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산의 품에 안긴 백제의 천년 고찰 화암사는 초입에서부터 사시사철 풍경이 다르다. 봄철은 개나리와 산벚, 여름은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녹음, 가을엔 온 산이 붉게 물든 만산홍엽과 낙엽, 겨울의 은백 세계의 설경은 산행의 백미다. 가족 산행과 연인들의 산책 코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천년 고찰 화암사를 가운데 두고 능선을 한 바퀴 돌거나서 용계산성, 탄현성에서 백제, 신라의 유적지를 즐길 수 있다.
《고산지》에는 ‘왕사봉의 한 줄기가 북서쪽으로 용계원재를 지나 불명산佛明山이 되었고, 서쪽에 화암사가 있고 주봉에 봉수대유적이 있다.’는 기록이 보인다. 《한국지명총람》에는 ‘불명산 시루봉은 시루 형상으로 조선 때 봉수대가 있어 남쪽 죽림봉수, 북쪽 화암봉수에 응했다.’고 적혀 있다.
불명산은 운주면 금당리 용계재에서 시작해서 금남정맥을 따라 불명산, 시루봉, 장선리재, 능암산, 말골재 까지 산행을 할 수 있다. 화암사를 둘러보고 불명산과 시루봉만 산행하는 코스도 있다. 호암사를 가려면 전주에서 17번 국도를 따라 대둔산 방향으로 25km쯤 가다가 용복주유소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동상골을 지나 4.5km를 달리면 화암사 주차장에 닿는다. 화암사로 오르는 암벽 사이의 협곡과 심산유곡을 방불케 하는 철 계단 길과 폭포와 암벽들이 서로 어우러져 선경을 이룬다. 불명산을 찾을 때마다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며 변화무쌍한 자태를 뽐낸다. 비 내린 후, 협곡 사이에는 여러 개의 크고 작은 폭포들이 생겨나 운치를 더해준다. 운일암 반일암은 반나절은 햇볕이 들지만 이 골짜기에는 정오에만 잠깐 햇볕이 들고 곧바로 그늘이 져서 여름철에는 피서객들을 유혹하며 그 오묘한 진가를 발휘한다.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정상인 시루봉을 중심으로 장선리재와 용계재 사이에 반달 형태로 여러 개의 연봉들이 줄지어 있고, 남쪽은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천년 고찰 화암사가 있다.
산줄기와 물줄기
《산경표(山經表)》의 우리 전통지리와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로 고찰해 본 불명산의 산줄기와 물줄기는 이렇다. 백두대간 장수 영취산에서 북서로 뻗어나온 금남호남정맥이 장안산, 수분령, 신무산, 팔공산, 천상데미, 마이산, 부귀산을 지나 완주와 진안 경계인 주화산(금남호남정맥 종착점, 금강, 섬진강, 만경강 분수령)에서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으로 두 갈래를 친다.
주화산에서 남쪽으로 호남정맥을 보내고 북쪽으로 뻗어가는 금남정맥이 연석산, 주줄산(운장산)서봉, 장군봉, 싸리재를 지나면 금만봉에서 금남정맥과 금만정맥으로 나뉜다. 동쪽은 대둔산을 거쳐 부여로 가는 금남정맥(산경표 금남정맥)이다. 서쪽은 금강과 만경강을 가르는 금만정맥으로 왕사봉, 칠백이고지, 선녀남봉을 지나 불명산과 시루봉을 일으킨다. 행정구역은 전북 완주군 운주면 장선리와 경천면 가천리에 경계해 있다.
불명산의 물줄기는 남쪽은 신흥계곡과 고산천을 통하여 만경강을 이루다가 서해로 흘러들고, 북쪽은 장선천과 논산천을 통하여 금강을 이루다가 서해로 흘러든다.
