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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역사 인식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9/08/18 [18:28]

 

 

 

·미 동맹과 더불어 전후 한국을 지탱해온 보조축인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의 한·일 파트너십이 궤도를 이탈해 버렸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로 열린 각의(우리의 국무회의)에서 화이트국가 관련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 시행령은 무역 관계에서 우대 조치를 제공하는 안보 우호국(화이트국가)에서 한국을 빼는 조치다. 일본이 한번 지정한 화이트국가(한국 포함 27개국)를 리스트에서 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일본의 안보 우호국즉 우방국에서 한국이 빠지는 게 공식화된 것이다.

 

불가리아와 아르헨티나·그리스·헝가리보다 못한 처우다. 이는 양국 갈등이 위안부 합의와 징용 문제 등 역사 갈등의 범위를 벗어나 안보의 영역으로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일본이 불화수소 등 3개 품목 수출 규제를 강화할 때만 해도수출 관리의 적정성문제로 볼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한국이란 국가를 콕 집어 화이트국가에서 빼는 것은 차원이 전혀 다르다, 아베 정권이 한국을 우방국으로 보지 않는다는 얘기는 수출 규제 조치가 발효되기 훨씬 전부터 총리 관저를 중심으로 일본 사회에 퍼져 나가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레이더 조준 논란에 이어 징용 갈등의 피로감이 쌓이면서 한국을 중국과 북한 수준의으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총리 관저와 관료 사회에 폭넓게 전파됐다. 이제 일본은 한국을 안보 우호국으로 보지 않는다.

 

향후 한반도 전략이나 한·일 관계는 이런 인식을 전제에 깔고 연구해야 한다. 일각에선 아베 총리가 이렇게 물밑에서 확산돼온 움직임을 이번 화이트국가 관련 조치를 통해법제화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전후 냉전 시대를 거치며 동북아 안보를 담당해온 한··일 협력 축이 흔들리고 있다. 이는 앞으로 아베 총리의 구체적인 행동으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위안부 합의가 파기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향후 징용 문제 등에서 부분적 진전이 있다 해도 한국에 대한 그의 접근법을 크게 바꾸지 않을 것이다. 아베 총리가 한국과의 안보적인 협력은 미국이 함께 엮이는 범위 내에서만 진행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북한 비핵화 공조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 미국의눈치를 봐야 하는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한·일 공조를 모색할 것이란 얘기다. 아베 총리는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한국을 뺀 채미국과 연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아베 총리의 강경론은 일본 내 정치 상황과도 적잖게 연계돼 있다.

 

임기 내 개헌에 집착하는 아베 총리로서는 보수 강경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국과의 대립을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아베는 한일병합이 합법적인 것이기 때문에, 정신대 문제나 강제 징용 문제가 합법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베가 이러한 생각을 벗어나지 않는 한, 한일관계의 진정한 화해는 기대할 수 없다. 일본 자민당의 아베 정권에는 일본의 미래를 위해 역사를 새로 써야한다고 믿는 당원들이 많다. 아베의 내각 관료 중 다수는 전몰자뿐만 아니라 전범마저도 기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옹호하는 집단에 속해 있다.

 

이들은 난징 대학살과 일본군에 의해 매춘을 강제당한 여성들을 부정하는 < 일본회의 >라는 단체와 교류를 하고 있다. 한국 병합은 대한제국의 황제로부터 민중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의 격렬한 항의를 군대의 힘으로 짓누르고 실현한 제국주의 행위이며 불의부정(不義不正)한 행위다.

 

조약의 전문(前文)도 거짓이고 본문도 거짓이다. 일제는 '조선' '국가' 의 존재조차 말살하면서 악랄한 형태의 '국권침해' 를 했다. '국가' 의 존재를 말살한 '조선인' 을 정신대로, 강제 징용으로 보냈던 것이다. 아베는 '과거 일본이 조선을 합법적으로 점거했기 때문에 당시 조선인은 일본인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주장한다.

 

'조선인' 을 말로만 '일본인' 이라 속여 놓고, 착취의 대상으로만 삼았을 뿐이다. 미쓰비시를 비롯한 일본 전범기업은 유독 한국에만 뻣뻣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같은 미쓰비시의 태도는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본 정부와 같은 논리".

 

한국에 대해서만 반응을 보이지 않는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의 논리는 아베 정권의 논리와 같다. 과거 일본이 조선을 합법적으로 점거했기 때문에 당시 조선인은 일본인이나 마찬가지였다는 입장이다.

 

아베신조(安倍 晋三,1954~)는 일본의 정치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야마구치현은 일본 근대화와 군국주의 시발이 된 메이지유신이 일어난 곳이다. 이토 히로부미, 테라우치 등 한일합방의 핵심적인 인물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외조부 기시노부스케는 태평양 전쟁의 주모자인 도조 히데키 밑에서 국무대신 겸 군수차관을 역임했다. 종전 후 A급 전범으로 수감됐던 인물로 일본의 재무장을 주장한 정계 거물이었다. 친할아버지인 아베간은 평화를 추구하는 반전주의자로 일본 제국주의의 군부 권력에 맞서는 정치가로 일본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정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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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8/18 [18:28]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