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문제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9/04/10 [17:02]

자사고 문제

새만금일보 | 입력 : 2019/04/10 [17:02]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본격화하면서 이를 둘러싼 학교 측과 교육 당국 간 갈등이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지정 평가에 따라 학교 측에는 생존이, 교육 당국에는 공약 이행이 걸려 있기 때문에 앞으로 강대강 대치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대립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피해를 보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 올해 재지정 평가(운영성과평가)를 받는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13곳이 모두 운영성과 보고서를 교육청에 제출하기로 하면서 '평가거부 사태'가 일단락됐다.
그러나 자사고 측은 평가지표가 부당하다는 주장은 거두지 않았다. 특히 '수용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면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만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서울 자사고들은 재지정 평가를 위한 운영성과평가 기초자료 격인 자체평가보고서를 교육청에 제출했다.
평가보고서를 제출한 자사고는 경희·동성·배재·세화·숭문·신일·중동·중앙·한가람·하나·한대부고·이대부고·이화여고 등 평가 대상 13개 모두다. 이들 학교측은 학생·학부모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교육청 평가단은 자사고들이 낸 보고서를 토대로 서면·현장평가를 진행한 뒤 6월 말까지 평가를 완료할 계획이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둘러싸고 논란이 잇따르면서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학생과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서울 자사고들뿐 아니라 올해 평가받는 다른 지역 자사고들도 결과에 따라 소송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둘러싼 교육 당국과 자사고의 갈등은 평가 결과가 발표되는 오는 6월 말쯤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는 5년에 한번씩 설립 목적에 따라 학교를 잘 운영하고 있는지 평가받아야 한다. 2009~2010년에 설립된 서울 자사고 22곳은 2014년~2015년 1주기 때 이미 한차례 평가를 받았고, 올해와 내년 중 두 번째 평가를 받게 된다.
올해 평가 대상인 자사고들은 "이번 재지정 평가는 그동안의 운영성과를 검증하는 목적이 아닌 폐지를 위한 의도가 다분한 비상식적 평가"라며 "자사고 입장에서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육청에 평가 기준 재검토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기준은 지난 1기 때(2014년~2015년)보다 한층 강화됐다. 통과 기준선은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됐다. 대부분의 평가지표들도 까다롭게 조정됐다. 1기 때 있었던 평가 유예나 재평가 기회도 사라졌다.
경기도에서도 상향된 재지정 평가 기준을 놓고 일부 자사고와 교육청이 대치하고 있다. 안산 동산고의 학부모들은 경기도교육청에서 무기한 1인 시위를 벌이며 재지정 평가 기준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평가지표 변경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도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선을 기존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했다.
전주 상산고도 전북교육청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전북교육청의 재평가 기준점은 80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전북교육청은 재지정 평가 통과 기준선을 다른 교육청보다 10점 더 높인 80점으로 설정했다. 상산고는 '선평가 후대응'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학교 측은 "전북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기준은 위법하고 불합리하지만 일단 행정 절차는 준수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합리성과 적법성이 결여된 평가를 통해 부정적 결과가 발생한다면 법적 구제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1개 시도교육청은 전국 자사고 24곳을 평가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이 가운데 전북도교육청만 유일하게 재지정 기준 점수를 다른 시도보다 10점이나 높은 80점으로 올리고 교육감 재량점수 등 상산고에 불리한 지표들의 배점을 높였다.
1981년 설립된 상산고는 우수한 인재를 키우자는 정부 정책에 호응해 2002년 자립형사립고, 2011년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됐다. 합법적으로 세워진 학교가‘특권 교육’‘귀족 교육’이라고 낙인찍혀 폐지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정권마다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이 문제다. 특히 교육감은 다른 시도교육청 평가와 형평성만이라도 맞춰 달라는 요구를 묵살했다. 상산고 존치를 요구하는 지역 여론에는 아예 귀를 닫고 있다. 공론화를 거치기는커녕 어떤 면담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자사고가 입시 경쟁을 부추겨 고교를 서열화 시킨다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에만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은 전북교육청의 올해 자사고 평가계획이 형평성에 어긋나고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자사고에 대한 평가는 이른바 진영에 따라 갈려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자사고가 이른바 귀족학교여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어야 한다. 그러나 형평과 교육청의 공신력은 어떤 경우에도 지켜져야 한다.
한편 자사고는‘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의 줄임말이다.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환경을 제공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로 지정된 학교에서는 교육 과정을 결정하거나, 수업 일수 조정, 무학년제 운영 등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특히 능력에 따라 학년의 구분을 두지 않을 수도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전국 49개 고등학교가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로 지정되어 있다. 문제는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가 5년 단위로 평가를 받아 재지정, 또는 지정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의 최초 추진 목적은 다양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를 통해 입시 명문고가 부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곧 교육 평준화 정책을 흔들리게 할 것이라는 논리다.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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