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映畵) 이장과 군수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3/02/12 [08:20]

영화(映畵) 이장과 군수

새만금일보 | 입력 : 2013/02/12 [08:20]

                   
2003.7.15 D일간지에 ‘핵 폐기장 부안 선택은 대박이냐? 도박이냐?’의 기사가 1면 톱으로 장식했다. 정부는 17년간이나 끌어오던 핵 폐기장 국책사업을 부안군수가 유치하겠다는 용단에 노대통령은 감동한 나머지 친히 격려전화를 두 번씩이나 했다.
그 당시 핵폐기물이 무엇인가도 잘 모르는 군민들은 낙도 위도에 설치했다가 터지게 되면 농수산물은 오염되어 먹을 수가 없게 될 뿐만 아니라 핵 분진이 서풍을 타고 50km나 떨어진 육지 부안까지 날아와 군민 모두가 죽을 수가 있다며 결사반대를 하였다.
내 고향은 내가 지킨다며 밤마다 촛불시위를 한해가 다 가도록 끈질기게 벌였다.
어느 면에서는 집단적으로 마을이장들이 사표를 내고 군수퇴진을 부르짖었다.
이와 같은 핵 폐기장 유치 찬, 반 대립의 사건을 코믹영화로 만들었는데 관객 100만에 육박 할 정도로 인기였다. 그 영화제목이 ‘이장과 군수다 ’ 벌써 10년 전의 일로 기억하기조차 싫은 악몽 같은 부안 사태는 전국의 환경단체들과 노동단체, 농민회, 전교조와 성직자까지 공동대표가 된 신부, 목사 , 원불교의 교무까지 연대한 그들은 갑오농민혁명 시 마치 녹두장군 같은 민중의 영웅이 되어 찬성 측을 까부시기 작전에 앞장섰다.  이에 놀란 정부 측은 8,000명이 넘는 전경대를 동원하여 공권력에 의한 과잉진압으로 맞섰다. 그 날 밤  이성을 잃은 군중들은 군민의 재산인 청소차 6대와 예술회관에 불을 지르고 LP 가스통을 폭탄처럼 펑펑 터뜨리는 전쟁을 방불케 한 무서운 공포 속에 잠 못 이루는 긴 밤을 새워야만 했다.
이 같은 전쟁 아닌 전쟁이 매일 지겹게 벌어져 전경대의 다리가 부러지고 군수의 코뼈가 나가고 박이 터진 중경상자가 속출하여 병원 침상을 가득 채웠다.
이름 하여 ‘젓갈탄 아줌마부대’는 곰삭은 젓갈을 비닐봉지에 담아 전경대 들에게 쏘아 댔는데 봉지가 터져 거리는 지독한 꼬린 냄새가 진동하였고, 세탁소와 목욕탕이 성업이 되었다는 웃지 못 할 뒷얘기도 있다. 어느 동물병원 원장은 찬성 서명을 받았다하여 백주 대낮에 납치당하여 가혹한 위협에도 승복치 않으니 점포의 대형 유리창을 박살을 냈다.
또 어느 작은 슈퍼는 소주와 맥주상자를 데모대에게 탈취 당하였는데 겁에 질려 찍소리도 못하고 경찰에 고발했는데도 뒤 늦게 나와 흐지부지 끝나, 국민의 재산과 생명까지 위협받는 그야말로 치안부재와 무정부상태였다. 한 마을에서 수대를 호형호제하며 정답게 살던 이들이 찬성을 했다는 이유로 집에 불을 지르겠다는 협박에 경찰이 나와 지키기도 했다. 
어느 할아버지는 핵 폐기장 유치찬성을 했다는 이유로 입에 담지 못 할 욕설과 얼굴에 침을 뱉는 새파란 젊은 여자에게 봉변을 당했다며 분노하였다. 결과적으로 군민끼리 찬, 반 싸움은 내부지란으로 고통과 피해만 안겨주었다. ‘이장과 군수 ’ 영화 속의 찬, 반 주역들이 지금도 선거 때만 되면 두 패로 갈라진다.
정치인들은 반대 다수 쪽 강한 곳에 붙어 표밭을 의식할 뿐 싸움을 말리려 들지 안했다.
민주시민이라면 누구든지 찬성과 반대의 자기표현을 할 언로와 사상의 자유가 있다.
1941.1.6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 의회를 향하여 민주주의의 4가지 자유를 말하였다. 첫째로: 언론의 자유다. 말과 글로써 자기의사를 표현하는 자유다. 반대 측이든 찬성 측이든 간에 상대 의견을 묵살하고 적대시 한 것은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소행이다. 둘째로: 신교(信敎)의 자유다. 6년 전부터 부안J교회는 교인들이 목사퇴출 운동을 벌였는데,  핵 폐기장 찬,반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도 목사 반대교인들을 핵 찬성자로 몰아 주일마다 데모대를 끌어들여 난동을 부리며 교권침해를 당했다. 지금은 교회의 주체인 교인들이 주인이 되어 그 목사는 위법에 의해 퇴출당했고 교회는 종전대로 회복되었다.
셋째로: 공포로부터의 자유다. 나와 의견이 다르다하여 마을을 떠나라 불을 지르겠다는 등  타인의 재산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여도 숨죽이며 말 한마디 못하며 인민재판을 방불케 한 공포 속에 살아야 했다. 넷째로: 궁핍으로부터 자유다. 노령인구 급증으로 독거노인들이 질고와 경제적인 고통 속에 마지막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는, 전국적으로 점심을 못 먹는 절대 빈곤자가 100만 명이라고 한다.  위도 핵폐기장 때문에 박 터지게 싸움한 결과는 아무것도 남은 것 없고 군민 간 찬,반 분열만 가져와 부안시내 상가는 빈 점포만 늘어갈 뿐이다.
핵폐기 반대투표 승리의 날 ‘2.14 주민투표 9주년 기념식’에 초대받은 군수의 축사 내용이 궁금하다.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찬,반도 부안사태와 별반 다름없다. 국민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사업에 22조를 쏟아 부은 부실공사는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국민의 여론을 무시한 정부는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치졸한 국책사업은 국고낭비와 민심을 이반하는 책임을 져야한다. 2.14기념식은 반대 측이 승리에 도취한 과거를 되살리는 촉매재일 뿐 군민 화합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10년 전의 악몽 같은 부안사태의 기억은 빨리 잊어야 한다.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때 주인집을 무시한 머슴이 기고만장하여 인권유린을 한 빨간 완장의 위력과 야인시대 같은 힘의 논리는 이제는 통할 수 없다. 
무릇 지도자는 자기희생을 감수하며 책임을 질줄 알아야만 존경을 받는다.
 
/송기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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