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해 보였던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 보인다 삼켜진 것들 일제히 발을 뻗어낸다 한 군데씩 부러지거나 망가져서 깊이 등 떠밀린 것들이다 그것들 겨드랑마다 식구처럼 풀은 자라나 있다 물 속 일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듯 차라리 감추겠다는 듯 서랍은 굳게 닫혀 있다 눈치 채지 못했다 발버둥도 깊어지면 고요할 수 있다는 걸 깊이 수장된 마음 속 발버둥을 들키지 않으려고 저수지는 물푸레 몇 잎도 흔들어 보였고 구름길을 저만치 따라나서다가 둑에 돌아앉아 저녁노을을 훔치기도 했겠다 쩍쩍 갈라진 바닥을 말하지 않았으므로 부러지거나 망가진 팔다리를 밀어내지 않았으므로 물이 참 잔잔하다고들 했다 <저작권자 ⓒ 새만금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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