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텔링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19/05/26 [20:35]

스토리 텔링

새만금일보 | 입력 : 2019/05/26 [20:35]

  여행은 잠든 뇌를 깨우는 힘이 있다고 한다. 천재음악가 모차르트는 여섯 살에 유럽을 여행한 후 음악가를 꿈꿨다고 한다. 2100년 전 중국사기를 쓴 사마천은 20세에 아버지의 권유로 중국을 3년간 혼자 여행하며 무엇인지 꼭 집어 보일 수는 없지만 큰 각오를 다졌을 것이다.
  3년 전 스페인 여행 1주일 남기고 갑자기 아내의 건강이 좋지 않아 아들과 같이 다녀온 적이 있어 이번 여행도 부담을 같고, 신청했었다. 출발일이 가까워져 올수록 불안한 마음에 병원도 다녀보고 운동도 열심히 하였다. 10박 12일이니 웬만한 체력이 아니면 어려운 여행이기 때문이다.
  여행 3일째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호수에 도착했다. 알프스산맥의 만년설이 녹아내린 빙하호로 오래전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호수다. 그 길이는 2120m, 폭 1380m, 깊이 30m로 작은 편이다. 스토리를 만들지 않아도 자연환경이 빼어나 감동했을 텐데 호수 바로 위 150m 절벽 위에 넘어질 듯 위태롭게 서 있는 블레드성과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유럽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포스토나 동굴까지 더해져 유럽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여행객을 끌어드리고 있었다.
  이곳은 주변 환경이 아름답고 조그만 호수 가운데 떠 있는 듯한 작은 섬이 있다. 섬에는 성모 마리아 승천성당이 있어 우표에나 나올 풍경화와 같았다. 그 옆에는 유고 대통령 별장까지 더해 아름다움은 배가 되었다
  이 고을에 전해오는 이야기는 한 여인의 남편이 살해되자 슬픔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남편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이곳에 종을 달기를 소원했지만 이루지 못하고 수녀가 되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교황청에서 그 여인에게 종을 기증하여 소원이 이뤄졌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진 곳이다. 지금은 성당 기능보다 가장 인기 있는 결혼식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성당에 가려면 아흔아홉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이곳에서 전통적인 결혼식을 마친 신랑은 신부를 안거나 업고 아흔아홉 계단을 오른다. 이때 신부는 침묵해야 하고 성당의 종을 세 번 울리면 그 여인과 같이 바라던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믿음 때문에 유명해진 곳이다.
  작은 섬에 들어가려면 10여명이 정원인 노 젓는플레타나라는 배를 타야 한다. 한쪽으로만 앉으면 뒤집어질 수 있다는 사공의 말을 듣고, 우리 일행은 세 팀으로 나누어 조심조심 양쪽으로 앉았다. 건장한 청년이 힘겹게 노를 졌기 시작하여 10∼15분 만에 호수 안의 섬에 도착했다. 아내와 손을 잡고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면서 나의 간절한 소원을 되뇌며 마지막 계단에 올랐다 간절한 소원은 아내와 아무 일 없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바라던 소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믿고 상당한 힘을 가해 세 번 울리고 일행이 다 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 다 같이 나와 흰 눈이 쌓여있는 먼 산의 주변 경치를 카메라에 담느라 좋은 자리를 찾으며 분주했다. 
 
  이곳 뱃사공의 직업은 아무나 할 수 없다고 한다. 200년 전부터 부모에게 물려받은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이미 200년 전부터 있지 않았을까 짐작이 간다. 이곳이 슬로베니아에서 제일 경치가 빼어난 곳이니 이 전설이 아니더라도 결혼을 해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길 수 있는 풍경이다. 이 아름다운 곳에 이야기까지 더해지니 자국민과 유럽은 물론 멀리 대한민국까지 소문이 나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는 여행을 시작할 때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공기가 맑고, 날마다 가방을 싸랴 여행하랴 너무 바빠 아플 틈이 없었는지, 아니면 호수 안성당에서 빌렸던 소원이 이루어졌는지 우려했던 아내의 여행이 아무 탈 없이 돌아왔다.
  이번 여행에서 모차르트나 사마천처럼 혜안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아내가 건강염려를 털어 냈으니 어디든 여행할 수 있다는 홀가분한 마음이다. 나도 아내와 또 여행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다음 여행지를 어디로 정할까….


/정병남( 전 철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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