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 전주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9/10/18 [09:52]

천년고도 전주

새만금일보 | 입력 : 2019/10/18 [09:52]

             

전주는 견훤(甄萱867-936.9.27(99)이 후백제를 건국한 수도로, 43(892-935)간 왕 노릇 하다가 왕자의 난으로 신검에게 왕권을 빼앗긴 그해 음 3월까지 완산주(전주)를 왕궁 터로 삼은 후백제(後百濟)의 천년고도이다. 다가공원과 완산칠봉, 남고산성, 한벽루, 기린봉, 건지산, 모악산 등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분지로 골짜기마다 시냇물이 졸졸대는 어느 고장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전원도시다.  

초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풀벌레소리를 들으며 삼천천 천변 길을 걷다보면 한여름 35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언제 지나갔느냐는 듯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가슴이 탁 트인다. 복잡한 시내 안은 매캐한 자동차의 매연이 품어 나오는 팔달로 번화가 풍남문을 지나 100년이 넘은 이끼 낀 서양건물의 전동성당 마리아상 앞에 서면 나도 모르게 숙연해지고, 그 바로 맞은편 길 건너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모셔진 경기전의 수 백 년 묵은 수문장 은행나무가 만추면 노랗게 물들어 갈바람에 수 천 마리의 노랑나비가 하늘을 날고 경내 칙칙한 대숲에서 울어대는 대 바람소리 또한 도시 한복판의 고색이 찬연한 옛 건물이 일품이다.

도심 속 녹지공간과 전통 한옥과 옛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전주시민의 축복이다. 내가 삼천동과 인연을 맺은 것은 아이들이 전주 유학차 주말이면 찬거리를 싸들고 들락거리다가 나도 모르게 정이 들어 아예 이곳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일과가 끝나면 간편복으로 갈아입고서 답답한 새장 같은 아파트를 빠져나와 천변을 조금만 걷다보면 논밭이 나오고 푸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나고 모악산에서 발원하는 시원한 시냇물과 함께 자연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천변 길에는 중동의 여인처럼 눈만 내놓고 온통 얼굴을 가린 젊은 여인과 어느 노부부는 정답게 손을 잡고 느린 걸음걸이로 세월을 낚는 다정한 모습을 보노라면 나를 돌아보는 것 같아 덧없이 흐른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다가 간혹 고향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렇게도 반가울 수가 없다. 이제 전주시는 작은 도시가 아니다. 인구 100만을 수용할 수 있는 청사진에 따라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 하나씩 실천 해나가야 할 단계라고 본다. 무분별한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녹지공간을 잠식하고 환경을 파괴한 대가로 전주시는 지금 여름철이면 기온 상승에 의한  혹독한 무더위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각 천변마다 나무를 심고 시내 자투리 땅 좁은 공간과 아파트 베란다에도 꽃과 정원수를 심어 좋은 환경을  되살리는데 주력을 해야 할 때라고 본다.

지금 서울이나 대도시마다 맑을 공기를 해친 매연과 오염된 물과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가끔씩 찬바람이 불고 스산한 갈이 오면 전주시가 자랑하는 한옥 거리를 돌아본다.

너무나 인위적으로 큰 기와집만 획일적으로 빽빽하게 공간을 잠식하여 몸통만 드러낸 한옥은 오히려 자연미와 거리가 멀다. 요 며칠 전에 동해안 강릉 경포대와 오죽헌을 돌아보았다. 그 곳에도 한옥거리를 조성했는데 집만 덩그러니 서 있을 뿐 사람이 사는지 아니면 전시용인지 분간이 안가 세금만 낭비한 아직도 전시행정을 못 벗어 난 것 같아 심기가 불편했다. 경기전 돌담길 뒤쪽 오래된 민가는 몇 대를 이어온 고가이면서도 운치가 물씬 풍겨나고 정원수 하나에도 사연이 깃들어 있어 많은 돈을 들여 새로 지은 높고 큰 한옥에 비해 훨씬 토속적인 전통 가옥이라는 데서 정감과 옛 향수를 불러 일으켜 좋았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 천년고도 아름다운 전주시를 만드는 길은 냇물의 흐름처럼 굽이굽이 물길 따라 자연환경에 맞게 다양하게 조성함이 좋은 듯싶다. 휘휘 늘어진 버드나무와 갯버들, 봄이면 화사하게 피어나는 벚꽃나무며 천변에 적합한 수목을 조성하여 잃었던 자연 그대로 돌려놓는 일이 시급하다. 천변 냇가는 온갖 생활오수가 흘러내려 탁하기 그지없다. 굳이 일본과 비교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20년 전에 내가 일본에 갔을 때 일본의 후쿠오카 시내 한복판 천변에 금붕어와 비단잉어가 뛰노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전주 한옥거리는 전국에서 몰려오는 관광객과 외국인까지 큰 관심의 대상이다. 질 떨어진 비빔밥보다 청국장 맛이 더 구수하고 옛것을 재현하는 한복을 입고 거리를 누비는 견훤왕과 이성계의 취타행사도 좋지만 첫 번째가 자연환경이 좋아야 할 것이다. 도로는 꺼져 뜯어내고 격에 맞지 않는 시멘트나 아스발트로 덕지덕지 발라 미관을 해치지 말고 좀 더 완고하고 고풍스런 걷고 싶은 길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옥 한 채를 지을 때 마다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게 다양하게 지어야  한다. 오늘밤도 삼천천의 코스모스 하늘대는 천변 산책길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힘찬 발걸음은 아름다운 전주시 발전의 원동력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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