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꺾인 십자가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2/09/06 [06:36]

태풍에 꺾인 십자가

새만금일보 | 입력 : 2012/09/06 [06:36]
              
태풍 15호 볼라벤은 반경500km 순간풍속48m의 초강풍으로 조용한 아침의 나라 한반도를 휩쓸었다.
 
거리에는 간판이 휴지조각처럼 굴러다니고 아파트유리창이 박살이 났는가 하면 튼튼하게 뿌리박은 가로수가 뽑히고 전국에 산재한 상당수의 교회당 십자가 첨탑의 허리를 여지없이 꺾어버렸다.
 
자연의 위력 앞에 우리인간은 너무도 나약한 존재로 속수무책이었다.

경기도 안양시에서는 그동안 태풍으로 인해 하늘높이 치솟은 교회당 첨탑이 쓰러져 이웃 상가와 도로를 덥쳐 교통을 마비시키는 피해를 입혔는데, 현명한 목회자와 안양시장과의 협의 하에 교회 첨탑철거 비용으로 200만원을 지원받아 십자가 높이는 3m로 제한하고 교회마다 밤에 십자가 네온등을 꺼 절전의 본을 보여 이웃들에게 칭송을 받고 한다.
 
한국교회당 수는 약 6만개나 되는데 이런 운동을 벌여 모두가 네온등을 끈다면 엄청난 절전효과로 부족한 산업용 전기를 충당, 기독교가 본이 되어 사회로부터 박수를 받으리라.
 
손봉호(장로)서울대 명예교수는 ‘지금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인정을 못 받고 있고,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어 십자가를 내리는 것으로 부터 개혁의 단초가 되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했다. 십자가가 높으면 높을수록 물신(物神)주의가 팽배하여 위선이 내재해 있다는 현대판 바벨탑이라는 의식 있는 교계의 비판이 들끓고 있다.
 
십자가는 원래 죄 없는 예수를 못 박아 죽인 무서운 형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는 십자가 넓은 송판위에 양팔과 다리를 묶어 놓고 물볼기를 친 보기만 해도 끔직한 형틀이다.
 
십자가는 기독교를 상징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데도 화려하게 높이높이 세우려는 것은 그 위용을 뽐내며 자칫 십자가 우상에 빠질 수가 있다.
 
지금 세계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기독교국가인 미국은 허리케인 카트리나(용바람)로 엄청난 재난을 당하고 있으며, 8만개의 만신을 섬기는 일본 땅 큐슈지방은 1년에 크고 작은 태풍이 22개나 지날 때도 있다는데, 후지사과 하나를 따기 위해 그물망을 치고 끈으로 얼기설기 잡아매어 최소한의 피해만을 감수 하고 있다.

3다도 제주도에는 사시사철 바람이 많아 집 건물을 낮게 지으며 예전에는 초가지붕에 동아 밧줄로 꽁꽁 붙들어 매고 그도 부족하여 무거운 돌을 달아 바람피해를 막았다.
이제 천재만 탓할게 아니라 인재에 의한 피해를 최소한 줄여야 한다.

1959년 사라호의 비극이후 2003년 9.6 매미는 반경460km 대형태풍으로 인명피해만도 135명을 앗아갔고, 다음 해 2004년 루사는 246명,2010.9.3곤파스는 서해안을 강타하였다. 2011년 메아리에 이어 금년에는 형제 태풍 15호 볼라벤과 14호 덴빈이 연속적으로 강력한 바람과 물 폭탄을 몰고 왔는데 그동안 누적된 태풍 피해액만도 5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정부는 주식인 쌀이 남아돈다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지만 지난해 쌀생산량의 잔량이 5만 톤에 불과하다. 곡창인 호남평야의 나락모가지가 비바람을 맞아 백수현상으로 금년에는 마당흉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쌀 생산 수출국들이 담합을 하여 국제미가가 폭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크고 높은 교회당 십자가는 어느 때 또 태풍에 꺾일지 모른다. 새로운 건물을 세울 때 바람과 지진과 폭우에도 견딜 수 있는 공학적이고도 과학적인 공법을 동원하여 수 백 년쯤 지탱할 수 있는 튼튼하고 안전한 토목설계를 해야 하겠다.
 
/송기옥<수필가, 한국문협 부안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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