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독 감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0/08/31 [22:57]

고 독 감

새만금일보 | 입력 : 2010/08/31 [22:57]

 


                               

 아침에 백지인 채로 내 앞에 펼쳐졌던 또 어둠과 함께 무의미하게 검어졌다 생각하면 자조 이외에 아무것도 상줄 것 없는 생활이 그지없이 미웁다.


 

푸른 하늘을 받들고 살아온 하루가 그 푸른 바탕에 보람있는 아무런 기록을 못하고 그대로 값없이 흘려보낼 때마다 좁은 가슴을 치는 자책과 함께 명일 (明日)에 대한 기대조차 흐려진다.

 

 나날이 되풀이 되는 생활이 증오 (憎惡)에 가까운 권태까지 느껴지면서 무엇인지 또렷이 이름지울 수 없는 강박관념 (强迫觀念)에 사로잡혀 신경이 가냘프게 떨린다.

 

 생각하면 병은 아니리라. 내 육신은 약 한 첩 필요를 느끼지 않는 건강 체이니까. 타고난 성격이 내향성이라 누구 보고 이 정신적 불안을 시원히 타파하지 못하고 홀로 외로움 속에서 별 뜬 하늘 밑을 답답한 채로 거닐어 본다.

 

 발에 채이는 돌맹이 하나 깨틀 힘이 없음을 자의식하고 새삼스레 자신의 무력함을 놀래면서. 여태껏 좁은 두뇌 속에 담뿍 지니고 왔던 가지가지 모양낸 생각들이 너무나 부질없는 엉뚱한 이상이 었음을 슬퍼하기 까지한다.

 

 그렇게 친밀하게 손을 흔들고 큰소리 쳐주던 벗들은 모두들 제길들만 바쁘게 걷고 있지 않는가? 대체 진실이 어데 있느냐? 모두들 제 생각 제 뜻을 진리라고 떠들어대니 그렇게도 여러 가지 진리가 한꺼번에 이 지구위에 필요한가?

 

 만일 제것만이 옳을진대 입에 붙이고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인류를 위해서. 또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어디 맹렬히 화산처럼 풍기는 용기를 가져보라! 아니면 심해처럼 잠잠 하라!

 

 문득 까만 창공에 반짝이는 별들에게 머리를 돌려본다. 이전에는 별을 우러러보면 곧잘 치밀어 오던 법열 (法悅)이랄까. 환희 (歡喜)랄까 온몸에 그토록 흠뻑 느껴지던 감분이 그다지 없음은 웬일일까?

 

 이는 확실히 나의 감성이 혼탁한 세상에 부딛혀 고갈한 탓이리라. 다만 외롭기만 하다. 상당히 오래전 어느학교 학예회에서 어린 여학생이 곱게 낭독하던 “라마르타느”의 시 (詩) <고적>이 그때 듣고 앉었던 내 여원 마음의 금선을 몹시 울려주었었다.

 

 지금도 나는 소리없이 그 시를 읊조려 본다. “라마르타느”처럼 애인을 잃고 애절한 추억에 사로잡힐 겨우는 아니어도 마음은 고도의 절벽 위에 놓인 것처럼 항시 의거할 바를 모르고 허전 하기만 하다.

 

 이렇게 절박한 세상에 부질없는 감상이라고 비웃으리라. 그러나 숨길 수 없는 내 감정의 생리인 것을! 은혜롭지 못한 고독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내 초라한 모습! 기쁨도 웃음도 영화한 큰 거리도 이를 쫏는 세상 사람들에게 모조리 맡기고 내사 다만 허허한 마음 홀로 지니고 다소곳이 지름길을 걸어가련다.

 

 알지도 모를 긴 세월을 이대로 걷다가 행여나 보람있는 빛 가슴에 찾아드는 날 한번 크게 한숨 쉬어보자! 아 아. 나와 인연 있었던 사랑하는 사람들의 착하고 사심없는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