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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교의 답안지 조작 사건
 
새만금일보 기사입력  2019/11/07 [15:53]

전주 모 고등학교에서 시험 답안지를 조작한 사건이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해당 학교의 2학기 중간고사 답안지가 학생이 제출할 때에는 4개가 수정돼 있었는데, 채점할 때에는 6개로 늘었다. 수정된 곳을 또 고쳐 결국 10점을 올려줬다.

학교 측과 교육청은 채점 당시 해당 과목 교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함께 있던 성적 관리 보조 직원이 조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조 직원이 해당 과목 교사를 고의로 따돌린 뒤 혼자 고친 의혹을 받고 있다.

학교 측은 학교성적관리규정에 따라 채점실에 CCTV를 설치했지만, 당시 CCTV가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답안지가 조작된 학생은 같은 학교 교무부장으로 근무했던 교사 자녀였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뒤, 같은 학교에 다녔던 해당 학생의 형도 성적 조작 의심을 받고 있다.

해당 학생은 중간과 기말고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왔지만, 교사들이 불시에 치른 시험에서는 낮은 점수가 나왔다. 내신과 관련된 시험 성적은 좋았던 것이다. 그러나 불시에 내신과 관련 없는 시험은 형편이 없었다.

문제는 성적 조작 여부를 밝히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북교육청은 해당 학교가 그동안 수정 테이프로 OMR 답안지를 고칠 경우, 반드시 감독 교사의 확인 도장을 받도록 일선 학교에 내린 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조사 과정에서 수정 테이프로 고친 흔적이 있는 해당 학생의 다른 과목 답안지를 찾더라도 관련자의 진술이 없는 한 추가 성적 조작 여부를 가리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전북교육청은 현재 추가 성적 조작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해당 학생의 지난 2년간 모든 시험 답안지를 전수 조사하고 있다.

특히 해당 학생의 성적 조작 의혹은 이미 지난해부터 불거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교육청은 당시 이런 사실을 알고도 소극적 대응에 그쳐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결국 해당 학생의 모의고사 성적이 학교 시험 결과보다 훨씬 떨어지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학부모들이 학교에 의혹을 제기했다.

학생의 아버지는 당시 같은 학교 교무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어 의구심은 더 커졌다. 전북교육청도 이런 사실을 알게 됐지만, 교무부장을 다른 학교로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구체적인 성적 조작 정황이 없다며 감사도 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서울 숙명여고 사태로 성적 조작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였던 점을 고려하면 너무 안이한 대처였다. 더 큰 문제는 다른 학생에게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이다. 공교육의 신뢰와 공공성을 흔들 수 있는 채점 부정 의혹 사건에 교육청이 어떤 감사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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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07 [15:53]  최종편집: ⓒ 새만금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