 때 모두를 위해 희생할‘감독님을 모실’한 명을 정했다고 했다. 스포츠계는 여전히 변한 게 없다.
선수들에 대한 폭력, 특히 성폭력 문제는 실제로는 엄청나다. 그러나 지도자가 왕인 지금 환경에선 결코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선배가 가해자인 경우에도 지도자 때문에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전명규 부회장과 심석희 선수를 불러놓고“조재범 코치 문제는 내가 해결해줄게. 잠잠해지면 돌아오게 해줄게”라고 발언했다.
피해자 앞에서 가해자를 옹호하는 게 스포츠계의 일상적인 성범죄 해결 방식이었다. 스포츠계 미투 운동이 없었던 것은 문제가 섣불리 손쓸 수 없을 만큼 심각했기 때문이다. 2017년 스포츠계 미투 운동의 포문을 열은 이은희 테니스 코치 또한“이 바닥이 너무 좁다. 시스템적으로 피해자들이 보호를 받고 안심할 수 없는 환경이 아니다. 솜방망이 처벌, 눈감아주기, 은폐, 축소가 너무나 팽배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법원은 이은희 코치를 초등학교 때 성폭행한 가해자에게 징역 10년을 확정했다. 이은희 코치는 너무 어렸을 때부터 벌어진 일이라 당시 범죄행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스포츠계가 조속히 양질의 대책을 내놔야한다고 말했다.
2008년 대한체육회는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고, 교육도 하고, 선수 인권회도 만들고, 공정체육센터라는 시스템도 완비한다고 했다. 하지만 허울뿐인 정책이었다. 스포츠계의 만연한 성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정책 몇 개를 시행할 게 아니다.
폭력과 성폭력을 방치하고 키워온 집단을 해체하고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여성 지도자를 적어도 30% 이상 임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엔 이미 세계적인 여성 선수들이 많다. 양궁, 쇼트트랙, 농구, 배구, 핸드볼, 필드하키, 탁구 등 전 분야에 스타플레이어들이 많다.
그러나 국가대표팀, 프로팀, 실업팀 등 모든 팀에서 감독과 코치는 모두 남자들이다. 남성 중심의 폭력적인 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여성 지도자의 임용이 필수다. 악법에 가까운 사실적시 명예훼손도 개정해야 한다.
체육계의 성폭력 사태에 대해 개탄하고 책임자 처벌과 강도 높은 혁신을 요구하는 마당에 문체부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피해를 본 선수와 그 가족, 그리고 국민은 정부의 대응에 또 한 번 실망한다.‘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나온다.
체육계에서 성폭력 범죄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것은 그동안 한국 체육이 지향해온 성적 만능주의 때문이다. 우수 선수만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엘리트 체육 우선주의가 문제다. 인권유린 현장은 어린 선수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했다.
메달에만 환호할 일이 아니다.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만 요구하면서 현재와 같은 구조를 묵인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근본적인 체육시스템 개혁에 나서야 한다. 학벌이 중시되는 한국 사회에서 특기생 제도는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작동한다.
지도자가 선수와 학부모를 자신에게 복종하게 하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다. 폭력을 당해도 대학 입학에 필요한 성적을 얻기 위해 지도자에게 복종하고 입을 닫았다. 무관심과 온정주의로 조사와 처벌을 쉬쉬했다. 스포츠는 국위 선양의 수단이 아니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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