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성장을 재조명하라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9/04/24 [16:39]

한국기업 성장을 재조명하라

새만금일보 | 입력 : 2019/04/24 [16:39]



한국 기업 성장을 재조명하는 일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의 이면에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기업도 많다. 반면에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기업도 여전하다. 요즘 한국 경제가 많이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경제의 발전사에서 힘들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성패를 가름하는 건 결국 기업인의 의지와 집념이다. 지금의 한국 경제를 만든 기업인들의 기업가 정신을 위기 타개의 밑거름으로 활용해야 할 때이다.

최근 일부 대기업의 일탈과 재벌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반(反) 대기업 정서'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재벌 1세대의 노력을 무조건 깎아내리는 사회 분위기는 바꿔야 한다.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삼성 반도체 진출 '2.8 선언'(1983) ▲현대자동차, 포니 첫 생산(1974) ▲포항제철 준공(1973) ▲네이버 출범(1999) ▲88서울올림픽 유치(1981) ▲빅딜 등 대기업 구조조정(1998) ▲금성사, 국산 첫 라디오 생산(1959) ▲정주영, 거북선 그림으로 유조선 수주(1971)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1993) ▲SM, 한류의 개막(2002) 등이 꼽힌다.

포스코를 키워낸 고 박태준 전 국무총리는 제철소 용광로에서 첫 쇳물을 뽑아냈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 인수를 결정해 은행권 판도를 바꾸었다. 동아제약은 200억병의 박카스 판매 신화를 만들었다. 한메일은 '이메일(E-Mail)' 시대를 열었다. 교보생명의 교보문고 탄생 배경도 사건이다. 고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 등도 경제의 주요 역사들이다.

삼성, 포스코, 두산, LG, 롯데, 한화, SK, 동원, 코오롱, 현대자동차, 현대백화점, 경방, 삼표, 현대중공업, 셀트리온, 효성, 한진, 대우, 휴맥스, 금호, GS칼텍스, OCI, 하림, 이랜드, 한솔, 동국제강, 동아제약, 하나은행, 삼천리, 농심, 다음 등은 모두 한국의 기업 이면사를 빛냈다. 경제가 성장하고 나라가 커지는 데 기여했다.

1973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현대자동차의 첫 '독자모델' 개발을 선언했다. 당시 미국 대사는 "독자 개발을 포기하고 포드의 조립 생산라인을 담당하면 지원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이를 거절했다.

현대차는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한국 1호, 세계 16번째 독자생산 모델 '포니'를 공개했다. 포니는 10년 만에 60개국에 30만대 이상 수출됐다. 그 뒤 현대차는 세계 5위의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로 성장했다. 현대차는 수소차 분야의 글로벌 리더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는 45%의 영업이익률을 낸 바 있다. 이는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5%)의 9개에 달하는 이익률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하이닉스는 표류하는 신세였다. 반도체 경기 악화로 2001년 채권단 주도의 '워크아웃'을 밟았다.

2005년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6년간 주인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2012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하이닉스를 전격적으로 인수했다. 그 뒤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주력 계열사이자 수출 한국의 첨병이 됐다.

포스코는 1992년부터 '파이넥스(Finex) 공법'을 개발했다. 이는 값싼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원료로 사용해 용광로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것보다 생산원가가 싸다. 환경오염도 줄여준다. 중국 등 세계 철강회사들이 탐내는 기술이다.

농심은 1986년 수년의 연구개발 끝에 신라면을 출시했다. 이후 32년 동안 300억개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다. '식품한류'의 중심으로 '식품업계의 반도체'란 별칭이 붙어 있다.

지금 우리는‘저성장(低成長)’시대를 살고 있다.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성장의 문제에 봉착해 있다. 특히 한국은 세계를 통틀어 가장 짧은 기간에 고도의 압축 성장을 이루었다. 한국 기업의 입장에서는 저성장 국면이 낯설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모범 답안이 있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성공한 제품이나 사업모델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심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변한 것이다. 고성장 시대에서 속수무책인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기업은 정부의 경직성을 탓한다. 정부는 기업의 무능을 지적한다.

그러나 어느 한 쪽만의 탓이 아니다. 저성장의 조짐과 징후들이 겉으로 드러났을 뿐이다. 한국은 IMF 외환위기 그리고 뉴 밀레니엄(New Millennium)과 버블붕괴로 기억되는 2000년 전후가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 넘어가는 분수령이었다.

그 뒤 대부분 기업들은 신사업팀, 미래전략팀, 태스크포스 등의 이름으로 성장을 고민하는 전담부서를 갖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글로벌 진출, 경쟁기업 인수 합병, 차세대 미래기술 선점 등 커다란 성과도 있다.

그러나 성장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다. 문을 닫은 기업도 많다. 살아남은 기업들도 여전히 힘들다. 기존의 성장 공식(公式)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새로운 공식이 잘 보이지 않는다. 국가 성장 전략도 중요하다.

대기업 계열의 민간연구소는 모두 신사업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다. 국가 혹은 기업은 성장의 대안과 전략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미 성장의 벽을 경험한 선진국의 사례를 찾아야 할 것이다. 학계와 민간 컨설팅사 등의 연구 결과도 수집해야 한다.

한국의 상황에 적용 가능한 시사점을 추려내야 한다. 기업 성장의 숨겨진 공식을 적극 발굴해야 할 때이다. 성장의 문제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일상적 경영관리의 일환으로 다루어야 한다. 기업의 성장전략은 일반적으로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게 마련이다.

특히 정보 공유를 꺼리는 한국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기업체에서 성장전략을 짜려고 하면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절대 부족하다. 매번 제로베이스에서 새로 기획해야 한다. 기업 성장의 문제에 대해 좀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이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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