문화유적 및 명소
[화암사] 화암花岩은 반석 위에 하얀 모란이 피었다는 의미다. 이 모란꽃은 관음조가 물고 와서 뿌렸다는 설과 모란꽃에서 비친 서광이 당나라까지 뻗어 당나라에서 사신을 보내 그 꽃을 따오게 하여 병든 공주에게 먹여 치료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화암사중창비에 의하면 원효 대사가 의상 대사, 윤필 거사와 같이 이 사찰에 머물며, 수도하였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 이전인 1,300년 전 신라 진덕여왕 3년(649년)에 창건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선 태종 17년(1417년) 평안도 관찰사로 부임한 성달생成達生이 사찰을 지을 터를 물색하여 세종 7년(1425년)에 산 좋고 물 맑은 화암사를 중창했다고 한다. 하지만 백제가 나당연합군에게 패망하자 백제의 역사가 승리자인 신라의 역사로 뒤바뀐 사실을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천년 고찰 화암사는 극락전과 우화루, 적묵당과 조사당이 동서남북 □자형으로 건축되어 있는 특수한 건축이다. 특히 보물 제663호인 극락전은 명나라 건축양식을 수용한 우리나라의 유일한 건물이다. 또 보물 제662호인 우화루雨花樓는 공중 누각식 건물로 자연적인 지형과 조화를 이루어 선인들의 슬기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전북유형문화재 제40호인 동종銅鐘은 맨 위는 용을 섬세하게 조각한 고리를 달고 윗부분에는 당초문唐草紋, 아랫부분은 연꽃무늬가 조각이 되어 있다. 광해군 때 호영虎英 스님이 주조했다. 임진왜란 때 일본 헌병들이 전쟁의 무기로 쓰려고 종을 징발하려고 몰려오자 저절로 울려 스님들이 종을 땅속에 묻었다가 해방 후에 꺼내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산행 안내
○ 1코스: 용계재-(0.9)불명산-(1.7)시루봉-(0.9)장선리재-(1.7)능암산-(1.3)말골재, 17번 국도 (6.5km, 3시간)
○ 2코스: 용계재-불명산-시루봉-장선리재-안부-계곡길-화암사 주차장(5km, 2시간 20분)
○ 3코스 : 버스 종점-화암사-우측 능선-안부-불명산-시루봉-안부 4거리-최암사중창비-화암사-버스 종점(5.6km, 2시간 50분)
금만정맥 용계재는 북쪽은 금당리 용계원과 경천면 가천리 시우동을 잇는 임도다. 서쪽으로 오르면 불명산 정상이다. 남쪽은 화암사 가는 지름길이고 금만정맥은 화암사를 남쪽에 두고 서쪽으로 빙 돌아간다. 불명산에서 떡시루를 닮은 시루봉에 닿는다. 정상에는 돌탑과 삼각점(금산 451)이 있다. 불명산 정상은 삼각점이 있는 시루봉이다.
《한국지명총람》에는 조선 시대에 화암봉수가 있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화암봉수는 서쪽 봉수대산의 죽림봉수와 북쪽 옥배봉수와 응했다고 한다. 정상에서 조망은 천등산과 대둔산, 운주와 들녘이 조망된다. 서쪽으로 20분쯤 내려가면 장선리재의 멋진 노송 한 그루를 만난다. 이곳은 북쪽 운주면 장선리, 남쪽 화암사 주차장을 잇는 임도다. 시루봉에서 금만정맥을 종주하려면 장선리재와 멋진 암봉으로 이루어진 능암산을 거쳐 말골재로 가야한다.
시루봉에서 화암사 갈림길로 되돌아와 산죽 길과 임도를 지나면 유서 깊은 화암사에 닿는다. 화암사에서 하산길은 심산유곡을 방불케 하는 협곡과 철 계단, 폭포와 암벽들이 서로 어우러져 선경을 이룬다. 울창한 숲과 바위가 어우러진 화암사계곡은 선계를 연출한다.
교통 안내
o 호남고속도로 양촌나들목-양촌(697번 도로)-운주면소재지(17번 국도)-원장선 삼거리(금고당 로)-금당리 용계원-임도-용계재
o 전주-(17번 국도)고산-경천소재지-SK용복주유소-우측 도로-구재마을삼거리-화암사 주차장
o 경천면 가천리 구제마을 삼거리-시우동-용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