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의 겸손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2/09/19 [14:22]

가진 자의 겸손

새만금일보 | 입력 : 2012/09/19 [14:22]
 
몇 년 전 가을이 깊어가는 요만 때 익산의 40대 여 약사가 미용실에 간다고 집을 나섰는데 행방불명이 되었다.
 
2개월 뒤 CCTV 상의 용의자 형모를 추궁한바 여 약사의 신용카드를 빼앗아 2 백 40만 원을 인출한 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여인을 무참히도 살해하였다.
 
일정한 직업도 없는 범인은 범죄 대상을 물색 중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방어능력이 약한 여 약사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최근에 자매 살인 사건, 어린이 성추행사건, 외국인 범죄까지 날로 흉악해가는 강력범죄 때문에 대통령까지 나섰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자기방어를 위해 총기 소지 법을 통과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들이 고등법원 부장 판사까지 되어 남부럽지 않게 잘 살사는 소문난 판사 어머니의 얘기다. 차멀미 때문에 광주에서 100리 길이 넘는 시골 동생 집을 찾아 걸어가야 만 했다.
 
남루한 옷차림에 보퉁이 하나만 달랑 들고 호젓한 산길과 들길을 혼자 걸어 해가 서산에 걸려 서야 겨우 당도 했는데 판사 어머니의 초라한 모습을 본 동네사람들은 모두 놀라며 의아해 했다는 것이다. 사연인즉 혹시나 몹쓸 사람에게 봉변을 당할까, 궁색한 행색을 일부러 하고 왔다는 것이다. 그 지혜가 참으로 놀라웠다.
 
아파트 당첨권을 위해 삯군을 사 노숙까지 하며 39채의 아파트를 독점하는 한국사회의 이채로운 풍경은 가진 자의 과욕에 의한 소시민의 몫을 가로챈 것이다.
 
못 먹고 못 입으면서 근검절약 저축하여 제집마련의 꿈을 상실한 못가진 자의 절망감과 허탈감은 국가정책과 사회를 원망하다 못해 분노가 치밀어 부자를 미워하게 된다.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로 ‘유전무죄 무전유죄’ 란 반항 심리가 범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진 자가 나눔도 없이 겸손하지 않으면 어느 때든 ‘카를 마르크스’의 유물론 사상이 꿈틀 댈 것이다.
 
전답과 소까지 팔아 자식만은 잘살게 하겠다고 대학을 보냈으나 일자리가 없어 청년 실업자가 100만 명을 웃돌아, 할일 없는 고급인력이 끔직한 범죄의 소굴에 빠진다니 가슴 아픈 일이다.날이 갈수록 빈,부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부(富)가 10%로 몰리고, 90%는 못가진자로 양자 갈등의 골이 깊어만 가는 데 있어 그 해결책마련이 새로운 과제다.
 
성실하게 일하여 부자가 된 유산 계급은 존경받아 마땅하나 사주가 부정하게 수백 수천억의 사익을 챙기고 고의로 파산선고를 내는 악덕업자가 아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세상의 돈만 알고 나눌 줄 모르는 가진 자의 물질만능사상은, 인간성 상실과 정신문화를 퇴화시켜 선진문명인이란 말과는 거리가 멀다.
 
금번 대통령 당선자에게 부탁하고 싶다. 서민 아파트를 많이 지어 값싼 월세와 전세로 살게 하여, 월세 5만원 하는 다세대 주택과 월 50만원으로도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고, 양복 한 벌에 10,000원, 구두 한 켤레에 3,000원, 찰밥 한 그릇에 500원 하는 벼룩시장을 조성하여, 월 천 만원 수입 상류층을 부럽지 않는 못가진자도 인간다운 삶을 향유 할 수 있게 가진 자들의 배려를 이끌어 내 ‘서민 살리기 아나바다’ 운동을 벌여 범죄의 근본을 줄이는 인간성 회복 정책을 펴보라고 당부하고 싶다.
 
미국 복권사상 최고액인 3,000억 원에 당첨된 한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상류층으로 급부상 하여 은행가에 VIP 대접을 받는 등 지역 유지로 탈바꿈되었다.
 
그는 가난했던 빈민시절을 생각하여 구제비 70억 원을 쾌척하기도 하였다.
 
어느 날 괴이한 전화가 걸려왔다. 하나밖에 없는 당신의 손자를 살리려거든 돈을 가지고 나오라는 어린이 유괴범의 협박전화를 받는 등 시시 때때로 도와 달라는 귀찮은 전화와, 밤이면 돈을 나눠 쓰자는 밤손님들의 협박에 시달려 불안 심리가 증폭하여 불면증으로 술과 마약에 중독이 되었고, 경마와 카지노에 그 많은 돈을 다 날려버리고 마지막 숨질 때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유언 한마디를 남겼을 뿐이라고 한다.
 
돈과 범죄와는 함수 관계다. 범죄 없는 천국 같은 이상촌은 이 지구상 그 어디에도 없다.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체로 부를 창출해낸 부자는 오히려 검소하고 겸손하다.
 
그러나 부정하게 돈을 번 못된 졸부는 돈을 함부로 쓰고 의시 대며 더 가지려고 갈퀴질을 한다.
 
 내 돈 내가 쓴다는데 누가 시비냐? 그렇다면 할 말은 없지만 자칫 돈 냄새를 풍기면 흉악한 독을 품은 똥파리가 달라붙어 선의의 피해를 입겠기에 말이다.
 
/송기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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